인체조직기증 바로알기
인체조직기증 바로알기
  • 임은호 기자
  • 승인 2016.05.02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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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 기증으로 최대 100명의 삶에 희망 나눈다

지난 3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병원 이동 중 입적한 한 스님이 자신의 뼈, 인대, 연골 등 인체조직을 나누고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져 애틋함을 더했다. 원효종 경주 봉영암 주지 춘명 스님이 그 주인공이다. 스님의 숭고한 결정은 인체조직 손상으로 고통받고 있던 환자 수십 명의 삶을 연장했다.

골육종·심한 화상 환자 등
사후에 조직 일부 나눠
전문장례사 통한 시신 복원
시신훼손 없이 기증자 인도


생전 “한 줌의 흙이 되기보다 나의 육신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이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했던 스님은 입적 직전 죽음을 예감한 듯 기증 서약을 했다고 전해진다. 유가족들은 춘명 스님의 갑작스러운 입적에도 마지막 뜻을 따르기로 결정, 스님의 육신을 기증하며 환자들에게 제2의 삶을 선물할 수 있었다.

인체조직기증은 치유되기 어려운 골육종, 심한 화상, 시각질환 등 사고나 선천적 질환으로 장애와 질병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사후에 신체 조직의 일부분을 아무런 대가 없이 나누어 주는 마지막 자비행이다. 기증 가능한 인체조직은 뼈, 연골, 근막, 피부, 양막, 인대 및 건, 심장판막, 혈관, 신경, 심낭 등으로 한 사람의 기증으로 최대 100여명에게 삶의 희망을 나눠줄 수 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시신훼손 등의 오해로 인한 인체조직기증 거부감 때문에 선뜻 마음 내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에 따르면 인체조직기증 국내 희망등록자는 2015년 12월 기준 30만2368명으로 장기기증 희망등록자인 123만2131명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 인체조직 기증자 역시 이웃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적다. 인구 100만명 당 기증자는 미국 100명, 스페인 59명, 프랑스가 30명에 이르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5명이 채 되지 않는다.

기증자가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에 비해 현저히 적다 보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국내 유통된 인체조직 이식재 38만4256개 중 약 75%가 수입 조직이다. 이러한 이식재 수입은 환자의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재난 등으로 인해 이식재 수요가 긴급하게 증가할 경우 수급의 안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수출국에서는 자국에서 사용 후 남은 이식재를 수출할 뿐 아니라 이식재의 이력에 대한 역추적이 힘들어서 품질에 대한 안전성도 보장할 수 없어 차후 문제가 나타날 비율이 상당히 높다.

생명나눔실천본부(이사장 일면 스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체조직기증에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는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각종 불교 행사에 홍보 부스를 마련, 불자들과 시민들에게 희망등록의 의미와 더불어 사는 생명나눔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또 씨앗에서 새로운 싹이 돋아나는 모습을 형상화한 ‘희망의 씨앗’ 배지를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인체조직기증을 통한 생명나눔을 홍보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부모님들의 손을 잡고 부스를 찾은 아이들부터 외국인들까지 부스를 찾아 인체조직기증이 갖는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최상균 생명나눔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많은 사람이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희망등록을 망설이고 있지만 사망 후 엄격한 절차로 진행되는 인체조직기증은 다른 이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고귀한 나눔 행위”라며 “특히 뇌사상태에서 결정되는 장기기증과는 달리 인체조직기증은 사후에 기증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조직은행에서 기증자 적합성을 평가하고 인체조직 채취 후에는 전문장례지도사들이 시신을 복원해 유족들에게 인도하기 때문에 “시신 훼손에 대한 염려도 전혀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기증된 인체조직은 무균 채취, 가공, 처리, 보관 후에 재해나 질병 등으로 인체조직이 결손되거나 손상된 환자 등에 이식된다. 이용이 가장 활발한 조직은 피부와 뼈다.

기증된 피부는 중증화상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피부이식은 2차 감염을 막아줘 패혈증 위험을 차단하고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패혈증은 미생물에 감염돼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상태로 생명을 빼앗아 갈 수도 있는 위험한 병이다.

인체조직기증 희망등록은 생명나눔실천본부 홈페이지(www.lisa. or.k)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신청할 수 있다. 기증 희망등록자 사망 시 유가족이 15시간 내 의료진에게 기증 의사를 밝히면 의료기관에서 유가족과 면담 후 기증을 진행한다.

치매 등 퇴행성 신경질환을 가진 경우, 사망원인이 분명하지 않을 경우, 악성종양 및 암세포의 전이 우려가 있는 경우, 유해성 물질에 노출된 경우 등은 이식받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생전에 기증서약을 했더라도 기증적합성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 시 기증할 수 없다.

인체조직기증이 실제 이뤄질 경우 국가 예산으로 소정의 지원금이 전달된다. 가족 또는 유족은 진료비, 위로금, 장례 보조비 각 180만원 등 총 540만원 혹은 장례지원서비스를 받거나 사회단체 기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일면 스님은 “부처님께서는 나 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온 우주 만물의 기운이 필요하다고 하셨다”며 “그만큼 생명은 귀하게 받는 것이며 내 몸을 아끼듯 다른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나눔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이식을 마지막 치료수단으로 기다리며 고통을 겪는 환자들이 있다”며 “어려움 속에서 삶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는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는 자비 실천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02)734-8050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주요 인체조직 활용 질환

■ 뼈, 연골 : 골육종 등 뼈 손상, 골 결손, 임플란트 치료
■ 피부, 근막 : 화상 등 피부결손 질환, 요실금 치료를 위한 근막 이식
■ 양막 : 각막 손상, 난치성 안표면 질환
■ 인대, 건 : 파열된 인대복원, 퇴행성 질환, 사고 등으로 인한 인대결손
■ 혈관 : 관상동맥 우회술, 신·간장 이식 수술 등

[1342호 / 2016년 5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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