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변화무쌍한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한국 선의 종가 덕숭총림 방장 설정 스님과의 대담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설정 스님은 수덕사 주지와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을 역임하고 2009년 출가본사인 덕숭총림 수덕사에서 4대 방장으로 추대돼 후학들에게 수행의 사표가 되고 있다.
사실 설정 스님의 삶은 세간에 던지는 잔잔한 울림이다. 산중의 최고 어른임에도 수덕사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 아침 예불을 모신다. 지금도 매일 젊은 후학들과 선원에서 8시간을 함께 정진하고 있다. 쇠똥으로 퇴비를 만들고 밭에 뿌리는 일이며 산중의 대청소까지 울력 또한 거르는 법이 없다.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겠다며 주지나 방장 때도 취임식조차 열지 않았다. 이런 설정 스님에 대해 후학들은 ‘가장 스님다운 스님’이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부처님 법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으려는 스님에게서 불편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스님의 도반들은 스님을 향해 “나이 들어 너무 어렵게 사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함께 사는 대중들이 힘들지 않겠냐는 타박 아닌 타박도 담겨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스님은 정색을 하고 말한다.
“인생은 정성을 다해 사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없다. 죽는 순간까지 치열하게 정진하는 것이 참된 삶이다.”
책은 불교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원자 작가와의 대담 형식이지만 설정 스님의 삶과 사상, 승가에 전하는 스님의 메시지, 한국불교 중흥조로 추앙받는 경허 스님의 이야기가 스님의 육성을 통해 소개되고 있어 결이 부드럽다. 그러나 역시 책의 핵심은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스님의 명쾌한 가르침이다.
“무엇을 하든 내 전체를 던져 집중하라.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다. 시베리아 벌판에 가져다 놓아도 살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살아야 한다. 사람은 단풍잎처럼 늙어가야 한다. 어려운 길을 갈 때 비로소 당당해 질 수 있다. 명예를 위해 자신을 천덕스럽게 만들지 말라. 반드시 자기를 정화하는 시간을 가져라.”
스님이 일관되게 들려주는 인생의 원칙들이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는가. 스님의 삶에도 시련과 고비가 적지 않았다. 췌장암으로 죽음의 문턱에 서기도 하고 10·27법난으로 보안대 지하실로 끌려가기도 했다. 군 제대 후 서울대를 다니며 달콤한 문인의 삶을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췌장암의 시련을 기도로 이겨내고 보안대에서는 단식과 좌선으로 조사관들을 굴복시켰다. 무엇보다 대학을 다니며 품었던 문인의 꿈을 영원히 접고 다시 스님의 본분사로 돌아오기까지 많은 불면의 밤이 있었다.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스님의 가르침은 어렵지 않다. 올바른 가치관을 세우고, 그 가치관에 따라 지혜롭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다. 익히 알고 있지만 실천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다만 스님의 삶이 이정표가 되고 있으니, 그것이 다행이다. 1만 4000원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342호 / 2016년 5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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