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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맞는 불자의 자세

  • 기고
  • 입력 2016.05.0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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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부처님께서 우리 곁에 오셨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세상에 오신 이후로 우리는 매년 음력 4월8일 아기부처님을 맞이합니다. 올해로 2640년입니다. 천년이 두 번 지나고 또 천년의 반이 흘렀습니다. 무수한 세월, 부처님은 이렇게 우리 곁에 오셨습니다.

룸비니 울린 부처님 탄생게
진리 주체가 인간임을 선언
화려한 의식 매몰되지 말고
참다운 불자 되길 서원해야

부처님오신날은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태어나신 날입니다. 그러나 이날은 수많은 아기부처님이 새로 탄생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불자들은 이날 절마다, 거리마다 연등을 켜고 등불을 밝힙니다. 연등은 부처의 씨앗인 불성을 상징합니다. 불을 켜는 것은 깊이 잠들어 있는 불성을 깨우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연등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의 불성을 발현하고 부처님이 되기를 서원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오신날은 우리가 부처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는 날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2640년 전 네팔 룸비니동산 무우수 아래에서 세상에 나오자마자 외쳤던 사자후를 생각해 봅니다.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 삼계개고(三界皆苦) 아당안지(我當安之).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 삼계가 모두 고통이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 탄생게(誕生偈)라 불리는 이 게송에는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의미가 잘 담겨 있습니다. 세상의 본질은 고통이며, 이를 편안케 하는 것이 불성을 지닌 우리의 의무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탄생게는 당시로서는 실로 놀라운 선언입니다. 오늘날 과학의 발달로 인간을 만든 창조신이란 없으며, 우리 스스로가 곧 우주임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이 태어나시던 당시의 인도사회는 이런 생각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바라문의 권위에 눌려 스스로를 신의 피조물로 여겨야 했습니다. 이에 대한 부정은 사실상의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그런 무서운 시대에 부처님은 당당하게 인간이 스스로 삶의 주인이며, 진리의 주체임을 선언한 것입니다. 부처님이 세상에 오심으로 인해 인류는 비로소 자신을 얽어맸던 신이라는 우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습니다. 완전무결한 자신의 본래 모습을 관조하고 모든 생명과 일체만물이 하나임을 알게 됐습니다. 오랜 어둠과 무명의 타파이며 일체 만물에 대한 자비의 시작입니다.

그러나 부처님 오심의 의미가 갈수록 퇴색되는 느낌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은 신실한 불자로 거듭나는 날이 돼야 합니다. 불자답게 살겠다는 발심을 다시금 벼리는 서원(誓願)의 날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부처님오신날이 일반인들에게는 휴일로, 불자들에게는 축제의 장으로 기억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부처님오신날을 즈음해 열리는 연등회를 비롯한 각종 의식들은 불자들이 가꾸고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전통입니다. 끊임없이 이어가고 발전시켜야 할 문화유산입니다. 그러나 이날이 부처님에 대한 찬탄으로 끝나

▲ 김형규 대표
서는 안 됩니다. 화려하고 흥겨운 의식에 매몰돼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참 의미를 잊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의미는 바로 우리 스스로가 부처님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날만큼은 스스로가 불자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과연 불자답게 살고 있는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합니다. 불자로서의 투철한 삶의 의지가 부족했다면 참회하고 다시 불자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부처님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처님께서 가셨던 그 길을 우리는 뚜벅뚜벅 올곧게 걸어가야 합니다. 스스로 성불의 주인공이 돼야 합니다. 아기부처님이 외쳤던 그 사자후를 가슴에 새겨야 합니다. 불기 2560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우리 모두 불자로 거듭났음을 함께 축하합시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343호 / 2016년 5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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