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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의 시간, 스님들 격려 가장 큰 힘…웃음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불자개그맨 이수근씨

▲ 이수근씨는 “많은 웃음 드리며 불자답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조계사 동자스님, 경기해야 하는데 유독 조는 스님이 계십니다. 스님들께서 새벽 예불하시니까 잠을 많이 부족 하신가 봐요. 스님, 눈 뜨셔야 합니다~!”
“홍법사 동자스님은 계속 공을 손으로 잡으십니다. 개인기가 엄청납니다. 심판께서 아무리 말려도 안 들어요. 스님 발로 차세요. 발!”

인기고공 중 불법도박으로
2년 간 막막한 시간 보내

위기 순간 등불 돼준 불교
사찰에서 참회기도 올리며
불교행사 자발적 재능기부

불자답게 삽시다 동참하며
“정직한 웃음 보답” 약속

5월4일 오색 연등이 드리운 조계사 앞마당에 ‘명불허전(名不虛傳)의 대결’이 전개됐다. 간이 무대로 마련된 미니 축구 경기장에서 동자승 축구대회가 열린 것이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특유의 입담으로 경기 관람의 즐거움을 한껏 끌어올린 이가 있었으니 바로 불자개그맨 이수근(42·현각)씨다. 평창 극락사 주지 자용 스님과 함께 깜짝 진행자로 나선 그의 포대화상 같은 개그 보따리 덕분에 가만히 보기만 해도 미소 짓게 되는 동자승 축구대회가 웃고 박수 치는 사이 1시간이 훌쩍 흘러가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동자 스님도 관중도 그리고 조계종 총무원과 조계사의 관계자들까지 넉넉한 웃음을 풀어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재치 만발한 그의 진행이 큰 기폭제로 작용한 덕분이었다.

▲ 부산 송정 ‘북카페 쿠무다’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서 주석 스님과 함께.

조계사 동자승 축구대회를 앞두고 진행 방법을 확인하고 있는 이수근씨를 만났다. 지난해 방송 복귀 후 올해 초부터 JTBC ‘아는 형님’, tvN ‘신서유기1, 2’ 그리고 KBS ‘동네 스타 전국 방송 내보내기’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성기의 입담을 회복하며 화제몰이 중인 그가 빠듯한 촬영 일정을 잠시 미루고 조계사를 찾은 이유가 남달랐다. 비용을 받지 않는 재능기부였다. 마침 도반이자 아내 박지연씨와 아들 이태준군도 함께 나들이를 왔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가족이 함께 절을 찾고 싶었단다. 동자승축구대회뿐 만이 아니다. 그는 불교계 곳곳 크고 작은 법석에서 스님과 불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며 재능기부 MC를 소리 없이 이어왔다. 지난 2015년 1월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조계종부산연합회 성도재일 기념 ‘제4회 도전 범종을 울려라’ 역시 그의 재능기부 진행이 묘미를 더한 법석으로 유명하다.

사찰에서는 그나마 간간이 볼 수 있었던 그를 방송에서는 한동안 볼 수 없었다. ‘도박’. 그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모태신앙이 불교인 그는 오랜 무명 생활을 지냈다. 개그프로그램의 한 코너였던 ‘고음불가’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하던 시절 어린이 불교학교의 인기 진행자로 손꼽혔던 그를 기억하는 스님들이 지금도 많다. 조금씩 인지도를 쌓아가던 그는 KBS ‘개그콘서트’를 거쳐 ‘1박2일’과 ‘상상더하기’ 등 예능 프로그램의 적재적소에서 웃음 코드를 새기며 대중의 답답하던 숨통을 뚫었다. 당시 연말 시상식에서 당당히 불자임을 밝혔던 그는 2011년에는 조계종 신도증 모델이 됐고 불자대상 수상자로도 당당히 이름이 올랐다.

이후에도 ‘뼈개그’로 통하며 한창 인기 고공행진을 하던 2013년, 당시 터진 불법도박이라는 죄목은 온 국민이 그를 향해 비난을 쏟아낼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2년의 세월 동안 그는 방송에서 완전히 하차했다. 아니, 어쩌면 영영 방송에서는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였다. 그 칠흑같이 막막한 시간 동안 그에게 등불이 되어 준 것은 바로 불교였다.

▲ ‘도전 범종을 울려라’ MC로 재능기부에 나선 이수근씨.

“너무 힘들었습니다. 인정하기도, 상황을 받아들이기도 벅찼어요. 그때 스님들께서 정말 많은 격려를 해주셨어요. 스님들의 말씀대로 자신을 인정하고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 받아들이면서 마음이 많이 평온해졌습니다. 특히 자용 스님께서 자주 불러 주셨어요. 스님께서는 참회를 거듭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셨고 제가 심리적으로 견디기 힘들어할 때마다 따뜻한 이야기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습니다.”

쉬는 동안 가장 좋았던 점이 절에 많이 갈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할 만큼 그는 부인과 함께 사찰을 빈번하게 찾아 참회의 기도를 올렸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비록 다른 불자님들처럼 절을 오래 한다거나 염불을 밤새도록 한 것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자주 참배를 하고 경내를 걸었다”고 밝힌 그는 현재 사는 집 근처의 도량과 아내의 친정집에서 가까운 강화도 보문사를 특히 많이 찾았다고 밝혔다. 물론 평창 극락사도 빠질 수 없다. 부산 송정에서 불서 북카페 ‘쿠무다’를 운영 중인 주석 스님과의 만남도 참회와 충전의 기회가 됐다. 스님들의 제안으로 사찰 행사 기회가 마련될 때는 먼 길을 마다치 않았고 자발적으로 재능기부를 했다.

“재능기부라고 얘기하기도 부끄럽습니다. 쉬고 있을 때 감각을 놓치지 않도록 기회를 주신 스님과 사찰에 오히려 감사드려요. 지난날을 참회하고 지금부터라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감사함을 보답하는 길이고 저를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을 위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 동자승 축구대회서 자용 스님과 함께 깜짝 진행자로 나섰다.

마침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동자승 축구대회 격려 차 조계사 앞마당을 찾았다. 스님은 그를 보자마자 손을 덥석 잡으며 “그동안 업장소멸했다고 생각하시고 앞으로도 마음을 열고 즐겁게 해보라. 지금처럼 활동하면 좋은 일이 가득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곁에서 다른 스님들도 응원의 한 마디씩 보탰다. 따뜻한 스님들의 눈빛 덕분에 다소 상기되어 있던 그의 표정에도 환한 웃음꽃이 폈다.    

 
이수근씨에게 즉석에서 본지 연중 캠페인 ‘불자답게 삽시다’ 동참을 제안했다. 그는 문구를 보는 순간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며 말했다.

“좋은데요? 저도 법명이 있어요. ‘현각’입니다. 제가 불자답게 산다는 것은 바로 정직한 웃음으로 보답하는 일이겠지요? 많은 웃음을 드리며 불자답게 살겠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는 그의 주위로 봄기운 가득 실린 훈풍이 불었다. 휘날리는 오색 연등이 ‘불자답게’를 발원하는 그를 향해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43호 / 2016년 5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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