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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아문서 신수봉행으로

기자명 화령 정사

대부분 경전은 ‘여시아문(如是我聞)’으로 시작해 ‘신수봉행(信受奉行)’으로 마무리된다. 대승경전인 ‘금강경’ ‘법화경’ 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부처님을 지극정성 시봉한 아난다가 곁에서 들은 법문을 경전으로 남겼기 때문에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라는 뜻의 ‘여시아문’이 경전의 서두에 오게 된 것이다. 대승불교에서도 이러한 전통이 이어져 경전의 처음은 항상 이렇게 시작된다.

‘여시아문’은 경전이 곧 부처님의 진실한 말씀이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말이다. 그렇기에 ‘여시아문’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는 말씀들은 하나 같이 진리를 담고 있다. 그리고 ‘신수봉행’은 이러한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받아들여 잘 실천한다는 의미로서 항상 경전의 말미에 나온다.

가장 오래된 경전 중 하나인 ‘법구경’에는 “비록 경전을 많이 외워도 방일하여 바르게 행하지 않으면 남의 소를 세는 목동처럼 바른 진리 얻기는 어려우리라”라는 말이 있다. 중국에서 최초로 번역된 ‘사십이장경’에도 비슷한 말씀이 있다. “많이 듣는 것으로써만 도를 사랑하면 도를 알기 어렵다. 뜻을 지켜 도를 받들면 그 도는 크게 이루어지리라.”

‘여시아문’만 하고 ‘신수봉행’을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씀이다. 진리를 듣기만 하고 실천이 없으면 결과가 없을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그래서 불교는 여시아문에서 시작해 신수봉행에서 완성된다고 하겠다. 진리를 바로 알기 위해서는 많이 듣고 정확하게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가르침을 일상생활에서 잘 실천하여 괴로움에서 해탈하는 것이 불교의 본의다.

그런데 우리나라 불교인들은 경전 문구를 달달 외우면서도 ‘신수봉행’이라는 마지막 구절은 실천할 줄 모르는 불자들이 많은 것 같다. 신수봉행을 모른다는 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기만 했지 믿고 받들어 행할 줄은 모른다는 의미다. 일반 불자들 중에는 불교에 대한 지식이 전문 성직자보다 많이 아는 분들도 있다.

불교를 가르치고 지도하는 분들도 어려운 교리만 떠들면서 자기의 유식을 뽐낼 것이 아니라 부처님 말씀 한 구절이라도 새겨듣고 신수봉행 하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 입으로는 돈오니 돈수니 하면서 단박에 성불할 것처럼 큰 소리 치고, 간화선이 좋으니 묵조선이 좋으니 떠들어 봐야 불자로서의 기본 생활 태도가 부실하면 다 공염불에 불과하다. 1700여년의 역사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들어온지 기껏해야 100~200년 남짓된 외래종교에 밀리는 것도 따지고 보면 여시아문만 있지 신수봉행은 걸음마 단계에 있었던 것 때문은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한다.

매일같이 수많은 불교 행사가 이뤄지고 매일같이 창립법회다, 설립법회다 하면서 불교단체가 만들어지지만 제대로 결실을 거두는 경우가 드물다. 자신의 얼굴을 알리고 이름 내는 데만 급급해 치르는 이러한 일회성 행사들이 여시아문만 읊조리지 신수봉행을 제대로 하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다.

불교가 개인적인 해탈은 물론이고 일반 대중들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행복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는 관념적인 불교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의 실천이 무엇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도 그러한 것이다. 일상생활에서의 행위 하나하나가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징검다리가 되어야 하고 사다리가 되어야 한다. 일상에서의 오계 준수와 육바라밀의 실천 없이는 진정한 불자라고 할 수 없다.

특히 불교의 오계는 불교인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함께 지켜야 할 생활규범이라 할 수 있다. 불교의 교리가 모두 그렇듯 불교의 오계도 어느 한정된 시간이나 지역에만 통용되는 그러한 것이 아니라 시공을 초월한 보편타당한 윤리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자들이 오계를 지키는 것은 불교 실천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며 오계의 실천 없이 불제자임을 내세우는 것은 자기기만이라고 할 수 있다.

불기 2560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우리 불자들 모두가 ‘여시아문’을 통해 바르게 불교를 배우고 ‘신수봉행’을 통해 자신의 일상에서부터 부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화령정사 총지종 교육원장·철학박사 padmalee@hanmail.net
 

 [1343호 / 2016년 5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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