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수기 공모 대상 수상소식에 수화기 너머는 잠깐 울먹였다. 황성희(53·혜안월) 불자는 “감사하다. 수기를 쓰면서 기도했다”고 짧은 소감을 밝혔다. 그의 기도는 달라졌다. 딸의 건강과 자신에게만 향해 있던 기도가 세상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살려달라고 외쳤다. 딸아이 고통을 거둬 가고 어서 부처님 곁으로 데려가 청정하고 건강하게 다시 태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하지만 자신만의 딸이라는 집착을 내려놓으니 기도는 큰 서원으로 바뀌었다. 고통 속에 허우적거리는 중생을 오직 부처님만이 살릴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온전히 맡기고 나자 비로소 딸은 한 중생이 됐다. 그제야 부처님 자비를 느꼈다. 자비는 사랑이었다. 그는 아침마다 300배를 올리고 원을 세운다.
“삼세 모든 불보살님을 위해 이 기도를 바칩니다. 일체중생 행복을 위해 이 기도를 바칩니다. 몸과 마음의 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세상 모든 중생들을 위해 이 기도를 바칩니다.”
그는 28년 동안 2살 지능으로 살아가는 딸이 삶의 전부였다. 딸이 아플 땐 자신만 남겨두고 떠날까 두렵고 무서웠다. ‘법화경’을 독송하고 합천 해인사 백련암에서 3000배 기도하며, 매일 수행과 기도삼아 300배를 하면서 삶은 사랑과 평온이 충만해졌다.
“인생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불행하다는 생각 속에 갇혀 살았습니다. 수기를 쓰면서 인생의 힘들었던 부분들을 정리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당선 유무를 떠나 수기를 쓰고 나니 가벼워졌습니다. 수행하고 기도하면서 바뀐 삶이 가져다주는 변화를 세상에 회향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직 출근 전 300배, 한 달에 한 번 백련암 3000배 수행정진을 놓을 수 없다. 백련암에 가지 않는 주말에는 스스로 1000배를 한다.
그는 “아이는 많이 좋아졌다”며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아이는 그동안 미안하고 소홀했던 것들에 최선을 다해 사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음악심리치료사다. 딸과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대상자다. 오늘도 그는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만난다. 음악을 도구로 그들의 아픈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며 자신이 받은 것을 회향하기 위해 노력한다. 매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신 안에 있는 사랑과 평온을 전하기 위해 애쓴다.
그는 “다른 것 없다”며 “제가 만나는 사람들 마음과 몸이 아프다. 나를 통해 행복해지고 평안해지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343호 / 2016년 5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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