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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비친 당신이라는 부처님 이야기

  • 출판
  • 입력 2016.05.12 10:13
  • 수정 2016.05.1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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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그런대로 안녕하네’ / 지찬 스님 지음 / 들녘

▲ 평범할지 모르는 일상 중 한 장면이 만화로 그려지니 따듯해진다. 노스님 배려하는 젊은 수행자 마음이 고맙다. 그 틈새엔 무릎 치게 만드는 재치와 유머가 스몄다. 퍽퍽한 현대인들 마음에 쉼표 하나 찍는다.

노스님이 청했다.
“자꾸 모르는 중이 전화해서 난감하네. 자네가 확인 좀 해주게나.”
“스님. 모르는 중이 자꾸 전화해서 힘드셨군요. 가끔 제게도 전화하는 중이에요.”
‘부재중 전화 12건.’ 노스님 휴대폰에 찍힌 ‘모르는 중’의 이름은 ‘부재중’이었다.

평범할지 모르는 일상 중 한 장면이 만화로 그려지니 따듯해진다. 노스님 배려하는 젊은 수행자 마음이 고맙다. 그 틈새엔 무릎 치게 만드는 재치와 유머가 스몄다. 퍽퍽한 현대인들 마음에 쉼표 하나 찍는다.

시선 닿는 곳에 마음 있다. 쉽게 지나치고 피곤하다고 치부했던 관계들 속에 소소한 깨달음 있고 따듯함 있고 웃음 있다. 지찬 스님 시선은 여기에 닿았다. 출가수행자로 세간 속에 살 부대끼고 살아가면서 나름 숨 고르는 법을 알았다. 회향하고 싶었다. 마침 생활 속 작은 깨달음을 발견할 때 ‘어라?’하고 돌이켜 사유하는 데서 착안한 캐릭터가 있었다. 2등신 스님 ‘어라 스님’이다.

지찬 스님은 ‘어라 스님’이 겪는 일상을 만화로 엮어 ‘어라, 그런대로 안녕하네’라는 책으로 펴냈다. 마음수행, 자아성찰, 사회, 공감과 소통, 일상 등 5개 큰 테마에는 소박하고 따듯한 시선이 포착한 92개 에피소드가 있다.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어라 스님’은 지찬 스님 자신이기도 했고 우리네 삶의 다양한 군상들이었다. 부처님 모습에 비춰진 우리였다.

▲ 지찬 스님은 그냥 바라봐도 노를 저어 봐도 일어나는 번뇌의 고해(苦海) 위에서 중심 잡는 이유를 친근한 캐릭터와 따듯한 그림으로 표현했다.

오후불식 수행하는 도중 도반들 공양소리가 아귀 같았다는 경험에서 결핍이 만드는 탐욕을 성찰했다. 낙엽더미에 불 붙이는 노스님이 ‘불 들어갑니다. 낙엽보살님’하는 장면에서 쓰레기 태우듯 하지 않는 마음을 봤다. 지하철역에서 코스프레(게임이나 만화 속 등장인물로 분장해 즐기는 일)하는 사람들 보며 부처님 코스프레하는 스님들도 진짜 삶을 찾자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냥 바라봐도 노를 저어 봐도 일어나는 번뇌의 고해(苦海) 위에서 중심 잡는 이유를 친근한 캐릭터와 따듯한 그림으로 표현했다.

위트 넘치는 유쾌함도 있다. 군장병들 앞에선 ‘어라 스님’은 ‘제대로 위로하기’라는 법문 주제에 이렇게 말한다.

“군인 여러분! 여러분은 곧 제대를 하지요? 저는 제대가 없어요. 대승불교에서는 세세생생 보살도 이거든요. 자타일시성불도입니다. 나 자신도 성불하기 어려운데, 여러분 다 성불할 때까지 같이 노력하고 기다려줘야 해요. 여태 누구도 해주지 않은 ‘제대로 위로’가 됐지요?”

‘남의 불행은 곧 내 행복’이라는 웃지 못할 속설을 대기설법처럼 풀어냈다. 그래서 장병들은 ‘안됐다’를 연발하며 자신의 처지에 고마워했다.

▲ '어라, 그런대로 안녕하네'
지찬 스님은 “만화로 합장하는 수행자의 작은 발원”이라고 했다. 수행자이자 생활인으로서 느끼는 즐거움과 행복을 표현한 만화에 담긴 불교가 친근하게 다가가길 바랐다. 그래서 생활 곳곳에서 부딪히는 경계들이 드러난 만화에는 ‘어라?’하고 돌이켜볼 수 있는 쉼표가 있다.

김동범 카투니스트가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가 곧 깨달음이요, 진리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며 이 책을 추천한 이유다. 1만2000원.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344호 / 2016년 5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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