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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 당신의 지친 삶에 쉼표가 필요하다면

  • 불서
  • 입력 2016.05.14 15:05
  • 수정 2016.05.2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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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학교’ / 정념 스님/ 모과나무

▲ '출가학교'
출가는 세속의 욕망을 멈추는 일이다. 온갖 욕망과 번뇌로부터 해방돼 영원한 행복과 자유, 최상의 평화를 향한 새로운 한걸음을 내딛는 일이다. 출가는 결연함이다. 무명초라는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일생을 먹물 옷을 입은 채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며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서원의 삶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출가는 가장 위대한 선택이지만 동시에 일반인에게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이러한 출가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었다. 주지 취임 첫해인 2004년 1개월 과정으로 문을 연 출가학교가 그것이다. 정념 스님은 세상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슬픔과 번민은 숙명이 아닙니다. 당신은 얼마든지 그 슬픔과 번민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고뇌로부터 훌쩍 벗어난 삶, 아무런 조건 없이도 기쁨이 충만한 삶,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온한 삶, 그런 해탈과 열반의 세계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에게 한번쯤 출가해볼 것을 권합니다. 욕망의 속박에서 한 번도 벗어나본 적이 없는 사람은 끝내 열반의 평온함을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국민소득 3만여 달러에도 행복지수는 하위권을 맴돌고, 학력이 높아지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그것이 곧 행복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엄연한 현실. 이런 상황에서 출가학교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한 달간의 단기출가는 자신과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출가학교에는 일반 불자들은 물론 정치인, 교수, 의사, 변호사, 시인, 음악가들도 적지 않았다. 미국이나 아르헨티나 등 외국에서 출가학교에 입학한 이들도 있었다.

일단 출가학교에 입학하면 과거의 이력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모두가 똑같이 머리를 깎고 스님과 같은 생활을 했다. 새벽예불을 시작으로 하루 종일 몸을 움직여야 하는 정진과 공동체 생활은 자기 내면과 더불어 타인과의 관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더 비우고 낮추는 수행생활의 내적 변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출가학교는 세속을 떠남으로써 세속을 직시하도록 했고, 채움이 아닌 비움으로서 넉넉해질 수 있음을 체득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이렇게 시작된 출가학교는 지난 13년 동안 3000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거쳐 갔고, 이 가운데 출가자도 150여명이나 배출됐다.

▲ 2004년 문을 연 출가학교는 지금까지 3000여명이 참여했으며, 150여명의 출가자를 배출했다.

‘출가학교-처음 만나는 자유’는 정념 스님이 비움이라는 출가정신과 낮춤의 수행정신에 행복의 비결이 있음을 밝힌 책이다. 또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기라는 수행자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제1부 ‘출가-집을 나서다’에서는 지금 우리들의 삶을 진단하고 있다. 스님은 ‘나’라고 하는 것과 ‘내 것’이라는 것을 움켜쥐고 집착과 번뇌를 키우기 때문에 행복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출가가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하고 외로움의 세계라고 잘못 알고 있는 출가에 대한 오해도 풀어주고 있다. 제2부 ‘입산-산에 들다’에서는 그동안의 삶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삶을 위한 연습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제3부 ‘수도-새 길을 가다’에서는 출가학교 정진 프로그램을, 제4부 ‘하산-길을 나서다’에서는 다시 세상 속으로 나아갔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각각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출가가 2500여년이라는 시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부처님과의 만남을 의미하며, 그 시간이 경이로운 체험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특히 출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 새로운 삶의 방식, 새로운 삶의 목표라는 인생의 나침반 세 가지를 선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만6000원

이재형 기자 mitra@naver.com

[1344호 / 2016년 5월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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