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범일동에는 각종 물품을 거래하는 도매시장인 자유시장과 평화시장이 있다. 자유시장에는 신발, 옷, 꽃과 소품 등이 판매되고 평화시장에는 생필품, 설비와 관련된 다양한 자재가 취급된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로 인해 도매상은 갈수록 규모가 축소되는 실정이다. 세월이 흐르고 부침의 역사가 반복되는 가운데 시장의 많은 사람들도 바뀌었다. 하지만 두 시장에는 변치 않는 전통이 있다. 바로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면 시장 일대에 내걸리는 형형색색의 연등이다.
자유시장과 평화시장의 연등은 20년 전인 1996년 불자 한 사람의 소박한 원력으로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당시 시장 상인이었던 장유정 미소원 이사장이 상인 도반들에게 제안해 시장 앞 대로에 연등을 달게 된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시장 일대를 연등빛으로 장엄하는 것은 물론 등공양금을 어렵고 힘든 이웃과 단체에 보시하는 나눔의 뜻도 깊었다. 장 이사장에 따르면, 시장 곳곳을 누비며 모연을 하면 처음에는 아는 얼굴이라 마지못해 동참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상인들이 먼저 “올해는 언제 등을 달 예정인가?”라고 물으며 등공양금을 선뜻 내놓는 등 어느새 시장의 연중행사로 정착이 됐다. 장 이사장은 해마다 이들 명단을 들고 일이 끝난 뒤 늦은 밤 옥련선원을 찾아 직접 상인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축원기도를 올렸다는 후문이다.
그러한 공덕이 모이고 모인 덕분이리라. 세월이 흘러 장 이사장은 시장을 떠났지만 자유시장과 평화시장의 연등공양은 그대로 정착이 됐다. 자유시장은 연등회라는 신행모임이, 평화시장은 불자회가 자발적으로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등을 모연해 거리에 연등을 밝히고 나눔을 실천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 평화시장불자회는 5월4일, 자유시장연등회는 6일 각각 봉축 연등공양 20주년을 맞아 기념법석을 마련했다. 시장 주차장에 야단법석을 연 자유시장연등회는 기장 묘관음사 주지 서강 스님을 초청해 감로 법문을 듣고 상인들을 위한 경품 이벤트도 마련했다. 부산 성암사에 쌀을 보시하는 등 나눔 실천도 한결같았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44호 / 2016년 5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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