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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을 유기하기 힘들어요

기자명 법륜 스님

저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우리 학교는 성적순으로 여섯 개의 반으로 나누어서 보충수업을 합니다. 제일 높은 특별반에 들어가려면 1등급을 받아야 합니다. 특별반에 들어가야겠다는 목표를 세워 열심히 했더니 1학기 초에 그 목표를 이루었습니다. 특별반이 되고 며칠은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날이 가면 갈수록 힘들어졌습니다. 특별반 아이들은 공부도 잘하고, 부모님을 따라 외국생활도 하고 외국여행도 많이 다녀서 그런지 프라이드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그런 아이들 속에서 공부하려니 너무 위축됩니다. 내가 제일 못하는 것 같고, 숨소리도 안 내고 공부하는 아이들이 무섭고 숨이 막힙니다. 그렇다고 특별반이 싫어서 아래로 내려가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보충수업을 하지 않자니 미래가 불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점점 스트레스가 쌓여서 건강도 나빠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1등급 매달리면 스트레스
삶에서 성적순 도움 안돼
하고픈 공부에 매진하길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선택해야 합니다. 고등학생일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성적, 즉 등수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건강하고 의식이 똑바르고 심리가 안정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질문자가 계속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경과민이 되어 저절로 성적이 떨어지고 아랫반으로 밀려 내려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것보다는 질문자가 자발적으로 아랫반으로 내려가는 게 낫습니다. ‘공부는 잘 하지만 아래 반으로 가야겠다.’ 이렇게요.

그러니까 등수에 너무 얽매여서 공부하지 말고 열심히 하되 편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내가 1등급을 하고 싶은데 2등급으로 떨어지면 기분이 나쁘지만, 내가 1등급이 싫어서 내 발로 2등급에 가면 2등급에 있다고 열등의식이 생기지 않습니다. 1등급에 매달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2등급에 가려면 가능하면 성적이 내 실력보다 낮게 나와야 합니다. 내 실력이 100이면 성적은 한 80쯤만 나와야 하는 것이지요.

만약 운이 나빠서 성적이 잘 나오면 사퇴해야 되나, 그냥 다녀야 되나? 그냥 다녀야 돼요. 나한테 주어진 걸 일부러 뺄 필요는 없어요. 그러니까 목표는 2등급에 두고 2등급이 되면 다행이고 재수 없어서 1등급이 되면 그냥 다니는 거예요.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2등급이 되면 두 번째 반에 들어가면 됩니다.

내가 유지하는 1등급은 놀아도 1등급이 되는 그런 1등급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편안하게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등급이 되는 데를 찾아가야 합니다. 농땡이 칠 필요도 없고 일부러 죽기 살기로 할 것도 없습니다. 공부는 하기 싫고 등수는 잘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 충분히 이해는 돼요. 모든 사람이 다 그러니까. 그런데 고등학교 때 몇 등 했는지는 세상에 나가서 살아갈 때 아무 도움이 안 돼요. 문제는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어서 공부를 했느냐입니다. 신기하고 재밌어서 공부를 하면 시험에는 틀리는 게 많아서 점수가 낮게 나와도 세상에 나가면 귀중하게 사용될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것을 오직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공부를 하면 그건 시험 끝나면 없어져버려요.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좋아 보이겠지만 인생 전체로 보면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결국 세상에 나가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질문자가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어서 공부를 해야 나중에 사회에서 써먹을 일이 생깁니다. 그러니 한번 쓰고 버리는 공부를 할 것인지, 영원히 사용될 수 있는 공부를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시험에 연연하지 말고 ‘고등학생이 이 정도는 알아야 돼, 상식이니까.’ 이런 마음으로 공부를 하고 지금부터는 성적이 잘 나오고 안 나오고는 별로 신경을 안 쓰면 편안해져요.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1345호 / 2016년 6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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