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라서요?”
“아뇨. 웹툰 작가로서요.”
“둘 다 없어요.”
“아들 녀석이 인기 없으니 안 간다고 해서….”
웃음이 터졌다. ‘어라, 그런대로 안녕하네’(들녘) 저자 지찬 스님이 졸지에 ‘인기 없는 스님, 인기 없는 작가’가 됐다. 그래도 스님과 청중 모두 웃었다. 목사가 초청한 자리에 스님이라는 이색적인 만남도 한 몫 거들었다. 스님이자 만화가로서 일상, 그 속에서 만난 인연들이 가져다 준 작은 깨달음도 웃음을 만들었다. 갸웃 아닌 끄덕임과 함께.
부천 ‘언덕위광장’ 도서관에서
스님·만화가로서 삶 소개하며
일상 속 작은 깨달음으로 소통
스님은 교회이자 도서관에서 자신의 삶을 차근차근 풀어나갔다. 만화를 그리는 작은 인연은 만행이라는 또 다른 운수행각이라 여겼다. 선방에서 수행하며 고무신에 그린 그림에서 시작된 만화가로서 출발부터 카카오톡 이모티콘과 책 출판까지 위트 섞어 이야기했다. 10여명 남짓한 청중들은 때론 웃음으로 때론 진지하게 때론 박수로 응원하며 공감했다.
“겨울 선방에서 정진할 때 처음 눈으로 ‘눈사람 부처님’을 만들었어요. 가사도 입히고 정성 들였죠. 녹아가는 모습에서 생로병사를 보면서 열심히 수행도 하고 향도 태우며 수행 지남철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새들은 빵가루 뿌려놓지 않으면 오질 않더라고요. ‘아, 중생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해주지 못할 때 부처님도 대접받지 못하는 구나’ 깨달았어요.”
그래서 지찬 스님은 어라 스님 캐릭터로 대중에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했다. 만행처럼 세속 인연 속에서 작은 깨달음을 길어 올렸다. 카페서 만화를 그려주니 컵을 만들어 주던 사연, 비구스님이 성신여대에 다니며 만화를 배운 일들 속에서 소통을 배웠다고 했다. 특히 스님은 요요를 좋아하는 청년들이 생계라는 현실적 고민의 벽에 부딪혔던 영상에서 ‘안녕하는 방법’을 넌지시 일렀다.“요요 묘기를 보고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에서 자신도 행복을 느끼고 그 일에 몰입한다면 안녕한 게 아닐까요? 만화가 아직 그 단계는 아니지만 저 역시 미얀마로 태국으로 수행을 떠나며 만화가로서 스님으로서 정체성에 방황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시간을 견디고 나니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출시하고 만만한 뉴스도 창간했죠. 병원 자원봉사, 기부, 달력보시 등 사회에 공헌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굳이 이런 고생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방황이 작은 깨달음과 행복, 또 다른 책임감을 주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그만두는 나이가 있나요?”
지찬 스님은 번뇌, 즉 보리라는 가르침을 꺼냈다. 번뇌나 고통, 고민, 아픔, 슬픔 등이 힘들지만 자신을 깨달음으로 이끌어주는 요소일 수 있다고 했다. 같은 종교인으로서 사랑과 자비, 공동체의 아픔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 지찬 스님을 초청했던 남태일 목사는 밝게 웃었다. 청중도 박수로 지찬 스님 강연을 격려했다. 저자 사인을 받는 청중들 얼굴은 더 없이 즐거웠다.스님은 보살심이 ‘안녕하는 자세’라고 했다. 자신에게 아픔을 주는 이에게도 향기를 전하는 꽃처럼….
“손으로 꺾는 이에게/ 향기를 주는/ 매화꽃.”
부천=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346호 / 2016년 6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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