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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팔정도와 육바라밀 ①

기자명 김정빈

초기불교 핵심교리 되짚어야

한국불교가 포함된 대승불교의 경전들은 어마어마한 양을 종교적 실천에 할애하고 있고, 그를 본받아 한국불교 지도자들의 설법 또한 어마어마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그렇지만 실천과 관련된 그 어마어마한 말씀들이 실제 현장에서는 미약한 결과를 나타낸다. 경전과 설법이 크면 클수록 실천은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약화된다는 의미이다.

이해·결심·실천 이어지는
단순한 사성제 팔정도 체계
장대하지만 실천 저하시켜
설법 풍토도 이젠 바꿔야

말이 많은 사람보다는 말수가 적은 사람이 실천력이 강하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사실이다. 말은 미약한 실천을 메꾸려는 방편으로 많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점이 대승 경전과 한국불교의 현장에도 일정 부분 적용된다. 필자는 대승불교의 장점을 말하는 부분에서 대승불교가 얼마나 장대한 목표를 가졌는지, 얼마나 열정적으로 시작되었는지를 감탄 어린 어조로 말한 바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실천에서는 약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장대한 목표, 열정적인 웅변은 위대하지만 거꾸로 장대하므로 실천하기 어렵고, 열정적이기 때문에 쉬 식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미래불교는 테라와다 불교를 참조하여 장대하게 ‘벌려놓은’ 설법을 간결하게 ‘정리해야’ 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간결하게 재편할 필요가 있다.

테라와다 불교의 실천 덕목은 잘 요약되어 있고, 누구나 따라갈 수 있는 체계로 되어 있는데, 그 점을 먼저 테라와다 불교가 따르고 있는 실천 덕목으로서의 팔정도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팔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는 자명한 진실에 기초한 실천 덕목이다. 부처님께서는 처음부터 심오한 교리를 설하시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신자가 오면 가장 먼저 널리 보시를 하여 공덕을 쌓으라고 말씀하시고, 그다음 단계에서 훌륭하게 삶을 산 사람이 가게 되는 하늘 세계에 대해 말씀하신 다음, 그다음 단계에서 선정 수행과 해탈에 대해 말씀하셨다. 이런 식으로 신자가 따라오는 데 맞추어 처음에는 쉬운 것을 배치하고, 어려운 것은 마지막 단계에 배치하셨다.

당연히 쉬운 단계에 속하는 사람은 많고, 어려운 단계에 속하는 사람은 적다. 그러다 보니 부처님의 설법은 대부분이 쉬운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을 위해 베풀어졌고, 그에 따라 초기불교 경전의 대부분도 이에 할당된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

같은 의미에서 초기불교의 기본인 사성제와 팔정도 또한 모든 단계의 사람이 다 동의할 수밖에 없는 단순명료한 기초 위에서 설해졌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은 실천이 ‘머리’가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팔정도에는 이에 기초하여 여덟 덕목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인간이 어떤 일을 행할 때는 먼저 상황에 대한 ①이해를 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②생각을 한 다음 그로써 얻은 결론을 바탕으로 ③결심을 하는 ‘머리’의 단계를 거쳐 ‘몸’으로 실천을 하게 되며, 팔정도에는 이들 단계가 잘 반영되어 있다.

팔정도의 맨 처음 덕목은 정견이며, 이는 상황에 대한 이해에 해당하고, 두 번째 덕목인 정사는 생각과 결심에 해당한다. 팔정도는 이렇듯 머리를 앞에 배정하고, 그에 뒤이어 정어, 정업, 정명 등 몸으로 실천하게 되는 덕목으로 이어져 있다.

팔정도는 몸으로 실천하는 덕목 또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언어를 맨 처음에 배정하고, 그보다는 실천하기 어려운 정업을 그다음에,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정명을 마지막에 배치하고 있다. 그러고 나서 이들 모든 덕목과 뒤에 이어지는 덕목에 모두 적용되는 정정진이 배치되어 있고, 마지막으로 명상 수행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맑히는 정념과 정정이 배치되어 있다.

그렇다면 팔정도의 여덟 덕목이 완성되면 어떻게 될까. 그때 수행자는 맨처음 덕목인 정견으로 돌아온다. 물론 그때 그가 돌아온 정견은 출발할 때의 정견(聞慧: 들어서 얻은 지혜)이 아니라 깨달음으로서의 정견(證慧: 체험으로 얻은 지혜)이다. 이렇듯 팔정도는 누구나 경험하고 있는, 따라서 잘 이해되는 체계로 짜여져 있다. 그에 비해 대승불교 수행법인 육바라밀에는 ‘머리’의 부분이 없고, 이 때문에 육바밀은 팔정도보다 실천력이 떨어지는 점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이어서 검토하기로 하겠다.

김정빈 밝은불교신행원장 jeongbin22@hanmail.net
 


[1345호 / 2016년 6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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