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척 흥전리사지서 통일신라 국보급 정병 찾았다

  • 성보
  • 입력 2016.06.02 14:59
  • 수정 2016.06.09 19:58
  • 댓글 1

문화재청·불교문화재硏, 현장설명회
훼손되지 않은 완벽한 상태로 출토
통일신라시대만의 정병 양식 규명
고려시대 정병 연구 가교역할 기대
흥전리사지 발굴 넘어 복원 필요

▲ 삼척 흥전리사지에서 발견된 국보급 정병.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국보급 정병이 완벽한 상태로 발굴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국보 제92호 청동 은입사 포류수금문 정병(11세기)보다 200여년 앞서 제작됐다는 점에서 그동안 공백으로 남아 있던 9~11세기 정병 양식 발전 양상을 연구하는 데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과 불교문화재연구소는 6월2일 강원도 삼척 흥전리사지에서 발굴현장 설명회를 개최하고 청동정병 2점을 공개했다. 정병은 감로수를 담는 물병을 일컬으며 스님이 반드시 지녀야하는 십팔물(十八物) 가운데 하나다. 부처님에게 정수를 올리는 공양구로도 쓰였다.

청동정병 2점은 3차 흥전리사지 발굴조사 중 1호 건물지 구들장 안에서 훼손되지 않은 완벽한 상태로 발견됐다. 청동정병은 불교가 융성했던 통일신라에서 고려시대에 주로 제작됐는데,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통일신라시대 청동정병은 군위 인각사 발굴조사 시 일부 훼손된 상태로 출토된 2점과 부여 부소산에서 공사 중 수습된 1점 등 3점에 불과하다. 군위 인각사 청동정병 등 기존에 확인된 통일신라시대 유물들이 8세기 후반의 작품인 반면 흥전리사지 청동정병은 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보 제92호인 청동 은입사 포류수금문 정병과 청자로 만들어진 국보 제66호 청자 상감연지원앙문 정병, 보물 제344호 청자 양각갈대기러기문 정병보다는 제작 시기가 앞선다.

▲ 불교문화재연구소 관계자가 흥전리사지에서 정병 발굴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화재청과 불교문화재연구소는 흥전리사지 청동정병을 통해 정병 양식의 발전 양상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군위 인각사 청동정병이 긴 첨대와 두꺼운 환태, 직선의 몸체 등 중국 양식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면 흥전리사지 청동정병는 짧은 첨대와 완만한 몸체 등 통일신라시대만의 양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통일신라가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창적 양식을 구축했다는 점을 입증하며 고려시대의 활발한 정병 조성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가교역할까지 한다는 설명이다. 또 경주를 중심으로 한 통일신라시대 불교세가 선림원지 등 강원지역 선종사찰로 전파되는 과정을 규명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불교문화재연구소 측은 “광복 이후 국내 출토 통일신라시대 정병 가운데 가장 완벽한 작품”이라며 “통일신라시대 정병의 전형양식을 파악할 수 있는 동아시아 정병 연구의 가장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응천(동국대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도 “통일신라시대 정병이 깨진 곳이나 녹슨 곳 하나 없이 완벽한 상태로 발견됐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며 “불교미술의 전파 루트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통일신라시대 정병의 기원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동정병 2점의 보존처리와 정밀분석은 국립문화재연구소(보존과학센터)에서 진행된다. 이와 더불어 미술사적 연구를 통해 유물의 가치를 규명하고 청동공예의 양식적 변천 과정 등을 밝혀내는 연구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 문화재전문가들은 "이 정병이 국보 제92호 청동 은입사 포류수금문 정병(11세기)보다 200여년 앞서 제작됐다는 점에서 그동안 공백으로 남아 있던 9~11세기 정병 양식 발전 양상을 연구하는 데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3차 발굴조사 과정에서 청동정병뿐 아니라 다량의 유물들이 발견됨으로써 흥전리사지가 당대의 위세 높은 사찰이었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평가다. 앞서 흥전리사지에서는 금당지, 탑지 등 주요 가람시설이 확인됐는데, 특히 신라시대에 왕이 임명하는 승단 최고 통솔자인 ‘國統(국통)’이 새겨진 비편을 비롯해 섬세하고 화려한 장식의 금동번(깃발) 등 중요 유물이 출토됐었다. 올해 4월11일부터 시작된 3차 조사에서는 청동정병과 금동장식판, 철과, 철정, 귀면와, 곱새기와, 막새, 평기와 등 유물이 대거 발견됐다.

불교문화재연구소장 일감 스님은 “앞으로도 문화재청과 긴밀한 관계 속에서 발굴작업을 지속해 흥전리사지가 지닌 역사적 의미를 밝혀나가겠다”며 “발굴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복원으로까지 나아가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불교문화재연구소와 함께 2010년부터 5400여개 옛 절터에 대한 현황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 결과 학술적·문화적 가치가 높은 중요 사지를 선별해 2013년부터 발굴조사를 병행해왔다.

삼척=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46호 / 2016년 6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