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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종교, 진정한 환골탈태 고민할 때

기자명 이병두
  • 기고
  • 입력 2016.06.07 12:30
  • 댓글 0

최근 가까운 벗이 카카오톡으로 보내준 3분이 채 안 되는 짧은 동영상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이 영상은 우화(寓話)를 바탕으로 만든 ‘솔개 이야기’인데, 실제와 거리가 먼 꾸며낸 내용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한국 불교와 종교계에 주는 메시지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대강 줄거리는 이렇다. 장수의 상징인 솔개는 70년을 살기도 하는데, 40년 무렵 부리와 발톱이 노화해 더 이상 먹이를 사냥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이 온다. 이때 솔개 앞에는 먹이를 사냥할 수 없는 상태 그대로 죽을 날만 기다리거나 혹은 고통스러운 혁신의 과정을 거쳐서 새로 태어나는 것, 이 두 가지 선택이 있다. 만약 새로 태어나는 길을 택한 솔개라면 먼저 자신의 낡은 부리를 바위에 쳐 깨뜨린 후 새로운 부리가 서서히 돋아나도록 한다. 그 다음에는 새로 나온 부리로 굽은 발톱과 깃털을 하나하나 스스로 뽑아낸다. 뽑아낸 발톱과 날개는 새롭게 자라난다. 고통스러운 환골탈태의 기간을 보낸 솔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해 새로운 30년의 삶을 맞이한다고 한다.

한국 불교와 종교계도 이런 처절한 자기 점검과 환골탈태(換骨奪胎)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지난 5월23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통기독교 국가인 영국에서 종교를 갖지 않은 무종교 인구가 기독교 인구를 압도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140년 된 가톨릭 시카고 교구의 주교좌 성당이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유럽의 수백 년 된 수도원들이 숙박 위락 시설로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과연 한국불교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강 건너 불’일까. 아닐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전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제 젊은 세대들은 절이나 교회(성당 포함)에 가서 무릎 꿇고 기도하고, 부처님이나 예수님의 말씀을 스님과 신부·목사님에게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젊은 세대의 종교성 자체도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지만, 혹 종교에 관심이 있더라도 책을 통하거나 인터넷에서 필요한 내용을 찾아서 읽고 듣는 편을 선호한다(심지어 ‘네이버가 전지전능한 신’이라는 말까지 있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차원이 아니라 현실이다. 이 현실을 무시한 채 거대한 종교 시설을 짓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 한국 종교계가 두루 펼치고 있는 사업이니, 이런 점에서만 보면 한국의 종교들은 사이가 좋다고 해도 될 것 같다.

가톨릭에서는 대구대교구 주교좌 성당을 새로 짓는데 4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었다고 하며, 개신교에서도 경쟁적으로 수십 층 높이의 성전(聖殿)을 세우는 열풍이 멈출 줄 모른다. 불교계에서는 아직도 ‘동양 최대’와 ‘세계 최대’ 불상 조성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 거대한 시설들이 부처님과 예수님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하고 그 가르침 덕분에 세상 사람들이 안락과 평화를 누리게 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까?

포탄 한 방에 무너져 내린 세계 최대의 바미얀 대불이 보여준 ‘무상’의 가르침까지 거론하지 않겠다. 그 안에 들어가 성스러운 말씀을 듣고 기도할 사람들이 줄어드는데 웅장한 건물을 지었다가 그것을 어떻게 유지·보수하려고 하는가. 이건 매우 현실적인 걱정이다. 신도가 줄어들어 보시금이나 헌금으로 이 시설을 지켜낼 수 없게 되면, 유럽이나 미국에서처럼 부동산 시장에 내다 팔아버리려는가, 아니면 정치권과 타협해 그것들을 문화재로 지정받고 정부에서 그 유지 보수비를 타낼 수 있다고 믿는가?

위 우화에 등장하는 솔개처럼 부리를 새로 나오게 하기 위해 바위를 쪼아대고, 자신의 발톱을 뽑아 새 발톱을 나오게 하려는 처절한 성찰과 고통의 감내가 없이 한국 종교들이 현재와 같은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그것은 각 종교의 지도자들이 매우 어리석거나 아니면 잘 알면서도 신도들을 속이는 파렴치한 양심 불량자들일 가능성이 높다. 어리석어서 그렇다고 해도 문제이지만, 신도들을 속이는 양심 불량이 그 배경이라면 이건 그냥 봐줄 수 없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346호 / 2016년 6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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