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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차에 아킬레스건 손상…5년째 수술 치료

  • 상생
  • 입력 2016.06.07 14:17
  • 수정 2016.06.07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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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화계사·법보신문 이주민돕기 공동캠페인

▲ 아킬레스건 손상으로 5년 째 수술과 치료를 반복 중인 파라나씨는 건강한 다리로 두 딸과 뛰어놀 그날을 꿈꾼다.

스리랑카 출신 파라나(35)씨가 아픈 곳은 발목이 아니라 가슴이다. 사고로 아킬레스건이 손상된 그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 세산디(7)에게 두발로 걷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공원을 제대로 산책한 적도, 자전거를 함께 탄 기억도 없다. 딸에게 파라나씨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매일 목발을 짚고 다니는 아픈 아빠일 뿐이다. 파라나씨는 딸에게 좋은 추억도, 예쁜 사진도 남겨주지 못한 것만 같아 그저 가슴이 아프다. 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5년째. 하지만 발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재발로 인한 수술만 반복하고 있다.

스리랑카 이주민 파라나씨
지게차 사고로 발목 손상
다리 불편한 남편 대신해
만삭인 아내 칼하리씨가
모텔 청소하며 생활비 벌어

2011년 봄, 전북 부안의 한 공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던 파라나씨는 작업 도중 왼쪽 발목이 지게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공장 의료실로 옮겨져 간단한 검진을 받았다. 발목이 약간 부어 있을 뿐 외관상으로 큰 문제가 보이지 않자 의료실 측에서는 당분간 쉬라고만 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발목 부기는 여전했다. 작은 동네병원을 거쳐 큰 병원으로 옮겨 각종 검사를 하고 나서야 아킬레스건 손상으로 수술해야 하는 상태임을 알게 됐다. 딸 세산디가 태어난 지 100일이 막 지났을 때였다.

수술과 깁스 생활로 수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깁스를 푼 이후에도 파라나씨는 제대로 걷지 못했다. 몇 걸음만 옮겨도 발목이 퉁퉁 부어오르기 일쑤였고 목발을 짚고 다니는 것도 힘에 부쳤다. 병원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하자 일도 당연히 할 수 없었다. 비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불법체류 신세가 된 부인 칼하리씨가 간간이 하는 아르바이트로 세 가족이 겨우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2년이 넘어가자 이들 부부를 안타깝게 생각한 이웃들이 먼저 나서 병원을 수소문해줬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아킬레스건 전문의가 있다는 소문 하나만 듣고 연고 없는 대구로 이사했다. 병원 근처 한 달에 27만원짜리 월세방 하나를 얻고 치료를 시작했다. 3년 동안 대구에서의 생활은 부안에서보다 더 열악했다. 친구 한 명 없는 도시에서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구하기가 힘에 부쳤다. 칼하리씨는 몸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 일자리를 구하고자 신발이 다 닳도록 뛰어다녔다. 그렇게 넉 달 만에 겨우 모텔 청소 일자리를 구했다. 세 식구의 생활을 책임져 줄 수 있는 소중한 일터였다.

그렇게 대구 생활 3년이 다 돼갈 무렵 파라나씨 가족에 기쁜 소식이 날아왔다. 첫째 세산디를 낳고 6년 만에 둘째 아이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당장 생계가 힘들었던 파라나씨에게는 기쁨과 동시에 걱정도 왔다. 가장으로서 당장 생계를 꾸려나갈 수 없는 이 상황이 너무나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오랜 병원 생활로 심신도 약해진 상황에서 자신의 처지가 한스러워 눈물만 흘렸다.

하지만 부인 칼하리씨는 그럴수록 더욱 강하게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만삭이었던 한겨울까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모텔 청소를 이어갔다. 예정일이 겨우 며칠 남았을 때까지 세 가족과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일했다. 그리고 올해 초 둘째 딸 아윈디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파라나씨는 부인으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당차게 살아가는 칼하리씨의 모습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다 포기하고 좋지 않은 생각마저 했었다는 파라나씨는 두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 어서 일어나야겠다는 마음뿐이다.

지난 5월28일, 파라나씨는 희망을 품고 유착박리시술을 위해 다시 한 번 수술대에 올랐다. 앞으로 2주 이상 상태를 살펴봐야 하지만 지난 수술에 비해 훨씬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 기분이다.

파라나씨의 소망은 두 가지다. 건강한 다리로 두 딸과 자전거를 타는 것, 그리고 어서 건강을 회복해 한국에서 고생만 하는 칼하리씨의 짐을 덜어주는 가장이 되는 것이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파라나씨는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오늘도 마음을 다잡는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4

대구=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346호 / 2016년 6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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