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 먹을거리, 바른 마음으로 얻기

기자명 일운 스님

농사철이 되면 무엇보다 날씨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 현상이 봄과 여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한 낮의 봄 더위가 여름과도 같은 날이 여러 날 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새들은 정겹게 지저귀며 노니고, 경내 가득히 행자들의 독송소리가 도량을 맑히며, 계곡물은 쉼 없이 흐르고 채소들은 잘 자라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행을 하는 그 모습이 곧 수행인 것입니다. 사찰을 오가는 길에 채소들을 보며 눈길 한 번 보내고 잘 자라길 기원하는 마음을 보태주면 그것이 보살의 마음이며 불교에서 말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실천입니다.

예로부터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 것처럼 곡식이 익고 건강한 농산물을 얻기 위해서도 온 도량의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뻐꾸기가 울어대며 깨를 심을 때가 되었음을 알려주고 소임자 스님들은 일 년 농사일에 마음이 바삐 움직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바른 먹을거리를 얻기 위해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가져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선 농부의 마음은, 땅을 고르고 씨를 뿌려 싹이 트기 시작하면 눈을 맞추고 이름을 불러주며 좋은 소리로 축복하고 손으로 어루만지고 코로 호흡을 같이하며 온 몸으로 사랑을 전해주었으면 합니다. 이 모든 행위가 식물이 자라고 커가는 과정의 거름이 되고 비료가 되어 크고 작은 자연재해에도 스스로 이겨내는 힘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왜냐하면 말 못하는 식물들도 농부에게 받은 사랑이 생존의 이유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유통자의 마음은, 농부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식 돌보듯 키운 농산물들을 감사의 마음으로 귀한 선물을 받듯이 하고 키운 정성만큼 정당한 대가로 보답하고 신의(信義)로써 인연을 맺고, 만인에게 바른 유통과정을 통해 전달하는 인연공덕을 마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와 같은 마음으로 베풀었으면 합니다. 마지막 공급 받는 자의 마음은 먼저, 음식을 만드는 자는 나를 대신하여 수고로운 모든 일을 해 주신 농부와 유통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내고, 음식 드실 분을 위해서는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마음을 내었으면 합니다. 또한 음식을 먹는 자는 밥 한 톨, 상처 난 깻잎 한 장에도 불평의 마음이 없었으면 합니다. 진심으로 오늘 이 공양을 베풀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공양을 받고 맛있게 잘 먹었으면 합니다.

이러한 각자의 역할에서 가질 수 있는 마음은 기본적인 농산물의 재배와 유통과정보다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불교의 인연법을 바르게 알고 바르게 보는 힘과 우리의 마음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참다운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의 감사의 울림이 사랑으로 실천될 때 서로가 함께 바른 성장을 하게 됩니다. 이렇듯 모두가 먹는 것 한 가지만으로도 서로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이것이 무엇보다 바른 닦음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어수리전

어수리라는 나물은 학술적인 용어로 정리된 것은 없으나 흔히 어느리, 언어리 등으로 불린다. 씹으면 고소하고 약간의 당귀향이 나는 어린잎을 스님들은 쌈으로, 나물로 자주 드시는데 이번에는 전을 부쳤다. 감자를 갈아 밀가루를 섞어 반죽을 하면 전이 더 바싹한 맛이 난다. 가지런히 간추린 어수리를 손바닥넓이로 펼친 후 감자반죽에 앞뒤로 묻히고 노릇하게 지져 초고추장을 곁들여 낸다.
 

 [1346호 / 2016년 6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