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로버트 서먼과 우마 서먼
10. 로버트 서먼과 우마 서먼
  • 알랭 베르디에
  • 승인 2016.06.0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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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불교에서 가장 유명한 부녀…티베트불교 세계화 주도

▲ 로버트 서먼과 우마 서먼은 부녀관계를 넘어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도반으로서 미국에 불교를 알리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로버트 서먼(Robert Thurman)은 미국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불교철학자이자 달라이라마로부터 티베트 스님으로 임명된 최초의 미국인이다. 그는 또한 ‘펄프 픽션(Pulp Fiction)’과 ‘킬빌(Kill Bill)’등의 영화로 유명한 할리우드의 여배우 우마 서먼(Uma Thurman)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존경 받는 불교학자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우마 서먼과 그의 형제들은 모두 어린 시절부터 가정에서 부처님의 말씀이 담긴 서적들을 읽으며 지냈고 그로 인해 그들 모두는 불교가 그들의 인생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인정한다.

로버트, 미국 최초 티베트 스님
21세기 최고의 지성으로 평가
97년, 타임지 영향력 25인 선정
미국에 티베트 하우스 설립해
달라이라마와 50년 우정 나눠

우마, 범어 ‘현명한 자’ 의미
아버지 영향으로 불자의 삶
할리우드의 대표 여배우 인기
시간 쪼개 자선·인권에 앞장
티베트 불교와 문화 전파 기여


전 세계 불교학회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로버트 서먼은 학계에서 활발한 학술 활동을 벌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평화 인권 운동가로도 열정적인 활동을 펼쳐가고 있다. 세계 각지의 대학을 돌며 카리스마 넘치는 강연을 하고 수많은 세미나의 주요 초청 인사로 연설을 하는 그는 현재 21세기 최고의 지성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에서 최고의 명문 사립 기숙학교로 꼽히는 필립 엑세터(Philips Exeter)와 하버드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그는 줄곧 티베트와 티베트불교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배경으로 그는 본격적으로 티베트 불교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동양의 몇몇 언어, 특히 산스크리트어를 전공하기도 했다.

▲ 달라이라마와 로버트 서먼.

이렇게 맺은 티베트와의 인연으로 인해 로버트 서먼은 미국에서 달라이라마와 티베트에 대한 강력한 대변인 역할을 해왔고 미국의 일반인들에게 불교가 지루하고 어려운 동양 철학이 아닌 마음을 치유하고 정화하는 생활 속의 철학으로서 이해되기까지 큰 공헌을 했다. 그의 이런 활동으로 인해 그는 1997년 타임지가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인’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수많은 서적을 출판했으며 많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는데 그 중 ‘화’ ‘달라이라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분노를 다스리는 붓다의 가르침’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등은 한국어로 번역돼 출판되기도 했다. 달라이라마가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로버트 서먼은 초청 명단의 첫 번째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로버트 서먼의 딸인 우마 서먼은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아버지에게서 배워 온 부처님의 말씀 덕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질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우마 서먼은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현실 세계도 결국 환상과 같죠. 전 불교에 입각한 이런 철학을 참 좋아한답니다. 환생이라는 티베트불교의 기본 철학도 전 개인적으로 굳건히 믿습니다.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인연으로 연결되어있고 각기 다른 카르마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연민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종종 할리우드에서 최고 인기 여배우로서 또 아이의 엄마로서 살아가면서 바쁜 일상 때문에 그녀가 불교 공부와 명상 등을 여유롭게 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한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받은 영향으로 그녀는 삶을 살아가는데 부처님의 말씀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우마 서먼은 세계적으로 다양한 자선 활동과 인권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예를 들어 그녀는 최근 미국의 총기 사용 규제를 위해 앞장서고 있으며 그런 이유로 최근 프랑스의 마리 프랑스 잡지에서 주최한 ‘총기를 사용한 폭력의 종결’이라는 캠페인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녀는 전 세계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이는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자선 사업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 로버트 서먼이 1987년 배우 리차드 기어(Richard Gear), 작곡가 필립 글라스(Philp Glass)와 함께 설립한 미국의 티베트 하우스(Tibet House)의 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티베트 하우스에서 미국에 티베트를 좀 더 널리 알리고 티베트 불교와 티베트 문화를 대중에게 전파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로버트 서먼은 매우 활동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이다. 많은 이들이 종종 의문을 갖는다. 로버트 서먼같이 명상을 하며 사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불자가 어떻게 그토록 다양한 분야에서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이런 대중의 생각은 편견임에 분명하다. 세상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를 했던 위인들은 조용한 사상가나 철학가인 경우가 많았다. 명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엄청난 잠재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로버트 서먼이 바로 이런 경우인 것 같다. 그는 “깨우침이란 인식의 불협화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얻을 수 있으며 삶의 복잡함 속에서도 그 아름다움을 인식할 때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로버트 서먼은 현재 미국에서 티베트 불교를 대표하는 역사상 최고의 인물로 여겨지고 있으며 미국 출판계에서 불교서적 작가 중 가장 유명한 인물로 간주된다. 로버트 서먼의 아내 네나 본 쉬레브뤼거 서먼(Nena Von Schlebrugge Thur man)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 남편은 스님이었고 지금도 스님이에요. 카페건 레스토랑이건 사람들을 만나서 부처님에 대한 대화가 시작되면 그 곳이 문을 닫을 때까지 대화가 끊이지 않죠. 그는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부처님의 말씀들을 토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하죠. 또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참 강해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어떤 방법으로든 도와줘야만 성이 차죠.”

▲ 달라이라마를 만난 우마 서먼.

1958년 명문 필립 엑세터 고등학교 학생 시절 졸업을 앞둔 몇 달 전, 로버트 서먼은 친구 한 명과 함께 쿠바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의 게릴라 군에 가입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쿠바로 향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마이애미 공항에서 발각되고 말았고 게릴라 군이라는 꿈은 무너지게 되었다. 멕시코에서 1년을 방황하며 보냈던 그는 후에 하버드대학 영문과에 입학했고 19세라는 어린 나이에 매우 부유한 가문의 상속녀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하며 큰 재산을 보유한 부자가 된다. 하지만 2년 후, 그의 인생을 바꾼 큰 사건이 일어났다. 어느 날 자신의 펑크 난 자동차 타이어를 갈던 중 작은 파편 하나가 그의 왼쪽 눈에 들어가며 실명되고 말았다. 이 사건이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그는 그의 부자 친구들과 샴페인을 마시며 인생을 허비할 수 없다고 결정하고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하버드대학을 그만두고 만다. 당시 읽고 있던 불교 서적들에 매료된 로버트 서먼은 아내와 아이를 남겨두고 스님이 되기로 결심했다.

미국을 떠나 터키에 도착해 방황하던 그는 이란과 인도를 거치며 때로는 영어강사로, 때로는 길거리에서 구걸도 마다하지 않는 힘든 시간을 보내다 미국으로 돌아왔다. 미국으로 돌아와서도 로버트 서먼은 스님이 되고자 하는 꿈을 버리지 않았고 그래서 다시 인도와 티베트로 향했다. 그리고 1965년 마침내 달라이라마에게 계를 받고 스님이 됐다. 그는 그렇게 티베트 스님이 된 최초의 외국인이 되었다. 월남전이 발발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게 됐다. 그 또한 티베트에 머물며 사찰에서 편안히 지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수동적이라고 생각하고 미국으로 돌아가 불교를 전파하기로 마음먹었다. 1967년 승복을 입고 삭발한 모습으로 미국에 돌아 온 로버트 서먼은 어느 순간부터 그의 높은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불교를 전문적으로 알리고 교육하는 교수로서의 임무가 더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얼마 후 다시 결혼을 하고 하버드대학으로 돌아가 인도학과 산스크리트어 박사 학위를 마친 로버트 서먼은 후에 미국 대학가에 불교학을 알리는데 앞장서게 된다. 로버트 서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의 많은 사람들은 불교가 의무와 노력이 따르지 않는 편하고 쉬운 종교라고 믿지요.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에요. 부처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삶은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명상이 불자의 첫 번째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 라마 조파 린포체와 함께한 로버트 서먼.
그의 유명한 영화 배우 딸 때문이었을까? 로버트 서먼은 영화라는 장르가 불교를 일반인들에게 소개하는데 큰 잠재력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영웅이 환생을 거듭하며 다양한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액션 영화 ‘사이코너트(Psychonaut)’의 대본 작성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요즘 로버트 서먼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활동은 중국의 점령 하에 있는 티베트의 처지를 널리 알리고 오랜 친구인 달라이라마의 해외 활동을 돕는 것이다. 로버트 서먼과 달라이라마는 무려 5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깊은 우정을 나누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티베트인들이 달라이라마를 존경과 숭배의 태도로 우러러 볼 때 서먼은 그저 달라이라마의 곁에 서서 오랜 친구처럼 농담도 하고 격의 없는 태도로 대했다. 요즘 들어서도 1년에 한두 번씩 꼭 단 둘이 만나서 채식 요리로만 차려진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담소를 나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메뉴인 콩고기 구이와 삶은 감자, 당근 그리고 디저트로 쵸콜릿 컵케이크를 즐기며 그들은 티베트가 나아가야 할 길에 관해 긴 토론을 나눈다고 한다.

그의 딸 우마 서먼의 이름은 로버트 서먼이 산스크리트로 ‘현명한 자’를 의미하는 ‘우마’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처럼 그녀 또한 서양의 모든 문화와 문명은 인도에서 기원되어 유래되었다고 믿는다. 최근 그녀 아버지가 티베트 스님으로서 살던 시절 승복의 모습으로 찍힌 사진을 지갑 속에 넣고 다닌다는 그녀는 가능한 자주 아버지를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부처님의 말씀들을 배운다.

로버트 서먼은 말한다.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어쩌면 우리 모두는 그저 완벽한 세상만을 바라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을지도 몰라요. 인간관계에서도 또 자기 자신에게도 작은 실수를 허용하지 않고 완벽함을 추구하고 있지요. 이것이 우리를 행복에서 점점 멀어지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살다 보면 자연히 따라오게 되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그저 가볍게 받아들이세요.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그냥 웃어넘기세요. 우리 사회는 우리가 일 벌레가 되도록 강요하죠. 이것은 단호히 거부해야 합니다. 인생에선 더 소중한 것이 많으니까요. 인생은 무한한 것이랍니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346호 / 2016년 6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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