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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문, 우리 앞 비추는 달빛

  • 출판
  • 입력 2016.06.07 17:53
  • 수정 2016.06.0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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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반난, 밥 먹기 어렵다’ / 김진태 지음 / 불광출판사

▲ ‘흘반난, 밥 먹기 어렵다’

 

시대는 달라져도 우리의 삶은 별반 다르지 않다. 삶을 놓는 그 순간까지 우리는 온갖 감정의 흐름 속에서 부침을 거듭한다. 동서(東西)가 다르지 않고 고금(古今)에 차별이 없다. 삶에서 겪는 이런 감정들은 닥쳐온 경계에 따른 우리 마음의 작용이다. 따라서 경계에 흔들리지 않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영원한 염원인지도 모른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앞서 살다간 선인들이 있다. 특히 선인들이 남긴 동양의 옛 시문은 슬픔과 그리움, 기쁨과 설렘, 허무와 절망, 또는 치욕 속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지혜의 기록들이 빼곡하다. 인생의 여정에서 만나는 온갖 혼란스런 감정들을 독서와 사색으로 다스리며 써 내려간 맑고 진중한 시문들은 어지러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앞을 비추는 살뜰한 달빛이다.

이 책은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 옛 선인들의 시문을 해석하고 틈틈이 개인의 소회를 모아 펴낸 것이다. 법정(法庭)이야말로 인간사 희로애락이 총체적으로 펼쳐지는 곳이다. 범죄와 같은 가장 저열한 인간의 민낯을 마주하며 소란스런 마음을 다스리고 평정심을 잃지 않기 위해 그가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것이 옛 시문이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시문들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에서 지식인의 고뇌와 사유, 생활의 어려움, 사랑의 아픔, 우주적인 깨달음까지 다양하다. 특히 여기에 덧붙인 그의 소회들은 시의 핵심을 뚫고 들어가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책이 주목받는 것은 한국, 중국의 한시와 문장, 불교경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음미하고 풀어내는 김진태 전 검찰총장의 내공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 재직시절 직설 대신 시문을 통한 은유적인 표현으로 긴장감을 해소하고 묘한 여운을 남기는 그의 화법은 오늘날까지 화제가 되고 있다.

책에는 한국과 중국 시와 문장 126편이 실려 있다. 최치원, 두보, 이백, 원효, 소동파, 임제 등 역사의 굽이굽이를 주인공으로 살다간 사람들의 작품들이다. 자신에게 닥쳐온 경계와 상황 속에서 이를 선택하거나 포기하면서 쏟아낸 시문들이다. 여기에 지은이의 삶과 역사적 행보, 정치적 배경을 덧붙이고 저자 자신의 감상을 녹여냈다.

현상과 이상에서 갈등하고, 권력에 밀려 유배를 떠나고, 알아주는 이 없어 방랑하는 선인들의 모습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책 제목이 흘반난(吃飯難)이다. 밥 먹기 어렵다는 뜻이다. 웃고 번민하고 다투고 갈등하는 이 모든 행위의 중심에는 밥 먹고 살아가는 행위가 있다. 그 여정의 어려움이 모든 시문의 시작이며 끝이다. 천년 혹은 수백 년 전 선인들이 자신의 정수를 뽑아 써 내려간 시 한편, 문장 한 줄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면 밥 먹고 살기 힘든 세상 덜 외롭게, 조금 더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책을 펴내게 된 저자의 생각이다. 1만6000원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346호 / 2016년 6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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