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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읽고 쓰고 그리면서 마음속 지장보살 찾아가는 ‘마인드 맵’

  • 불서
  • 입력 2016.06.08 10:09
  • 수정 2016.06.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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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쓰고 마음으로 그리는 지장기도’ / 지원 스님 글 / 양선희 그림 / 민족사

▲ ‘손으로 쓰고 마음으로 그리는 지장기도’
옷을 벗었다.

한 바라문 집안 소녀는 굶주림과 추위에 떠는 걸인들 아픔을 지나칠 수 없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잃고 슬픔과 외로움에 사무쳤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흘렀다. 천도재 재물도 나눠줬다.  부모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자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벌거벗은 몸으로는 추위를 견디기 어려웠다. 결국 땅을 파서 구덩이 속에 들어가 벌거벗은 몸을 겨우 가린 소녀는 간절히 기도했다.

‘헬조선’에 상처 입은 마음들
잠 못 들며 걱정에 시달리는
‘N포세대’ 다독인 지원 스님

‘나’ 집착 놓고 잘 쉬는 기술
좋은 날 만드는 비법 속삭여
책 곳곳에 ‘지장경’·지장보살
사경·사불로 ‘긍정기도’ 도와
“악몽도 아침에 깨면 꿈일 뿐”

“벗은 몸으로 부처님 앞에 나갈 수가 없습니다. 이 한 중생의 작은 선업을 저버리지 마시고 어머니의 영혼이 태어난 곳을 알게 하여 괴로움을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부처님은 답했다.

“착하다, 성녀여. 18세 처녀 몸으로 속옷까지 벗어 걸인에게 주고 알몸을 구덩이 속에 감추었으니 어느 누가 보살이라 하지 않겠느냐. 너의 정성스러운 공양을 받고 너의 소원을 들어 주리라.”

소녀는 부처님 앞에 원을 세웠다. 고통 받는 육도중생 한 사람도 빠짐없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한 다음 성불하겠노라고. 훗날 사람들은 소녀를 일러 ‘땅속에 몸 가렸던 보살’이라고 불렀다. 지장보살(地藏菩薩)이다.

닮았다. ‘소녀’는 우리네 자화상이었다. 부모 잃은 슬픔은 현대사회에서 절망으로 이름만 바꿨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청년층은 스스로를 ‘3포 세대’라 불렀다. 몇 년 지나지 않아 내 집 마련, 인간관계까지 포기했다는 ‘5포 세대’가, 이제는 ‘N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그리고 ‘헬조선(지옥 같은 조선, 우리나라)을 떠나자’는 말이 유행했다.

청년, 그대가 아프니 조계종 전 포교원장 지원 스님도 쓰라렸다. 온갖 스트레스에 짓눌려 옹이진 삶의 나이테가 엿보여 애잔했다. 이 땅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고 떠나려 하는 청년을 생각하니 스님으로서 직무유기를 한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극한 슬픔에서도 간절한 기도와 원력으로 스스로를 건져 올린 지장보살을 떠올렸다.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과 안온, 평화의 삶을 열어 갈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자기 안에 본래 간직한 불성의 채널을 온 우주에 충만한 불보살에게 맞추는 것입니다. 특히 ‘지옥중생을 다 구원하기 전에는 성불하지 않겠다’는 대원력을 지닌 지장보살에게 채널 맞춰 기도하면 바로 성취할 수 있지요.”

스님도 그랬다. 수십년 전부터 지장기도를 했다. 감사와 깊은 믿음에서 우러러 나온 기도였다. 스님은 생사를 오갈 정도로 깊은 병고에 빠져 지옥 같은 고통 한 가운데 있었다. ‘어서 빨리 몸 바꿔 다음 생에는 어린 나이에 출가해 불법 닦고 전해야 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남은 힘 쥐어짜 마음 다해 지장기도를 올렸고, 스님은 병마 털고 일어났다.

▲ 국가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전수교육조교 양선희 작가의 ‘소녀여, 그대는 지장보살이 되리라’.

사막 같은 시대를 걷고 있는 소녀 혹은 청년들에게 스님은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오아시스가 있어서였다. 그 행복 샘물 긷는 방법을 글로 썼다. ‘손으로 쓰고 마음으로 그리는 지장기도’다.

스토리를 따라 쓰고[寫經] 그림을 따라 그리며[寫佛] 기도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한 권의 기도이자 사경이며 사불 책이었다. 책 곳곳에 국가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전수교육조교로서 전통불화 맥을 잇고 있는 양선희 작가의 그림 20개를 실었다. 손으로 쉽게 따라 쓰도록 배려한 ‘지장경’ 내용도 21개를 배치했다. 불화를 채색하고, ‘지장경’을 읊조리며 써내려가는 온전한 기도를 위해서다.

“미래 세상에 만약 선남자 선여인 있어 지장보살의 상을 조성하여 한 번이라도 우러러 예배하는 자는 30겁 동안 지은 죄업장이 소멸되고 소원을 속히 이루며 100번이나 33천상에 태어나고 선망부모는 왕생극락할 것이다.”(‘지장경’ ‘여래찬탄품’ 중)

과연 사불하고 사경하는 지장기도가 ‘행복샘물’일까. 스님에게 우리는 모두 지장보살의 화신이었다. 스님은 지금 이 자리에서 지장보살로 살아가는 방법이 희망에 목마른 이에게 주는 감로수라 여겼다. 불투명한 미래를 포기하는 이들에게 작은 등불 하나 밝히는 심정으로 ‘날마다 좋은 날 만드는 비법’도 전했다. 상대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며, 좋은 말로 행복의 씨앗을 심고, ‘나’에 대한 집착을 놓으라 했다. 휴식도 기술이 필요하듯 기도도 제대로 하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화분에 심은 꽃나무도 빛이 없으면 시들 듯, 휴식도 기도도 삶에 있어 빛이라 했다.

“마음에도 빛이 필요합니다. 물론 우리에겐 빛이 본래 내재되어 있는데, 모를 뿐입니다. 이미 내재되어 있는 빛을 꺼내 쓰는 법이 바로 기도입니다. 온 정성을 다해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고, 손으로 쓰고, 마음으로 그릴 때 무한한 빛이 솟아납니다. 경전을 베껴 쓰고 불보살을 그리면서 자기 자신에게 속삭이십시오. 정성껏 불보살 말씀을 읽고, 손으로 쓰고, 깊이 사유하는 것, 이 모든 것이 기도입니다.”

스님은 기도가 자신에게만 향하는 세태를 경계했다. 지장보살처럼 스스로 남을 위해 기도하고 따뜻한 자비 나누는 기도여야 했다. 그리고 악몽처럼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스님은 이렇게 다독였다.

“지난밤 악몽도 밝은 태양이 솟으면 한 줄기 꿈일 뿐입니다. 마음속 공포나 슬픔에 갇혀 스스로를 학대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마세요.”

어쩌면, 책은 ‘헬조선’에서 살아가는 그대에게 바치는 지원 스님 기도다. 1만원.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346호 / 2016년 6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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