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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나가는 학생들, 스님 속명 부르며 “개소리”

  • 기자칼럼
  • 입력 2016.06.10 20:35
  • 수정 2016.06.11 03:06
  • 댓글 68

[기자칼럼]김규보 기자

동국대 일부 학생 막말 잇따라
사진 조작해 인신공격도 자행
총동창회 권유로 학생 고소 취하
학생들 막말에 총동창회는 ‘모르쇠’
반불교적 정서 더 이상 좌시 안돼
학교당국 법적 조치 다시 강구해야

최근 동국대 안팎에서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학생들의 과도한 언행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에 특정 스님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이미지와 글을 게재하는 등 인신공격은 물론 승가 모독이 우려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 ‘미래를 여는 동국공동추진위원회’가 3월17일 페이스북에 게재한 이미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동국대 전 이사장 일면 스님, 총장 보광 스님을 희화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동안 동국대 일부 학생들은 과도한 언행과 비하로 논란을 일으켜왔다. ‘미래를 여는 동국공동추진위원회’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동국대 전 이사장 일면 스님, 총장 보광 스님을 희화화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3월17일 페이스북에 게재하는가 하면 2월3일 최장훈 전 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동국대 원흉 한태식이는 나가지 않고 있다. 낯짝도 더럽게 두껍다” “최근 승진한 교직원들은 다 쓰레기”라는 막말을 쏟아냈었다.

이후 학교 측이 안드레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 등 4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지만 총동창회가 제시한 중재안을 조건 없이 수용한다는 교무위원들의 결정에 따라 이를 모두 취하했다. 총학생회 운영위원회도 논의 테이블 구성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결의를 이끌어내면서 오랫동안 이어온 학내 갈등이 수습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생긴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갈등은 쉽사리 수습되지 않았고, 일부 학생들의 언행은 과도한 정도를 넘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 신정욱 대학원 총학생회장이 5월23일 페이스북에 올린 이미지와 글(오른쪽). 총동창회가 모교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축하하는 자리(왼쪽)였고, 사진의 일부를 교묘히 편집해 “스님을 술꾼처럼 표현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신정욱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5월10일 보광 스님을 겨냥해 ‘이딴 가짜 학자가 학생들에게 학위를 준다고? 레알 개소리’라고 페이스북에 욕설 섞인 글을 썼다. 5월23일에는 보광 스님의 사진과 함께 ‘보광 입 주변이 빨간 이유는? 1. 빨간색으로 색칠해서 2. 원래 빨감 3. 시간 지나면 빨개짐 4. 알레르기 5. 술 먹어서’라고 썼다. 조롱이라고 느끼기에 충분할 만큼 비하적 표현이었다. 하지만 사실 확인 결과 총동창회가 모교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축하하는 자리였고, 사진의 일부를 교묘히 편집해 “스님을 술꾼처럼 표현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미래를 여는 동국공동추진위원회’는 5월24일 페이스북에 보광 스님의 얼굴을 까맣게 처리한 듯한 실루엣 사진을 게재하며 ‘종단개입에 논문표절로 동국대학교를 망치고 있는 본관 최고 존엄 그분도 너무 맛있어서 몰래 먹으러 온다’며 학생회관 앞에서 ‘개떡소떡’을 판매한다고 홍보했다. 누군가 ‘까만색인 게 꼭 소놈같이 생겼네’라는 댓글도 달았다.

▲ ‘미래를 여는 동국공동추진위원회’는 5월24일 페이스북에 보광 스님의 얼굴을 까맣게 처리한 듯한 실루엣 사진을 이미지로 만들어 게재했다. ‘까만색인 게 꼭 소놈같이 생겼네’라는 댓글도 보인다.
이들의 인신공격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미래를 여는 동국공동추진위원회’는 6월8일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을 했다. 이때 교직원들을 “쓰레기”라고 지칭했던 최장훈 전 대학원 총학생회장이 다시 ‘원래 한태식이 개소리 많이 해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치아를 모두 빼내겠다는 의미로 보이는 “보광아 광냉이 털리고 싶냐”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학생들의 극단적 발언들에서는 불교와 승단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종교가 다른 데서 기인하거나 반불교적인 정서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얘기들도 나온다. 실제 안드레 총학생회장은 자신의 종교가 기독교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동국대 한 스님은 “이들의 언행은 학생으로서의 정당한 비판을 넘어 이제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이들이 종교적 신념이 개입돼 벌어지는 일이라면 우리 스님들도 더 이상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미래를 여는 동국공동추진위원회’의 안드레 총학생회장(가운데)이 6월8일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을 하는 모습. ‘원래 한태식이 개소리 많이 해요’ ‘보광아 광냉이 털리고 싶냐’ 댓글이 보인다.
동국대 총동창회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총동창회의 중재를 학교 측이 받아 들여 법적 조치를 접었지만, 오히려 음해와 막말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특히 총학생회가 전체 학생들의 신상명세가 기록된 학적부를 빌린 뒤 반납하지 않아 학생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에 대한 조사도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총동창회는 5월25일 정기이사회에서 안드레 총학생회장과 신정욱 대학원 총학생회장에게 특별장학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당시 안드레 총학생회장은 장학금을 “투쟁하는 데 쓰겠다”고 발언해 총동창회가 제안한 화합의 의미를 무색하게 했다. 그럼에도 정작 화합 제안 주최인 총동창회는 잇따른 학생들의 폭언에 대한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중재안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을 낳고 있다.

▲ 김규보 기자
동국대는 현재 특정 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음해와 욕설을 용인하고 불교의 정체성마저 부정하는 듯한 언행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의 이러한 미온적 태도는 스스로 교육기관임을 포기하는 것이자 종립학교의 책무를 등지는 행위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자비의 대명사인 관음보살 중에도 분노신(忿怒身)으로서의 마두관음보살이 있다. 때때로 죽비보다 더 큰 자비가 없음을 학교 당국자들은 떠올릴 필요가 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47호 / 2016년 6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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