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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성보의 가치

기자명 홍윤식
  • 기고
  • 입력 2016.06.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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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를 소재로 한 문화재를 일반적으로 불교문화재라 한다. 그러나 불교계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불교문화재가 신앙의 대상이며 불교적 원력의 소산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성보(聖寶)라고 한다. 당연한 발상이다. 그러나 성보를 일반문화재의 개념으로 대처하고 있는 문화재청의 문화재관리지침을 보면 성보에 대한 인식, 조치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5월23일 국립중앙박물관이 개최한 한·일 국보반가사유상의 만남 전 개막식에서 한국 국보에 대한 불교의식을 불허한 사례가 그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성보라는 개념은 종교와 과학이 상호 보완적 관계를 갖고 있음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명한 과학자 아인슈타인 박사가 종교와 과학의 상관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파하고 있어 주목된다. “종교 없는 과학은 불구(不具)이며, 과학 없는 종교는 맹목적”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있음이다. 즉 사상(事象)의 원리를 탐구하는 과학과 삶의 의의를 생각하는 종교는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관계에 있음을 일러주고 있는 것이다.

후일 그는 자신이 개발에 관여한 원자폭탄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되어 많은 생명을 희생시킨 것에 대해 통탄하며 목 메인 소리로 울부짖었다고 한다. 투하한 폭격기 ‘에놀라 게이’는 탑승한 기장의 어머니 이름에서 따오고 폭탄은 ‘리틀보이’라 불렀다. 참 아이러니한 발상이다. 출산의 연상과 과학이 불러올 목전의 비참한 주검, 그것은 대체 무슨 암유(暗喩)였던가. 적어도 거기에서는 인간애에 바탕 한 종교심을 발견할 수 없다. 평화를 하소연 해온 박사는 만년에 이르러 ‘다시 태어난다면 행상인이 되든가 연관공(鉛管工)이 되고 싶다’고 하였다.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은 당연한 일이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행동적 평화주의자로서 그가 과학이 의거할만한 종교로 불교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불교는 원래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길을 나타내고 있는 지성적인 종교임을 그는 깊이 성찰하고 있었다. 아인슈타인 박사가 인지한 과학과 불교의 보완관계의 실상은 성보(聖寶)에 대한 인식에도 적용할 수 있다. 불교문화재를 신앙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은 과학과 종교의 상보관계를 재인식하는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불교가 남긴 성보를 다시 한 번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으로서 석굴암과 해인사의 팔만대장경 그리고 판전을 고려해 본다면 과학의 힘만으로는 풀 수 없는 신앙의 원리가 내재돼있음을 알 수 있다. 천수백년 탈 없이 보존돼 온 석굴암을 과학의 힘만으로 보수하고 보니 갖추어지지 않은 곳이 수없이 발견되곤 한다. 해인사 팔만대장경과 그 판전도 오늘날 과학의 힘만으로는 풀 수 없는 신비성을 지니고 있음이 판전 이전공사에서 확인된바 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몽고의 병란을 물리치기 위해 판각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판각의 목적이 과학적으로는 도저히 해명되지 않는다. 몽고의 병란이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려하기에 그 생명을 지키려는 인간애를 바탕 한 깊은 불심(佛心)이 밑거름되었음을 곁들여 보지 않는다면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성보로서의 가치는 매몰되고 말 것이다. 석굴암도 마찬가지다. 김대성의 지극한 불심을 터득하지 않고는 석굴암의 신비에 접근할 수 없는 것이다. 석굴암의 본존이 석가냐 아미타불이냐 하는 논란도 석굴암의 과학과 신앙의 상보관계를 해명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석굴암과 해인사의 팔만대장경과 그 판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는데 만족할 일이 아니다. 전술한 성보에 깃든 과학과 불심의 상보관계를 폭넓게 인지해 이를 전 세계에 유포한다면 아인슈타인의 과학과 종교의 상보관계 인식, 더불어 인류애를 바탕한 보편적 문화유산으로서 우리 성보의 가치를 더욱 선양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종단의 성보문화재위원회 운영도 성보에 내재돼 있는 불교와 과학과의 상보관계를 규명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 hongyoonsik@hanmail.net

[1347호 / 2016년 6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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