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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정현종의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기자명 김형중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어떤 역경에서건 일어날 것 호소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 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튀어 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튀는 공은 생존 의지 상징
늘 서 있는 쓰러지지 않는
불굴의 오뚝이 인생 노래

피나는 훈련의 결실이 박지성을 최고의 축구선수로 성장시켰다. 자신의 발과 공이 하나가 된 아공일체가 된 것이다. 수없는 반복 훈련을 통하여 땅에서 구르고 튀는 공의 이치를 깨달은 것이다.

시인은 “그래 살아봐야지”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등 반복을 통하여 주기적으로 튀어 오르는 공을 연상시키고, 반복 학습의 정진을 암시하고 있다. 시련과 역경을 견뎌내는 불굴의 의지와 깨달음을 향한 불퇴전의 정진바라밀이 정진불(精進佛)과 생활의 달인을 만든다.

지눌 스님은 ‘권수정혜결사문’에서 “땅에서 넘어진 자는 땅을 짚고 일어나야 한다(人因地而倒者 因地而起)”고 하였다. 인간은 고통의 바다에 던져진 고해중생이다. 사방이 생로병사의 고통으로 포위되어 있다. 부처의 지혜와 보살의 가피가 없으면 고해에서 침몰할 수밖에 없다.

시인이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라고 노래했듯이 우리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살아갈 지혜방편을 찾아 볼 수밖에 없다. 땅에서 넘어진 자는 땅을 짚고 일어나야 한다. 오뚝이와 공처럼 우리의 삶은 넘어지고 일어나는 끝없는 반복과 훈련의 학습을 통해 비로소 완전한 인간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석가모니의 6년 설산 수행은 내면에서 벌어지는 싸움의 과정이다. 수없는 회의와 좌절을 딛고 마침내 깨달음을 완성한 것이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바람에 넘어지고 꺾이지 않고 자란 나무가 없듯이, 넘어지고 쓰러지지 않고 성장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떨어져도 튀어 오르는 공처럼 쓰러지는 법이 없는 의지와 탄력이 있는 사람이라야 생존이 가능하다.

고통이 내 앞에 뚝 떨어져 닥쳐왔을 때 이것을 수용하고 탄력적으로 견뎌내는 힘이 없으면 인생은 거기서 끝이 난다. 마치 바람이 빠진 공처럼 튀는 탄력성이 없으면 생명이 종료된다.

공처럼 세상을 살면서 둥글고 원만하게 이웃과 함께 구르면서 살아야 한다. 생명체가 있는 존재(중생)는 본능적으로 생명을 유지하려고 몸부림친다. 땅에 떨어지는 공처럼 땅에 떨어지자마자 자동적으로 다시 튀어 오른다. 맹목적 생존의 의지이다.

시인은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처럼 어떤 역경 속에서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용맹정진의 삶을 살아갈 것을 호소하고 있다. 불굴의 오뚝이 인생을 노래한 것이다.

세상에는 고정화되거나 정형화된 사물은 없다. 만물은 공(空)하기 때문이다. 색즉시공이다. 고정되거나 정형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탄력적으로 변화한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대처하고 반응한다. 역경도 순경이 될 수 있다. 운동기구인 공은 불교의 핵심사상인 공(空)과 소리음이 같다. 공은 어떤 곳에서 추락해도 탄력 있게 땅에서 튄다. 높은 곳에서 세게 떨어지면 그만큼 많이 탄력을 받아서 땅에서 높이 튀어 오른다. 고통이 크면 깨달음도 크다. 석가모니는 운명론과 숙명론을 거부하고, 자신의 의지와 이웃과의 상호 영향에 의해서 살아가는 인연론을 주창하였다.

인생은 둥근 공과 같아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고정되어 있지 않다. 미래는 불확실하여 정해진 길이 없다.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새로이 시작할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여 온몸으로 정진하며 사는 것이다.

김형중 동대부여중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347호 / 2016년 6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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