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에게서 배운 ‘화엄경’
현대인에 보급하겠다 발원
1년에 2권씩 10년 불사계획
직역으로 명확하게 의미전달
탄허 스님은 ‘화엄경’의 궁극적 가르침을 이렇게 설명하고 번역에 임했다. 더불어 화엄학 관련 책을 모아 번역하고 토를 달았다. 원고 매수가 무려 6만2000장에 달했고, 번역과 출판에만 17년의 세월이 걸렸다. 덕분에 그때까지 내용이 깊고 오묘함에도 방대한 분량 때문에 접근조차 어려웠던 ‘화엄경’을 대하는 일반의 시선도 달라졌다. 출·재가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화엄경’은 비로소 이 땅에서 불교경전의 꽃으로 그 진가를 펴 보일 수 있었다. 탄허 스님의 ‘신화엄경합론’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지금, 그 제자가 다시 ‘화엄경’을 들고 나섰다. 행자 시절 탄허 스님의 배려로 ‘화엄경’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었던 혜거 스님이다.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춘 좀 더 간결하고 명확한 ‘화엄경’ 강설의 필요성을 인식한 혜거 스님이 ‘화엄경소론찬요’ 120권 완역에 착수한 것. 혜거 스님은 “대종사께서 열반하신 이후 불법은 날로 쇠퇴하고 중생의 근기는 날로 용렬하여 방대한 소초와 논을 열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대종사의 ‘화엄경’을 다시 한 번 밝히기 위해서는 또 다른 모색을 필요로 할 시점에 이르렀다. 보다 쉽게 볼 수 있고 간명한데에서 심오한 데로, 물줄기에서 본원을 찾아갈 수 있는 진량(津梁)을 찾지 않는다면 대종사의 평생 정력을 저버리게 된다는 절박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고 ‘화엄경소론찬요’ 완역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화엄경소론찬요’는 명말청초 때의 도패(1615∼1702) 대사가 약술 편저한 책으로, 청량 국사의 ‘화엄경소초’와 이통현 장자의 ‘화엄경론’ 정수만을 뽑아 편집했다. 청량소초는 철저한 장구(章句)의 분석으로 본말을 뚜렷이 밝혀주었고, 통현론은 부처님의 논지를 널리 논변하여 자심(自心)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화엄경소론찬요’가 ‘화엄경’의 묘체를 밝혀주는 오늘날 최고의 주석서로 일컬어지는 이유다. 따라서 탄허 스님의 ‘신화엄경합론’을 잇는 우리 시대 또 하나의 ‘화엄경’ 역경 대작불사가 첫발을 뗀 셈이다.
혜거 스님은 ‘화엄경소론찬요’를 대본으로 삼으면서도, 탄허 스님의 번역을 참고해 현대인이 보다 쉽게 이할 수 있는 번역서로 엮었다. 군더더기 없이 직역을 한 것이 특징이다. 1년에 두 권씩, 10년 동안 총 20권 분량으로 완역할 계획이다. 기존에 출간된 ‘화엄경’ 번역서가 있음에도 방대한 분량과 난해한 내용으로 인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한 대중들에겐 이 책 ‘화엄경소론찬요’가 경전의 깊은 뜻을 새기는 디딤돌이 되기에 충분하다. 1권 3만원, 2권 2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48호 / 2016년 6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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