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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만두 이야기

기자명 김유신

순채소로 만든 소만두
불교국 고려의 의례식

만두(饅頭)는 메밀이나 밀가루로 껍데기를 만들고 각종 재료로 만든 소를 싼 후 삶거나 쪄서 먹는 음식을 말한다. 만두의 유래는 분명치 않으나 중국 송나라 고승이 지은 ‘사물기원(事物紀原)’에는 널리 알려진 제갈공명의 고사를 전하고 있다. 제갈공명이 남만지방을 정벌할 때 물살이 거친 강을 건너고자 했다. 이 때 그 지방의 풍속에 따라 사람 머리 49개로 제물을 바쳐야 한다는 말을 들었으나 사람이 할 일이 아니라하여 대신에 양고기 등을 밀가루 반죽으로 싸서 사람 머리모양을 만들어 제사지내게 했는데 여기에서 만두가 유래했다는 것이다. 이 고사에 따라 만두의 ‘만(饅)’자가 ‘남만(南蠻)’ ‘속일 만(瞞)’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중국의 만두는 종류가 다양한 데 우리나라의 만두와 같은 형태로는 교자(餃子)가 있다. 교자를 당나라 때에는 ‘혼돈(餛飩)’이라고 했는데 경단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중국에서 말하는 만두는 찐빵 같은 것을 지칭하므로 우리의 만두와는 구별된다. 중국식 만두와 비슷한 것으로는 ‘상화(霜花)’를 들 수 있다. 상화는 대표적인 고려가요 ‘쌍화점’의 소재가 됐던 것으로 오늘날의 찐빵과 비슷하다. 조선말까지도 상화(霜花) 혹은 상화(床花)로 전해져 왔는데, 1870년에 쓰인 황필수의 ‘명물기략(名物紀)’에는 상화병(霜花餠)이라 적고 ‘샹애떡’으로 불린다고 했다. 이외에도 ‘포자(包子)’와 ‘딤섬(點心)’이 있는데 딤섬은 불교적 수행에 기반해 마음에 점을 찍듯 매우 적은 양의 음식을 사찰에서 먹던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만두가 언제부터 기원했는지는 불분명하나 고려 때는 즐겨 먹었음을 여러 문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흔한 음식이지만 옛날에는 특별한 날이나 명절에 먹는 별식(別食)이자 절식(節食)이었다. 기록에 보면 국가적 의례에 쓰이는 의례식이자 국빈(國賓)을 맞이하고 대접하는 접빈식(接賓食), 궁중에서 열리는 각종 연회와 진찬례(進饌禮)음식으로 사용됐는데, 특히 국가 공식 ‘연례(宴禮)’에서 행하는 아홉 번의 진찬-찬안(饌案), 대탁(大卓), 대선(大膳), 소선(小膳), 별행과(別行果), 만두(饅頭), 할육(割肉), 염수(鹽水), 탕(湯) 중에 포함될 정도로 특별한 음식이었다.

우리나라 만두의 종류로는 모양에 따라 네모난 모양의 편수, 해삼모양의 규아상(미만두), 석류모양의 석류만두, 크기에 따라 허균의 미식서 ‘도문대작’에도 나오는 대만두와 소만두, 오늘날 만둣국처럼 숟가락으로 떠먹는 ‘병시(餠匙)’, 그리고 채소를 소로 만든 ‘소만두(素饅頭)’ 등을 들 수 있다. 소만두는 1670년경 쓰여진 고조리서 ‘음식디미방’의 만두법에도 나오는데 무와 표고버섯, 송이버섯, 석이버섯, 잣을 잘게 다져 만든다고 했다. 꿩이나 물고기, 육류를 소로 하는 다양한 만두 가운데 소만두가 있었던 것은 국수와 마찬가지로 불교국가였던 고려의 의례식이자 절식 전통이 그대로 전해진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조선시대에 ‘시식제(時食祭)’를 지낼 때 만두를 쓰는 것이나 아기를 낳은 후 삼·칠일이 지나 치르는 잔치에 소가 없는 만두를 접대음식으로 내놓는 데서도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여름철에 먹는 만두인 편수도 예전에는 호박 등 채소로만 소를 썼고, 고려의 왕도인 개성의 음식이라는 점에서 불교적 관련이 깊은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야채로 만드는 또 다른 만두로는 강원지역의 향토음식인 ‘채만두’가 있다. 채만두는 말 그대로 각종 묵나물들과 김치를 잘게 썰어 소로 하고 메밀가루로 만두피를 만든 것인데 강원지역의 특성이 잘 살아있는 음식이라고 하겠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조에 보면 수륙재를 거행하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음식준비에 비용이 많이 드니 이를 줄일 것을 청하면서 “진전(眞殿)과 불전(佛前) 및 스님 대접 이외에는 만두(饅頭)·면(麪)·병(餠) 등의 사치한 음식은 일체 금단하소서”라고 한 것에서도 만두가 별식이자 절식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유신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발우공양 총괄부장 yskemaro@templestay.com
 

[1348호 / 2016년 6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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