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
16.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
  • 김규보 기자
  • 승인 2016.06.27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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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들끓는 중생 질책한 지장보살

 
지옥에서 고통 받는 중생들을 모두 구제하기 전까지 결코 성불하지 않겠다는 대원력을 세운 지장보살. 삭발한 머리에 석장을 짚고는, 지옥문을 통과하려는 중생들을 가로막거나 이미 지옥에 있는 중생들은 지옥 자체를 부셔 극락으로 인도하겠다는 원력이다. 불교의 궁극적 목적인 해탈을 포기한 채 중생을 제도하고 있는 지장보살은, 관세음보살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신앙되고 있다. 이러한 지장보살이 현현함으로써 미혹한 중생들을 참회로 이끄는 모습을, 우리는 1936년 목격할 수 있었다.

1936년, 지장보살상 훔쳐
거액 받고 일본으로 반출
소장자마다 꿈속에 나타나
“고향으로 돌려보내 달라”


한반도가 일제치하에서 시름하던 그해 여름, 일본인 2명이 우리나라 도굴범과 함께 고창 선운사에서 금동지장보살좌상을 훔쳤다. 당시 일본인에 의한 불교문화재 유출은 빈번하게 일어났는데, 특히 선운사는 외진 곳에 있던 터라 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들은 훔친 금동지장보살좌상을 거액을 받고 일본으로 팔아넘겼다. 지장보살의 대원력은 이 시점부터 현실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금동지장보살좌상을 사들인 일본인은 어느 날 이상한 꿈을 꾸었다. 자신이 소장한 금동지장보살좌상과 똑같은 모습의 지장보살이 나타난 것이다. 놀란 마음을 감출 수 없어 한참을 쳐다보고 있는데 지장보살이 또렷한 목소리로 꾸짖었다. “나는 본래 전라도 고창 도솔산에 있었다. 하루빨리 그곳으로 돌려보내 달라.” 꿈에서 깬 소장자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의미 없는 개꿈에 불과하다고 믿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꿈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장보살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것은 물론 소장자 자신은 병이 들었고 가세는 기울어갔다. 그는 지장보살의 준엄한 질책에 담긴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았을까. 금동지장보살좌상은 결국 다른 일본인의 손에 넘어갔다.

소장자가 바뀌었어도 꿈속의 질책은 멈추지 않았다. 지장보살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꿈에 나타나 고향 도솔산을 이야기하며 데려다줄 것을 요구했다. 이를 외면하자 병마와 집안의 우환이 소장자를 덮쳤다. 두 번째 소장자 역시 금동지장보살좌상을 다른 이의 손으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황은 매번 똑같았다. 심상치 않은 일이었다. 소문은 파다하게 퍼져나갔다. 마지막 소장자는 고심 끝에 고창경찰서에 연락을 취했다. 금동지장보살좌상을 도솔산으로 모셔가달라고 요청했다. 선운사 스님과 경찰들이 1938년 11월 일본으로 건너갔다. 지장보살은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선운사 지장보살은 어리석은 중생들의 욕망을 준엄한 질책으로 꾸짖었다. 욕망에 붙들려 있는 한 자신이 서있는 자리가 곧 지옥임을 깨우쳐주었던 것이다. 당시 금동지장보살좌상을 소유했던 이 가운데 몇 명이나 이러한 깨우침을 받아들였는지는 알 수 없다. 혹, 미신적 요소가 가미된 저주 정도로 치부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지금까지 사람들에게서 회자되고 있는 건, 지옥문마저 깨뜨리겠다는 지장보살의 대원력을 자신의 발원으로 옮긴 사람들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는지.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은 1963년 보물 279호로 지정됐다.

한편, 선운사에는 금동지장보살좌상 외에도 도솔암 도솔천내원궁에 봉안된 보물 280호 금동지장보살좌상이 있다. 1996년 대구에 사는 한 보살이 도솔암을 찾았다. 유방암 말기였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23일째 되는 밤,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는데 목소리가 들렸다. “저승사자가 기다리는데 잠을 자느냐?” 고개를 드니 지장보살이 다가와 대바늘로 등을 세 번 찔렀다. 가슴이 툭 터진 것처럼 시원해졌고, 아팠던 몸은 한결 가벼워졌다. 이후 보살은 암세포가 말끔하게 사라지는 기적을 경험했다고 전한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49호 / 2016년 6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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