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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탐애와 분노

기자명 일창 스님

다른 중생 죽이려는 생각만 해도 사악처에 태어나

지난 호까지 계의 측면으로는 오계와 생계 제8계를, 악행의 측면에는 몸의 악행 세 가지와 말의 악행 네 가지를 설명했다. 이제 악행 열 가지 중 마음으로 짓는 악행에 대해 설명하겠다.

죽을 때 재산 못 가져가지만
업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녀
공덕만이 저세상에서의 기반
미래 자신의 유익함 행해야

먼저 탐애(abhijjhā)는 무엇을 원한다는 성품으로는 보통의 탐욕(lobha)과 같다. 하지만 단순히 어떠한 물건이나 사람에 대해 집착하면서 바라는 것 정도인 탐욕은 사악처에까지 직접 태어나게 하지는 않는다. 이 탐애는 ①남의 것일 것, ②어떠한 방법으로든 그것을 가지려고 하는 것이라는 두 가지 구성요소가 갖추어지면 단지 마음으로 짓는 악행이지만 사악처에까지 태어나게 하는 과보를 준다.

부처님 당시, 한 부호가 죽었는데 자식이 없어 전 재산이 왕실소유가 되었다. 또한 살아 있을 때도 매우 부자였지만 거친 음식만 먹고 거친 옷만 입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과거 생에 그 부호가 집을 나서다 탁발을 나온 딱가라식키라는 벽지불과 만나게 되었다. 아직 음식을 받지 못한 사실을 알고 집에 연락하여 공양을 올리게 시켰다. 부인은 훌륭한 음식을 정성껏 올렸다. 집으로 돌아오던 부호는 음식을 받고 길을 나선 벽지불과 도중에 마주치게 되었고, 벽지불이 훌륭한 음식을 많이 받은 것을 확인하고는 ‘오, 이 음식을 하인들이나 일꾼들에게 먹였으면 일을 그만큼 더 할 텐데’라고 불평했다. 또한 동생이 가진 재산에 대한 욕심, 즉 탐애 때문에 동생의 외아들을 죽여 그 재산을 가로챘다. 그 부호가 죽었을 때 벽지불에게 공양을 올리게 한 공덕으로 천상에 일곱 번, 인간세상에 부호로 일곱 번 태어났다. 하지만 공양을 올린 뒤 불평했기 때문에 보시의 뒷부분 의도가 훼손되어 많은 재산을 누리지 못했다. 그리고 조카를 죽인 과보로 오랜 세월 동안 지옥에서 고통을 받았고, 인간으로 태어난 일곱 번마다 자식이 없었다. 그리고 인간으로 태어났을 때도 새로운 공덕을 쌓지 않았기 때문에 대규환지옥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다음의 게송을 읊으셨다.

재산친척 못가져가 이모든것 버리고가
신구의업 그림자만 자신의것 가지고가
유익함이 미래자신 모든존재 공덕기반

재산은 다음 생에 못 가져간다. 친척은 다음 생에 자신을 따라가지 않는다. 이 모든 재산, 가족, 친지는 죽을 때 버리고 가야 한다. 오직 몸과 말과 마음으로 행한 업만이 마치 그림자가 항상 따라다니듯 진정한 자신의 재산이다. 업만 가지고 간다. 따라서 선, 공덕, 유익함을 행해야 한다. 무엇 때문인가? 유익함이야말로 미래의 자신이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에게는 공덕만이 저세상에서의 기반이다.

마음의 악행 두 번째는 분노(byāpāda)이다. 이 분노도 화를 내는 성품으로는 보통의 성냄(dosa)과 같다. 하지만 단순히 화가 난 것, 화를 내는 것 정도인 성냄은 사악처에까지 직접 태어나게 하지는 않는다. 이 분노는 ①다른 중생에 대해, ②죽이거나 파멸을 시키려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두 가지 구성요소가 갖추어지면 단지 마음으로 짓는 악행이지만 사악처에까지 태어나게 하는 과보를 준다.

부처님 당시, 큰 나무를 자르려던 비구에게 목신이 자신의 아이를 보이며 간청을 했다. 그래도 비구는 나무를 내리쳤고 아이목신의 팔이 떨어져 죽었다. 아이가 죽자 목신에게 비구를 죽이려는 분노가 치솟았다. 하지만 잘 참고서 부처님에게 가서 사정을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사-두’라고 칭찬하시면서 게송으로 법문을 해 주셨고 그 게송의 끝에 목신은 수다원이 되었다. 또한 부처님께서 지내시는 응향각 근처의 나무에 처소도 얻었다. 만약 수다원이 되지 못했다면 분노의 과보로 사악처에 태어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분노를 잘 가라앉혔기 때문에 부처님으로부터 칭찬도 받았고, 수다원도 되었고, 근처에 지낼 곳도 얻었고, 천신들의 인사도 받았고, 법문도 매일 들을 수 있었고, 위력이 큰 천신이 와도 자리를 비키지 않아도 되었다. 분노의 허물과 분노를 참는 것의 이익을 알고 보아 마음으로도 악행을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

일창 스님 녹원정사 지도법사 nibbaana@hanmail.net
 

[1349호 / 2016년 6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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