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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주수행 전은영씨 - 상

기자명 법보신문

▲ 유현·55
1997년 12월1일 새벽, 기차에서 내렸다. 공기가 찼다.

남편 주사폭력 피해 탈출
식당일 하다 대비주 만나
몸과 마음 편안해지려다
신내림 받으란 얘기 들어

머리가 터져 나갈 것 같았다. 머릿속 혈관들이 마구 펌프질을 했다. 배에서 바깥바람보다 더 찬바람이 회오리쳤다. 딱딱한 발바닥이 얼어붙은 시멘트 바닥과 한 덩어리가 되었다. 울어서 퉁퉁 부은 데다 깨질 듯한 두통으로 고개를 들 수도 눈을 뜰 수도 없었다. 욱신거리는 몸이 그만 맨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여기가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24살에 결혼하자마자 남편의 주사와 폭력이 시작되었다. 13년간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되니 몸도 마음도 성할 날이 없었다. 여자는 시집가면 그 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는 어른들 말씀과 두 아들을 기둥으로 삼아 참고 견디었다. 세월이 가면 덜할 줄 알았는데 더 심해졌다. 인내심에 한계가 오고 지옥 같은 생활을 그만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날도 무자비한 주사폭력에 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뛰쳐나와 그길로 서울행 기차를 탔다. 두 아들은 물론 옷가지 하나도 챙기지 못한 채로….

수많은 사람들, 드높은 빌딩 숲, 그러나 나는 갈 곳이 없었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찌어찌 친정 올케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숙식이 가능한 식당을 소개받아 안산으로 내려갔다. 미친 듯이 일했다. 매 맞고 시달려온 세월을 생각하면 힘들어도 힘든 줄을 몰랐다.

1년 뒤 서울로 와서 월세방을 장만하고 식당일을 하다가 피부관리사 일을 배우게 되었다. 적성에도 맞고 식당일보다 훨씬 덜 힘든데 몸은 점점 아파왔다. 금방 매를 맞은 것처럼 온 몸이 뒤틀리고 욱신거리고 아파서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지인이 광명시에 있는 작은 절을 소개하며 기도를 해 보라고 했다. 어린 시절, 친정어머니를 따라 절에 가보기는 했어도 내 스스로 부처님 전에 엎드려 절은 한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스님께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말씀 드리니 스님은 이유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한 달 동안 매일 같은 시간에 절에 와서 기도를 하라고 하셨다. 공양을 올리고 절을 하고 ‘반야심경’을 하고 정근 하고 또 절을 하고….

한 달이 지나니 비틀린 몸이 조금씩 나아졌다. 스님은 지금부터 신묘장구대다라니 기도를 하라고 하셨다. 정해진 시간에 기도를 하는 것 외에 일하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대비주를 계속 외우라고 하셨다. 꿈속에서도 해야 된다고 하셨다.

1999년에 그렇게 대비주 기도가 인연이 되었다. 그런데 그 기도가 무르익기도 전에 스님이 멀리 전주로 가시게 되었다. 나는 기도를 좀 더 잘 이어가려고 강남의 큰 도량으로 갔다. 당시 살던 곳이 강서구 화곡동이었는데 강남까지 오고 가기가 쉽지 않았지만 부처님께 매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넓은 법당에 서 있을 자리가 없는데도 비집고 들어가 하염없이 절을 하고 울면서 부처님, 관세음보살님, 지장보살님, 화엄성중님께 그저 살려달라고 매달렸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대비주 108독 철야정진에도 빠지지 않고 동참했다. 당시 악몽과 가위눌림이 심했는데 점점 나아지고 사는 형편도 더 좋아졌다.

그러다 지장기도에 인연이 닿았다. 삶의 전환점을 찾은 듯 했다. 하지만 갑자기 어지럼병이 시작되었다. 머리가 터질 것 같고 온 몸이 매를 맞은 것처럼 아팠다. 다시 무서운 꿈에 시달리고 가위에 눌려 몽롱한 상태가 계속되었다. 급기야 귀신이 들었다고 신을 받고 무당이 되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1349호 / 2016년 6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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