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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화장문화와 장삿속

청소년들이 맨얼굴로도
당당하도록 돕는 것이
‘본래면목’ 드러내는 일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것은 사람의 보편적인 심성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의 욕망을 대변하는 것이 화장품이다. 5만년 전 네안데르탈인도 색소를 만들고 화장했을 정도로 그 역사는 오래됐다. 클레오파트라는 화장술을 이용해 로마의 두 영웅 카이사르와 안토니오를 유혹했으며, 동양의 대표미인 양귀비도 살구씨와 사향 등을 활용해 맑고 깨끗한 피부를 유지하려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최근 한국이 세계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분야가 화장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화장품 생산실적은 10조7328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으며, 무역수지 흑자규모도 1조원을 넘어섰다.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화장품 선진국에도 꾸준히 수출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그늘도 적지 않다. 10대 여학생들 사이에서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화장문화가 그렇다. 지난 5월 교복 브랜드 ‘엘리트’가 여중·고생에게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88%가 화장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 중 79.1%가 학교에 갈 때마다 화장을 했으며, 화장을 시작한 시기는 중학교 1학년 때 34.5%, 초등학교 고학년 때도 21.8%에 이르렀다. 학교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화장품이 청소년들 사이에 깊이 파고든 것이다.

10대들의 화장품 사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일찍부터 있어왔다. 화장품에 들어가는 화학 방부제인 파라벤, 페녹시에탄올 등은 성조숙증을 일으켜 성장을 억제하고 여성암을 유발한다. 또 립스틱에 사용되는 트리클로산 등은 신장기능 장애와 두통을 유발하며, 메이크업 제품은 성장기에 발생하는 피지를 덮음으로써 안에서 곪도록 만든다. 화장품으로 여드름을 가릴수록 피부는 칙칙해져 악순환이 계속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10대들은 왜 화장을 하는 걸까? 외모에 민감해지는 연령대 때문일 수 있지만 어른들의 상술이 큰 몫을 차지한다. 방송매체에서 민낯의 출연자를 발견하기 어렵고, 반복되는 화장품 광고는 그 유해성을 둔감하도록 한다. 또 학교 주변에 즐비한 화장품 가게들이 아이들의 욕망을 부추기더니 이제는 청소년들을 겨냥한 색조화장품까지 버젓이 광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10대들의 화장문화 밑바닥에는 아이들의 자존감이나 건강을 배려하지 않은 어른들의 장삿속이 짙게 깔려 있는 셈이다.

부처님은 초기경전인 ‘성찰의 경’에서 ‘갈망을 키운 사람은 집착을 키운 것이며, 집착을 키운 사람은 끝내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이렇게 비유로써 말씀하셨다.

“벗이여, 이 물그릇에는 빛깔이 아름답고 향기롭고 맛있는 음료가 담겨 있지만 독약이 섞여있다. 원한다면 마셔라. 그대가 마시면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와 맛 때문에 입에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죽음이나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겪을 것이다.”

▲ 이재형 국장
정부는 담배를 청소년에게 파는 행위는 엄격히 단속하고 있다. 몸에 해롭기 때문이다. 화장품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화장품이 청소년들의 정신적, 신체적 해롭다면 못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10대들의 화장을 조장하는 장사치들도 엄격히 다스려야 한다. 그럴 때 아이들이 건강뿐 아니라 가식을 넘어선 자연스러움이 갖는 아름다움도 깨닫게 될 것이다. 청소년들이 화장품을 걷어내고 맨얼굴로도 당당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곧 ‘본래진면목’을 드러내는 일이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50호 / 2016년 7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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