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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유월유두이야기

기자명 김유신

우리나라 고유의 풍속 확실
유두불공, 정화 의미 되살려

여름을 대표하는 명절로 유두(流頭)가 있다. 음력 6월 보름날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유두란 말은 ‘동류수 두목욕(東流水 頭沐浴)’에서 온 말로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 풍속을 의미한다. 머리를 빗는 의미의 소(梳)자를 써서 ‘소두(梳頭)’, 혹은 물 수(水)자를 써서 ‘수두(水頭)’, 일부 지방에서는 ‘물맞이’라고도 부른다. 여타의 다른 명절과 달리 유두는 우리 고유의 명절이다.

13세기 고려 희종(熙宗) 때 학자인 김극기의 ‘김거사집(金居士集)’에 경주의 풍속이라 밝혔고, 조선 후기의 백과사전인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도 “가락(駕洛)의 구간(九干)이 물가에서 계음()했다 하였으니, 신라의 풍속은 매년 유두절에 물가에서 계음(禊飮)하였던 것”이라 하여 신라에서부터 전해진 풍속임을 전하고 있다. 여기서 말한 ‘계음’은 부정한 것을 씻어내기 위해 목욕재계를 하는 것, 혹은 목욕재계 후 제사 지내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에도 소원을 빌거나 기도를 할 때 목욕재계하는 것은 모두 유두 전통을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기록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서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의 가장 오래 된 세시기 중 하나로 6~7세기 중국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형초세시기’에는 유두와 관련된 기록이 없는 것을 보면, 유두가 우리 고유의 절일(節日)이자 풍속임을 재확인할 수 있다. 다만 ‘형초세시기’ 이후 한참 후대인 청대의 세시기인 ‘제경세시기승’에는 6월6일에 각종 경서(經書)와 의복을 햇볕에 말리고 부녀자들은 머리를 감는다는 기록이 있어 이채롭다. 유두를 대표하는 풍속으로는 목욕하기와 ‘타두회(打頭會)’, 조상께 햇곡식으로 제사 올리는 유두천신(流頭薦新), 혹은 유두고사를 들 수 있다.

타두회는 조선 순조 때 김이재가 지은 ‘중경지’에 나오는 말로 폭포에서 물맞이를 하는 것을 말한다. 유두고사는 유두날이 되면 과일과 곡식의 풍년을 기원하며 지내는 고사인데 특이한 점은 논과 밭에 국수와 팥죽, 수제비 등을 뿌린다는 점이다. 국수같이 줄기가 길어지고 수제비처럼 열매가 많이 맺기를 비는 것과 동지팥죽처럼 팥죽이나 팥떡을 뿌려 병충해와 부정을 방비하는 의미를 지닌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유두와 관련된 불교적 전통으로는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지만 유두날에 올리는 불공, 즉 유두불공이 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는 안동지방에서 유두날이 되면 절에 가서 치성을 드리는데 쌀과 양초만 가지고 가서 절에서 직접 밥을 지어 올리고 불을 밝힌 뒤 불공을 드리는 사례를 전하고 있다. 본디 유두가 지닌 물을 통한 정화라는 종교적 특성은 사라지고 놀이와 음식풍속으로만 남은 유두의 본연의 종교적 전통을 되살리고 잊힌 불교의례의 복원 차원에서도 유두불공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불교의 관욕(灌浴), 힌두교의 갠지스강 목욕, 기독교의 세례나 태국의 새해맞이 물축제인 ‘송크란’, 미얀마의 ‘띵잔’ 등이 유두의 원형을 짐작케 하는 유사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유두를 대표하는 절기식으로는 유두면과 수단, 상화병(霜花餠) 등을 들 수 있다. 유두면은 유두날 먹는 국수로서 장수와 더위막이의 의미를 지녔는데 먹는 것뿐 만 아니라 액운을 막는다 하여 구슬모양으로 만들어 오색으로 물들인 후 세 개씩 포개서 색실로 꿰어 차거나 문설주에 매달기도 했다. 수단과 건단은 쌀가루 등을 만든 구슬모양의 경단으로 국물에 넣어서 먹으면 수단, 그냥 먹으면 건단이라고 하였다. 조선후기 실학자 홍대용의 ‘담헌서’에 가례(家禮)를 언급하면서 “정조(正朝)에는 탕(湯)과 떡이 각 한 그릇이고, 상원(上元)에는 약밥이 각 한 그릇이고, 유두(流頭)에는 수단(水團)이 각 한 그릇”이라고 적고 있어 수단이 유두절식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수단 중에 보리를 띄워 만든 보리수단은 사찰에서 널리 음용한 여름음식이기도 하다.

김유신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발우공양 총괄부장 yskemaro@templestay.com
 

 [1350호 / 2016년 7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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