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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ing Mind 행복의 열쇠 행복명상 지도법사 원빈 스님

단점을 장점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진정한 자유인의 조건

▲ 원빈 스님은 “스스로를 가로막을 때, 합리적이라는 명목을 내세우며 억지로 나를 가로막을 때, 바로 그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게 진정한 자유”라며 “지금보다 스스로를 조금 더 인정해주고, 조금 더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춘천 한림성심대 제공

여러분 반갑습니다. 최근 청년들에게 강의를 많이 하고 있는데, 재미가 없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저를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제가 처음 절에 갔던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그 전에는 부모님께서 절에 가자고 하면 내키지 않아서 울기 바빴습니다. 그런데 왜 절에 갔을까요. 여름방학 기간 동안 야간자율학습을 해야 하는데, 빠질 궁리를 하다 절에서 공부를 하겠다는 말을 한 것입니다. 그때 간 곳이 천안 광덕사였습니다. 느낌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곳에서 1주일 정도 생활했을 무렵, 젊은 스님 두 분이 방문했습니다. 굉장히 밝게 웃으시는 그분들에게 호감을 느꼈지만 대인기피증이 있었던 까닭에 쉽게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스님들께서 수박을 먹자고 부르셨습니다. 스님들은 수박을 앞에 놓고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하늘의 별만 바라보고 계시다 문득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법우님과 오늘,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만난 이유를 아시나요?” 절에 처음 와서 불교도 몰랐던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대답하지 않고 있는데 스님이 말을 이어갔습니다. “전생에 우린 도반이었어요. 오늘,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었는데, 기억나요?” 등줄기가 짜릿했습니다. 그 스님과 저는 그날, 그 순간, 그 자리에서 도반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했지만
스님에게 “도반” 소리 듣고
인생의 대전환점을 맞이해

자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성도 달라지게 돼
단점 극복 않으면 걸림돌
밟고 일어나 걸으면 디딤돌

단점·장점은 이름 짓기 나름
인생 2막 준비하는 학생들은
자신을 더 사랑할 줄 알아야

방학 때마다 스님을 뵈러 갔습니다. 어느 날 스님께서 말했습니다. “법우님. 이제 출가하러 가야죠.” 저는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지정해주신 날에 가서 출가를 했습니다. 04학번인 제가 2005년에 출가를 해 이제는 원빈이라는 법명을 받고 스님으로 살고 있습니다. 제 이야기 속에 오늘의 주제가 있습니다. 제가 멀쩡해 보여도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대인기피증이 있었습니다. 조금 못나 보이는 학생이 어느 순간 스님과 도반이 된 것입니다. 한 순간에 스스로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던 것입니다.

하버드대학교에서는 행복에 관한 유명한 강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얼마나 유명한지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하버드대학교 학생들은 잠을 줄여가면서 과제를 하고 공부도 합니다. 시간이 금인 학생들인데, 행복에 관한 강의를 재수강하는 겁니다. 낙제를 한 것도 아니고, 재수강한다고 점수를 더 받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들 보기에 성공한 인생이지만 지난해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했다. 성공을 하면 주변에서 더 큰 성공을 요구한다. 그런데 나는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강의를 들으며 주관적 행복감이 변하고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 돼가는 것을 느꼈다.”

자유롭다는 건 무엇일까요. 자유는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닙니다. 내가 스스로를 가로막을 때, 합리적이라는 명목을 내세우며 억지로 나를 가로막을 때, 바로 그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게 진정한 자유입니다. 제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저는 중학교 때까지 콧물을 흘렸습니다. 누가 봐도 못나보였을 것입니다. 남들이 그렇게 바라보니, 자신감이 없어지고 결국 대인기피증이 심해진 것입니다. 그런데 광덕사 스님께서, “너는 내 도반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머리로는 믿지 못했지만, 마음은 그것을 믿게 됐습니다. 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방향성이 바뀌고 10년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자신보다는 남을, 내 장점보다는 단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유로워지려면 밖이 아니라 안을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어느 나라의 왕이 궁궐 밖을 나갔다가 거지를 발견했습니다. 왕에게는 예전에 잃어버렸던 아들이 있었는데, 그 거지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직감했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는 대신에게 데려오라는 명령을 했습니다. 거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거지는 수십년 동안 빈민가에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자신을 왕자라고 합니다. 대신들이 고개를 숙이고 왕궁으로 가자고 합니다. 믿을 수 없었던 거지는 곧장 도망쳐버립니다. 그때 나라에서 가장 지혜로운 대신이 왕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본인이 왕자인지도 모르고 20년을 살았으면 믿지 못하는 게 당연합니다. 방법이 있습니다. 왕궁 마구간에서 똥을 치우는 일을 시키면 됩니다.”

이 제안은 그럴듯하다고 여긴 거지는 마구간에서 똥 치우는 일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마구간지기에서 출발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결국 나라의 재상이 됩니다. 그때는 비로소 자신이 왕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수긍하게 됩니다.

스님께서 수박을 먹자며 부른 그날 밤, 저에게는 찾아온 건 기회였습니다. ‘나는 누가 봐도 참 못난 사람인데, 활짝 웃는 모습이 참으로 부러웠던 스님이 나와 전생의 도반이었다니.’ 스님 말씀은, 거지였던 내가 사실은 왕자였다는 말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구에게나 이런 기회가 옵니다. 자기 자신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 말입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 모두는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 저와 만나기로 예정돼 있었던 도반들입니다. 저에게는 이것이 진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런 이야기를 던졌을 때 스스로를 거지로 바라볼 것인지, 아니면 왕자로 바라볼 것인지는 여러분들의 선택입니다. 인생의 방향은 바꿀 수 있습니다.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인생의 방향은 바뀝니다.

여러분들 앞에 놓인 종이에 자신의 단점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을 5가지 적어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학생은 ‘하고 싶은 것만 한다’라고 썼네요. ‘하고 싶은 것만 한다’는 것을 과연 단점으로만 볼 수 있을까요. 대답하기 전에 우선 기억해주세요. 장점과 단점은 개인의 특징일 뿐이라는 사실을요. ‘하고 싶은 것만 한다’면 하고 싶은 건 잘 하게 되겠죠. 그리고 안 하고 싶은 건 안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얼마든지 장점으로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학생은 ‘예민하다’는 것을 단점으로 들었네요. 예민하다면 꼼꼼할 수 있겠고, 그렇다면 회사에서 근무할 때 문서작업도 잘 하겠네요.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 생각하는 게 어렵나요. 어렵지 않습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얼마 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부모님이 걸림돌들을 치워줬습니다. 이제부터는 누가 걸림돌을 치워야 할까요. 스스로의 일이 됐습니다. 여러분들은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꿈을 위해 걸어가는 중 돌멩이가 튀어나와 여러분들의 다리를 다치게 할 것입니다. 돌멩이에 걸려 넘어졌을 때, 대응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그대로 엎어져서 ‘내 인생은 왜 이럴까’를 한탄하며 울고만 있든지, 돌멩이를 밟고 일어나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돌멩이의 이름도 ‘걸림돌’과 ‘디딤돌’로 나뉩니다.

우리는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특징에 약점이라는 이름을 붙이겠습니까, 장점이라는 이름을 붙이겠습니까. 내 마음입니다. 장점과 단점은 내가 이름 붙이기 나름입니다. 저는 얼마 전, 허리를 삐끗했습니다. 허리가 아프다는 게 약점이 될까요? 아파서 그냥 누워있기보다 운동을 해서 허리근육을 강화하고자 했습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됐으니, 허리를 삐끗했던 것은 강점으로 가는 디딤돌이 된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볼 것입니까. 약점을 볼 것입니까, 장점을 볼 것입니까. 약점을 그대로 둘 것입니까, 장점으로 바꿀 것입니까. 저 스스로를 보잘 것 없는 존재가 아닌, 멋진 스님들의 도반으로 바라본 순간 제 인생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에게는 인생의 2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공부에 시달리기도 했겠지만, 이제 그 시기는 지났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다음 막이 시작되려고 합니다. 하지만 다음 막이 결코 시작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거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 막이 열리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왕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나를 왕자로 바라보면 그때부터 실제로 왕자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을 사랑해주세요. 말 하나 바꿔서, 생각 하나 바꿔서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하는 학생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미국 LA로 가는 비행기에 탔다고 합시다. 기장이 실수를 해서 비행기의 방향을 0.0001도 틀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실수를 인지하지 못한 채 LA로 향했습니다. 출발할 때는 0.0001도였지만, 도착할 때는 몇 도가 될까요. 아마 LA에 도착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처음 시작은 차이가 크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결국에는 커지게 됩니다. 지금 한 생각 바꾸는 것과 바꾸지 않는 것은 나중에 가면 엄청난 차이로 발현됩니다. 여러분들은, 지금보다 스스로를 조금 더 인정해주고, 조금 더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바라봐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경청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정리=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이 내용은 춘천 한림성심대가 6월27일 교내 스튜디오 키친에서 개최한 대학생 인성특강에서 원빈 스님의 ‘Turning Mind 행복의 열쇠’ 법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1350호 / 2016년 7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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