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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앞두고

기자명 하림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6.07.11 11:10
  • 수정 2016.07.11 11:12
  • 댓글 0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요즘 이 말이 자꾸 떠오릅니다. 한동안 TV 광고에서 듣던 문구입니다. 며칠 전 축구를 하다가 어깨를 다치고 말았습니다. 공중에 떴다가 중심을 잃고 그대로 땅에 떨어져서 어깨뼈가 부러진 것입니다. 몸을 미리 풀고 운동을 했어야 하는데 늦은 데다 의욕이 앞서 바로 경기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몸 상태를 보고 운동량을 조절해야 하는데 그것도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날 오전 백중기도 입재를 한 날이었고 전날도 무리해서 그런지 몸은 자꾸 저를 쉬라고 잡아당기고 있었습니다. 피곤하기도 하고 몸이 많이 무거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뛰고 나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다치게 했습니다.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말입니다.

다치는 사람이 다치는 건
잘못된 습관에서 비롯돼
미리 몸 상태 알아차리면
반복되는 사고에서 벗어나

마침 어제 TV에서 ‘알아차림’의 다이어트 효과에 대한 내용이 방영되었습니다. 곧 내 몸을 살피는 과정을 훈련하는 것입니다. 하나를 입에 넣고 천천히 씹으면서 몸의 느낌들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건포도를 입에 넣었을 때 혀와 입안에서 만나는 느낌을 충분히 알아차리고, 그 안에서 침이 나오고 혀가 움직이는 것을 관찰합니다. 그리고 씹는 느낌과 소리까지 우리 몸이 경험하는 모든 현상을 놓치지 않고 주의를 집중해서 알아차림 합니다. 목에 넘어가는 순간까지 그 느낌을 알아차리면서 내 마음의 의도나 변화를 알아차리면서 목구멍을 통해서 넘깁니다. 이것이 단순해 보이지만 내 몸의 느낌을 그 순간에 알아차림 할 수 있어야 멈출 수 있고 멈출 수 있어야 습관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방송에서도 음식을 먹을 때 배고픈 느낌을 가지고 그대로 먹으면 포식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몇 숟가락만 떠먹어도 그 순간에 배고픔의 느낌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 먹게 된다는 것입니다. 천천히 알아차리면서 먹으면 배고픔이 사라짐을 바로 알 수 있고 동시에 배가 부른 느낌도 빨리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숟가락을 놓을 수 있는 때를 알아차릴 수 있어서 그런 노력만으로도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비단 다이어트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치는 사람은 자주 다칩니다. 매번 운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다칠 가능성이 높은 움직임을 하기 때문입니다. 운전할 때도 사고를 내는 사람은 자주 냅니다. 그러나 그것이 습관 때문이라는 것을 잘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어떤 습관으로 운전하는지를 살핀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됩니다.

▲ 하림 스님
미타선원 주지

 

 

 

수행이 멀리 있고 수행의 결과물도 멀리 있다면 우리에게 그 노력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반야심경’에 “조견오온개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곧 몸과 마음을 잘 비추어 보라는 뜻입니다. 내 몸을 살펴보는 것이 내가 먹을 때에는 먹는 순간에, 내 몸에서 경험하는 것들을 잘 살펴본다는 것입니다. 세수할 때에는 물이 얼굴에 닿는 느낌부터 수건으로 마지막 물기를 닦을 때까지 그 과정에서 비추어보는 알아차림을 계속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모두 생겼다가 지속되지 않고 사라지는 과정만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무주상행의 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경험하되 경험에 머무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삶 속에서 삶에 걸리지 않는 존재로 산다는 것을 믿습니다.

내일 수술이 걱정입니다. 혹시 아프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입니다. 내일 수술대에 오르면 이렇게 해 보렵니다. ‘지금 이 느낌은 실체가 없어 곧바로 사라지는 느낌일 뿐이다’라고요. 수술대가 아니라 수행의 시험대에 오릅니다. 잘 견디고 나올 것이라고 스스로를 믿고 격려해봅니다.

 [1351호 / 2016년 7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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