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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씨앗 뿌린 장유화상 따라 부처님 원음의 향기 퍼트리다

초기불전연구원 동호회

▲ 초기불전연구원 동호회가 시작된 지 6년이 흘렀다. 김해 장유동에 둥지를 튼 연구원의 근본도량 보리원과 역사를 함께해 온 동호회의 오프라인 모임은 매월 첫번째 일요일마다 발제와 토론식으로 진행된다. 나이와 승속을 막론하고 촌음을 아끼며 질문과 답이 오가며 공부를 이어가는 이들의 열정은 초기불전연구원 역경불사의 숨은 힘이다.

열악한 불서 시장에서 책마다 빛을 보는 곳이 있다. 팔리어로 이루어진 초기불교 삼장의 번역 및 주해를 발원하는 초기불전연구원(지도법사 각묵, 원장 대림 스님)이다. 지난 2002년 ‘아비담마 길라잡이’ 출간으로 시작된 연구원은 2012년 4부 니까야 완역 법회를 갖고 최근 신간으로 논장의 첫 번역서 ‘담마상가니’까지 발행하는, 책마다 빛이 나는 불교계의 드문 ‘대형’ 연구소다. 이 책들이 적게는 2쇄, 많게는 12쇄까지 인쇄됐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읽히는 비결로 번역의 가치를 손꼽는 점은 두말이 필요 없다. 전국의 스님과 불자들의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과 공부 열정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온라인 카페 골수팬 의기투합
근본도량 보리원 개원 때 발족
6년간 매월 독송·발제·토론
스스로를 점검하는 계기 삼아

경전공부모임서 출발한 신행
초기불전학림 개설로 이어져
보리원 도량 든든한 도반 돼
수행처 불사 원력으로 여물어

무엇보다 8900명 가까이에 이르는 초기불전연구원 온라인 다음카페 회원 가운데에서도 ‘골수팬’을 자청하는 ‘초기불전연구원 동호회(회장 최윤호)’는 연구원의 발전을 이끈 숨은 공로자다. 이들이 김해 장유에 둥지를 튼 초기불전연구원 근본도량 보리원의 개원과 같은 해 모임을 결성해 매월 한 차례 만남을 가져온 지도 벌써 6년의 세월이 흘렀다. 최근 초기불전연구원의 첫 논장 번역서인 ‘담마상가니’ 출간기념법회를 계기로 더욱 끈끈해졌다는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초기불교 경전을 연구하고 있는 것일까.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7월의 첫 번째 일요일 오후, 경남 김해 장유에도 폭우가 쏟아졌다. 인도에서 부처님 가르침의 원음을 전하고자 가락국 김수로왕의 부인이 될 허왕후와 함께 모질고 거친 비바람을 견디며 이 땅에 당도했을 장유 화상을 떠올리며 김해 장유의 초기불전연구원 근본도량 보리원에 도착했다. 초기불전연구원 동호회 부산경남지부의 정규 모임은 매월 첫 번째 일요일 점심공양 이후 보리원에서 시작되지만 이미 오전부터 폭우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산, 창원, 양산 등 부산과 경남지역 곳곳에서 모인 20여명의 재가불자가 장궤자세로 불단을 향해 앉아 예경을 올리고 있었다.

예경이 끝난 후 회원들은 초기불전연구원장 대림 스님을 중심으로 둥글게 둘러앉았다. 회원마다 펼친 자그마한 좌식 테이블에는 초기불전연구원에서 발행한 ‘니까야 강독’과 함께 인쇄된 자료가 가득 놓여 있었다. 곧이어 이날의 발제자 김연주 보살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문을 열었다.

“준비 시간이 많이 모자랐습니다. 부족하겠지만 스님과 법우님들을 믿고 시작하겠습니다. 이번에 제가 맡은 주제는 스님들에게 계율이 얼마나 중요한지 당부하는 ‘불의 경’입니다.”

발제자가 직접 준비한 인쇄 자료가 회원들의 좌식 테이블에 추가됐다. 해당 경전의 구절을 함께 읽는 것으로 시작된 토론회는 발표와 질의 및 답변, 보충, 종합 토론의 순서를 기본으로 하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진행됐다. 발제자의 긴장은 이내 풀렸다. 준비해 온 프린트를 읽다가도 경전을 읽은 소감을 밝힐 때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다른 회원들 역시 진지한 표정으로 발표에 몰입했고 쉴 틈 없이 메모했다. 질문도 누구를 지정할 것 없이 즉석에서 주저 없이 이어졌다. ‘초기불전연구원 동호회의 아난존자’로 불리는 송정욱 부회장은 빈틈없는 기억력으로 해당 경전이나 지난 모임의 토론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했으며 차분하게 논지를 짚는 조향숙 부회장, 질문을 쏟아내며 발제자를 긴장시킨 김준태 부회장이 적재적소에서 토론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정양숙 교육부장은 관련 자료를 추가 설명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동호회 6년 개근의 소임없는 소임자인 서주영 거사, 전체 진행을 맡은 최윤호 회장까지 저마다의 소임에도 충실하면서 기존 동참회원은 물론 처음 오프라인 모임에 참가하는 회원들도 토론에 쉽게 동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대림 스님을 향했다. 스님은 말없이 토론을 지켜보다가도 추가해야 할 설명과 강조할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입을 열었다. 평소 좀처럼 강의를 하지 않는 스님도 동호회 회원들의 질문에는 결코 답을 사양하지 않았다. 조목조목 핵심을 관통하는 스님의 설명이 추가되자 고개를 끄덕이던 회원들의 필기 속도 역시 빨라졌다. 그렇다고 회원들이 무작정 스님만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해당 단락에 대한 스님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질문과 대답이 다시 오갔다. 그렇게 토론이 이어지다 보니 예정된 모임 3시간 가운데 10분의 휴식시간마저도 아까웠다.

초기불전연구원 동호회는 앞서 언급한 대로 김해 장유에 초기불전연구원 근본도량 보리원이 개원식을 갖던 2010년 10월24일 구성됐다. 초기불전연구원 온라인 다음카페를 통해 초기불교의 가치를 소통하던 이들은 보리원이 개원하자마자 원장 대림 스님에게 제안했다. “이왕이면 스님과 함께 만나서 공부하는 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간곡한 요청이었다. “출간된 책을 보관하고 번역을 하는 공간이 목적”이었던 보리원이 초기불전연구원의 팬 중의 팬 11명을 주축으로 하는 동호회의 오프라인 모임 공간으로 확장된 계기다. 물론 조건이 있었다. 지도법사 각묵 스님은 제주도에서 번역 작업을, 초기불전연구원장 대림 스님은 건강상의 이유로 강단에 오래 서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결론적으로 두 스님에게 의지하는 공부 모임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대신 회원들이 모임을 진행한다면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대림 스님은 “부처님께서도 주입식 교육을 하지 않으셨다. 항상 제자들에게 논의할 주제를 던지고 토론을 통해 지혜의 길을 찾아내도록 이끄신 토론식 공부의 모범이셨다”며 “오프라인 모임을 토론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 나날이 내실을 더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뜻하지 않던 토론을 목전에 둔 회원들에게는 고충이 많았다. 월 1회 모임을 하다 보니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번의 발제를 위해 3개월 전부터 밤낮없이 발제 준비를 하는가 하면, 한 달 내내 발제문을 쓰고 수정하기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었다. 모임 하루 전날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회원들도 비일비재했다. 한겨울에도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좌충우돌 발제의 고행이 한 사람 한 사람을 거쳐 1년이 지나면서 동호회 회원들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처음에는 도대체 번역이 다 되어있는 경전을 어떻게 다시 발제하라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맡은 부분을 읽고, 읽고 또 읽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새하얀 도화지 같던 상태에서 저도 모르게 발제할 내용이 생각났다는 점입니다.”

“한 번 발제하기도 힘들어서 기진맥진한데 저는 무려 세 번 연속으로 발제했어요. 저의 순서 때 토론이 지속됐고 한 번으로 끝낼 상황이 아니라는 결론이 났거든요. 덕분에 이전에는 단순히 경전을 읽기만 했다면 이제는 같은 경전이라도 분석하며 읽는 즐거움을 제대로 만났어요.” 

“초기불교 경전을 조목조목 분석하며 공부하는 가치를 한순간도 놓칠 수 없지요. 일상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전의 구절이 떠올라 해결의 지향점이 되어 줄 때가 많습니다.”

“토론 결론은 항상 신행과 실천으로 귀결됩니다. 스님들의 계율에 대한 부분을 읽더라도 재가불자로서 신행을 다시 점검하고 자비행의 가치를 되새기고 있어요.”

쉬는 시간을 이용해 토론식 공부의 장점을 질문하자 회원들의 답변이 쏟아져 나왔다. 초기불교 경전이 좋다는 소박한 감동을 공유하기 위해 모였지만 어느덧 초기불교 전문가, 초기불교 수행자가 되어 있다는 것이 이들의 전언이었다. 무엇보다 회원들은 재적사찰이 각각 달랐다. 각 도량에서 주요 소임을 맡은 이들도 제법 많았다. 이곳에서 경험하는 토론식 공부를 자양분으로 삼아 인연 닿는 이들에게 회향하는 것도 이들의 소명이나 다름없었다.

초기불전연구원 동호회의 오프라인 모임은 회를 거듭할수록 열정이 더해졌다. 처음에는 보리원에서만 진행됐다면 지금은 보리원, 서울, 실상사 등 세 곳에서 각각 진행된다. 모두 토론식 공부를 지향하며 매년 가을 한 차례 모여 수계법회를 갖는 것으로 동호회의 우의를 다진다.

오프라인 모임의 활성화는 보리원이 지닌 전법도량의 가능성을 더 크게 넓히는 계기가 됐다. 동호회 회원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보리원을 찾아 초기불교 공부의 길을 만날 수 있도록 2014년 3월18일 제1기 초기불전학림이 개설됐다. 지도법사 각묵 스님의 강의로 보리원에서 진행된 학림은 기수마다 70여명이 보리원을 찾아 공부의 장을 열었다. 오는 8월31일에는 5기 학림이 개설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대림 스님이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마다 목요법회를 통해 초기불교의 이해를 돕기 시작한 것도 동호회의 적극적인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6월12일 봉행된 ‘담마상가니’ 출간기념법회 역시 동호회 회원들이 지도법사 각묵, 원장 대림 스님을 위한 감사의 깜짝 이벤트였다는 후문이다.  

처음에는 법당 바닥에 프린트물을 펼치고 무릎 위에 경전을 받치며 토론을 했다는 초기불전연구원 동호회. 지금은 작지만 좌식 책상도 생겼고 발제자들의 발표도 제법 능숙해졌다. 여전히 발제는 긴장되지만 든든한 도반들과 스님의 설명이 잇따르기에 토론 시간이 기다려진다는 것이 이들의 한결 같은 설명이었다.

동호회는 초기불전연구원의 원력을 모으는 또 하나의 불사를 발원 중이다. 바로 보리원의 확장 증축이다. 사실 현재의 보리원은 오프라인 모임 공간으로는 빠듯하다. 게다가 초기불전학림이 진행되는 시기에는 도량 곳곳에 촘촘하게 앉아도 공간이 모자라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많은 상황이다. 얼굴을 맞대며 공부하는 가치를 좀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발원이 불사를 이끌게 했다. 원력이 모이자 인연의 길도 열렸다. 현재 보리원 바로 뒤편을 매입할 수 있게 됐다. 이곳에는 수행 공간도 조성될 예정이다. 새로운 도량에는 제일 먼저 책상과 의자가 놓인 전용 강의실부터 마련할 계획이다.

“인도에서 공부할 때부터 마음속으로 항상 우리나라에 최초로 불교를 전래하신 장유 화상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살았어요. 이 땅에 불교가 뿌리를 내린 이곳 장유에서 전법의 씨앗이 새롭게 피어나길 바랍니다. 아직 길이 멀지요. 앞으로도 더 많은 분과 함께하길 바랍니다.”

대림 스님의 당부를 마지막으로 3시간 내내 이어진 초기불전연구원 동호회 부산경남 모임 7월의 토론이 끝났다. 뜨거운 8월, 다시 만나자는 약속의 사홍서원이 보리원을 쟁쟁하게 울렸다. 모임은 끝이 나도 이들의 식지 않는 열정에 폭우도 숨 고르기를 하듯 잠시 빗줄기를 멈추고 서원의 공명에 귀를 기울였다.

김해=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51호 / 2016년 7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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