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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보양식과 생태적 식단

기자명 최원형

복날 맞아 육식보단 채식을 해보는 건 어떨까?

7월도 어느덧 중순에 접어들었다. 곧 초복을 시작으로 중복과 말복이 열흘 간격으로 기다리고 있다. 복날 보양식은 더위에 지쳐 허해진 몸을 추스르고 보신하려 먹는 음식이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던 그 시절 삼복더위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 했을까? 고기 구경은커녕 먹는 것 자체가 귀하던 때, 너나없이 몸을 움직이는 노동을 하던 그 시절을 상상해보자. 더운 날 노동으로 쏟아낸 땀방울의 무게만큼 축났을 체력을 복날에 몸을 보신하는 일은 어쩌면 생존을 위한 지혜였을 수 있다. 그래서 단백질 함량이 높은 육개장, 백숙, 보신탕 등의 뜨거운 음식을 염천에 먹으며 이열치열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논리를 과연 오늘 이 시대에 적용해도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 의문은 늘 습관처럼 해 오던 관성에서 벗어나려는 시작이 될 수도 있겠다.

지구 조화로움과 건강 위해서
평소 식단 꼼꼼한 점검 필요
지나친 단백질 섭취 시대 속
생태적 식단 사찰음식에 주목

먼저 우리는 과거처럼 여름에 그토록 많은 땀을 흘리고 있는가?

더위에 지치기는커녕 오히려 에어컨 바람 때문에 냉방병에 걸릴 지경이다. 여름감기라는 말이 생길만큼 감기를 달고 사는 이들이 늘었다. 여름만 되면 전철을 타도 버스를 타도 건물에 들어가도 서늘하다 못해 춥다. 이렇게 춥다가 바깥으로 나오면 다시 덥다. 이러니 상당한 온도차로 인해 우리 몸이 힘들어진다. 더운 여름날 땀을 많이 흘려서 몸이 축나는 게 아니라 온도차를 겪느라 몸이 힘들어한다.

정말 단백질이 부족한가?

평소 우리 식단을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거리에 나서면 한 집 건너 고깃집일만큼 가장 흔한 게 고기가 되어버린 세상이다. 단백질 섭취가 지나치면 지나치지 결코 결핍인 시대는 아니다. 더구나 육식소비가 증가하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성장의 한계’에 따르면 소 한 마리를 키우려면 사람이 먹는 곡물 양의 11배가 필요하고, 쇠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드는 물의 양은 보리 1kg을 키우는데 들어가는 물의 양의 1000배나 필요하다. 이러니 고기를 먹는 것은 어마어마한 식량과 물을 소비하는 일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고기 소비가 불러온 지구온난화는 또 어떠한가? 특히 저개발 국가들은 그로 인한 가뭄, 홍수, 폭염 등의 이상기후를 겪고 있다. 이러니 농사가 잘될 턱이 없다. 먹고 살길이 막막해지는 것은 당연하고 그 결과 기아와 영양실조에 허덕이게 된다. 유엔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지구에 사는 7억9500만 명이 건강한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영양실조와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한다. 지구 인구 아홉 명 당 한 명꼴인 셈이다.

지나친 육류 섭취에 따른 비만의 문제는 또 어떤가?

평소 고열량의 음식 섭취와 운동부족으로 인해 비만 인구는 점점 늘어난 데다 살을 빼려는 이들이 증가하다 보니 다이어트가 하나의 사업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지방흡입술이니 하는 말들이 더는 생경스럽지 않은 사회분위기가 이런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같은 지구에 살면서도 어느 곳에서는 굶주림에 또 다른 어느 곳에서는 비만인 세상, 이토록 영양의 불균형 시대를 우리는 지금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복날을 핑계로 고단백의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어째 궁색한 핑곗거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복날을 맞아 특별히 채식을 해야 하지 않을까? 평소 즐겨먹던 고기를 끊고 가벼운 채식을 시도해보자는 거다.

고기는 어떤 과정을 거쳐 밥상에 오르는가?

마지막으로 복날 보양식 대표 메뉴인 삼계탕, 보신탕 등의 재료가 되는 가축들이 어떤 형태로 키워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가 먹는 고기들은 대부분 공장식 축산이라 불리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다닥다닥 층층이 쌓여있는 닭장에 내내 갇혀서 살만 찌우다 고기가 되는 닭, 스톨에 들어가 몸 한 번 돌리기도 어려운 공간에서 사료만 먹으며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돼지. 그렇게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살다가 고깃덩이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여전히 고기를 즐길 수 있을까?

이런 이유로 복날 보양식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몸과 함께 사는 생들 그리고 지구, 그 전체의 조화로움과 건강성을 위해서 말이다. 올해 복날은 급격한 온도차로 힘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과 지구를 더 덥게 만드는 육식대신 채식위주의 식단으로 보양 해보는 건 어떨까? 이런 보양식에 딱 맞는 것이 사찰음식이다. 사찰음식은 웰빙 음식이기도 하지만 지극히 생태적인 식단이기도 하다. 복날에 삼계탕, 보신탕 같은 메뉴대신 사찰음식을 보양식으로 삼아도 좋겠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351호 / 2016년 7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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