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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진수정씨-상

기자명 법보신문

▲ 무구화·41
나에겐 불교란 무엇일까? 스스로 이 질문을 자주 하곤 한다.

동자스님 태몽으로 출생
결혼 후엔 점점 멀어져
가족에게 힘든 날 닥쳐
홍법사서 ‘참기도’ 입재

먼저 답을 하자면 망설임 없이 이렇게 밝히고 싶다. 나의 전부이고 생활의 일부이고 필연이라고 말이다.

친정 부모님께서는 두 분 다 신심이 두터운 분이셨다. 특히 친정아버지는 불교의 수행과 불교 공부에 항상 매진하셨던 분이다. 그리고 친정어머니께서는 나의 태몽도 아기 동자승 꿈을 꾸었다고 하시니 보통 인연이 아닌 점은 분명하다. 보통은 기독교에서 모태신앙을 말하지만 나야말로 불교가 모태신앙이라고 당당히 표현하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절에 가는 것을 좋아했고 초등학교 때는 혼자 절을 찾아가 어린이법회에서 활동했다. 고등학교 때에도 동아리 활동을 불교부에서 했다. 대학교 때에는 학교에 불교동아리를 찾지 못했다. 그래도 방학 때 집 바로 뒤에 있는 범어사서 청년회 활동을 하며 지속적으로 불교와 인연을 맺어왔다.

그런데 결혼 후에는 쉽지 않았다. 가끔 한 번 씩 절에 찾아 가긴 했지만 결혼 전과 비교해보면 부족했다. 발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던가. 불교는 서서히 내 삶에서도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바쁜 하루하루를 지내면서 나와 우리 가족에게 힘든 일들이 닥치기 시작했다. 신랑이 하는 일들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나날들을 견뎌야 했다. 큰아이는 유치원을 다니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아이를 향한 미안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친정어머니로부터 부산 홍법사 어린이법회 소식을 듣게 되었다. 법회가 잘 운영된다는 말을 듣고 친구들이라도 사귀면 좋겠다는 생각에 곧바로 도량을 찾아갔다. 그런데 마냥 도움을 받겠다는 생각만 컸던 것 같다. 나도 그랬고 아이 역시 심리적으로 많이 힘든 상태였고 적응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홍법사의 넓은 잔디는 우리 가족에게 큰 위안이 됐다. 아이의 법회 활동과 상관없이 시간이 날 때마다 신랑과 아이와 함께 넓은 잔디 마당이 있는 홍법사를 찾아갔다. 홍법사의 소식들을 먼발치에서 보고 듣는 시간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인연은 믿고 기다리면 저절로 찾아온다는 말이 맞았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홍법사 도량을 산책하기 위해 찾아갔을 때였다. 어린이법회 어머니들의 모임인 자모회에서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기도반을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이가 아닌 어머니의 기도라는 말에 이거다 싶었다. 예전에 청년회 활동을 했을 때도 생각이 났다. ‘천수경’ ‘금강경’ 공부는 했지만 사실 나에게 기도란 대학교 때 범어사 관음전에서 친정어머니와 함께 학교 입학을 발원하며 108배 기도를 했던 기억이 유일하다시피 했다. 당시 친정어머니는 길상의 꿈을 꾸시며 합격을 확신하셨고 이후 정말 가까스로 원하는 과를 들어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정작 그때 말고는 진중한 기도는 더 하질 못했다. 그때가 떠오른 건 나의 상황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기도 했고 무엇이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에 앞뒤 보지 않고 그저 ‘기도’라는 단어만 보고 바로 가입을 했던 것 같다.

첫 기도는 김경숙 홍법사 어린이불교교육연구소 소장님의 안내에 따라 100일 기도로 시작됐다. 기도는 다름 아닌 간절하게 매일 매일 정성으로 사경을 하는 것이었다. 그때 당시 우리 가족은 친정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었다. 친정도 빠듯한 상황에서 우리까지 함께 지내는 형편이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100일을 하면서 나에게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1351호 / 2016년 7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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