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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박목월의 ‘불국사’

기자명 김형중

시적 여운 깊은 목월 시의 백미
불국사 신비한 정적 절묘히 묘사

흰 달빛/ 자하문(紫霞門)
달 안개/ 물 소리
대웅전(大雄殿)/ 큰 보살
바람 소리/ 물 소리
범영루(泛影樓)/ 뜬 구름
흐느히/ 젖는데
흰 달빛/ 자하문
바람 소리/ 물 소리

천편일률적 종결어미 탈피
시 생명인 ‘말운’ 잘 살려
깨달음·불은 충만한 경지

정지용은 “북에는 소월이 있다면 남에는 목월이 있다”고 하였다. 두 시인이 가장 한민족의 전통적이고 향토적인 가락으로 자연과 민족의 한과 정서를 노래하였다.

한국의 전통적인 전통 시조가락의 음보(音步)가 3·3·4 또는 3·3·5의 음률이다. 따라서 한국어에서 가장 아름답게 들리는 말은 세 음절로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의 성과 이름이 세 음절이다.

박목월(1915~1978)의 대표시 ‘나그네’에서도 그렇듯이 ‘불국사’도 3·3·4조의 음률이 흐르고 있다. 그의 시의 특성 중의 하나인 서술어가 생략되고 명사와 명사가 행과 연을 결합하고 있다. 목월의 시는 한국어의 문법적 구조가 ‘…이다’로 끝나는 종결어미의 천편일률에서 벗어난다. 시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운(末韻)의 긴 여운이 목월 시의 백미(白眉)이다.

부처님 나라의 이상세계를 지상에 재현시켜놓은 이상향이 불국사이다. 불자는 앉아도 잠을 잘 때도 머리를 서쪽에 계신 서방극락정토 부처님이 계신 곳을 향한다.

불국사는 신라 경덕왕 때 재상 김대성이 천하의 불심과 효심을 나타내서 석굴암과 함께 창건한 절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서 우리나라에서 국보문화재 8점과 보물 1점을 보유하고 있는 국보사찰이다. 석굴암, 다보탑은 숭례문 화재 이후 국보 1호 신지정 후보군에 있다.

시인 박목월의 고향은 경주이다. 불국사는 전생의 안방처럼 밤낮으로 천 번을 참배했을 심향(心鄕)이다. ‘불국사’는 시인이 밤에 불국사 경내를 거닐며 불국사의 신비로운 정적을 서경(敍景)적으로 묘사한 시이다.

화엄불국은 온갖 꽃으로 장엄된 부처님 나라이다. ‘대웅전 큰 보살’에 이르는 길은 백운교와 청운교의 두 다리를 건너고 33계단을 밟고 올라 자하문(紫霞門)을 통해 대웅전에 이르는 길과 연화교와 칠보교를 건너서 안양문을 통과하여 극락전에 이르는 길이 있다.

토함산(吐含山)은 안개를 머금은 산이란 뜻이다. 자운(紫雲)은 자줏빛의 구름으로 성인과 군자가 있을 때 낀다고 하는 상서로운 구름이다. 불가에서는 염불 수행한 사람이 임종할 때 아미타불이 자색 구름을 타고 맞이하러 온다고 한다. 자하문을 지나면 대웅전이다.

1연과 2연 “흰 달빛/ 자하문/ 달 안개/ 물 소리”에서 흰 달빛이 비치는 불국사 자하문에 자줏빛 안개가 끼고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3연과 4연 “대웅전/ 큰 보살/ 바람 소리 솔 소리”는 대웅전의 부처님(큰 보살은 부처님의 지위에 이르렀으나 중생세계에 머무시는 분) 앞에서는 잡다한 안개 번뇌가 걷히고 바람 소리와 소나무 소리뿐이다.

5·6·7·8연 “범영루/ 뜬 그림자/ 흐느히/ 젖는데/ 흰 달빛/ 자하문/ 바람 소리/ 물 소리‘는 이 시의 결구이다. 범영루(泛影樓)는 수미산의 정상 곧 세계의 위치에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사바세계의 모든 모습의 그림자가 구품영지(九品影池)에 비친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며, 물소리는 바로 이 연못에서 나는 소리이다. 범영루에 흐느히 젖는 불심은 처음 자하문에 들어설 때의 “물 안개 물 소리”가 아니라, “바람 소리 물 소리”이다. 오도의 경지요, 불은이 충만한 경지이다. 청풍 바람에 무명 안개가 걷힌 자연 그대로의 ‘바람 소리 물 소리’가 비로자나불의 설법이다.

김형중 동대부여중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351호 / 2016년 7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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