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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때 검은 옷 착용은 왜색 영향”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16.07.14 11:49
  • 수정 2016.07.14 11:54
  • 댓글 4

태경 스님(조계종 포교원 의례실무위원) 기고

일제강점기부터 검은 옷 착용
왼쪽 팔에 차는 완장도 일본식
상주가 흰옷 입는 것이 ‘전통’
고인에 삼베 입히는 것도 잘못

조계종 포교원 의례실무위원인 태경 스님이 왜곡된 현대의 장례문화를 비판하는 기고문을 보내왔다. 태경 스님은 동국대 불교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저서로 ‘조상경-불 복장의 절차와 그 속에 담긴 사상’ 등이 있다. 편집자

▲ 조계종 포교원 의례실무위원 태경 스님
불교계는 며칠사이 큰스님을 두 분이나 잃었다. 지난 7월5일은 무위당 진관 스님, 6월27일에는 제주 약천사 혜인 스님의 영결식 및 다비식이 있었다. 두 분 모두 여법한 절차에 따라 장엄한 다비법으로 보내드렸다. 부처님께서는 유언으로 분소(焚燒, 불에 태우는)법으로 장사지내도록 하신 이후, 불제자들의 장례는 다비(jhāpeti)법이 되었다. 인도에서 출발한 이 법은 중국을 지나 우리나라에 이르러서도 크게 변함은 없으나, 옷을 입는 복식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죽으면 일생에서 입었던 가장 좋은 옷으로 수의(壽衣)를 준비하는 것이 예법이었다.

삼국과 고려시대는 사료 부족으로 다비법은 물론 일반 상장례법의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조선시대는 출토유물을 통해서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이번 상장례 절차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 잘못 이해한 부분도 있을 수 있으나, 보도 자료를 종합해보면 문헌과 너무 달라서 무척 당혹스러웠다. 검은색 사용이 대표적이다.

옛것만을 고집하거나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형식화 하고 뒤틀어진 현대장례법으로 불교장례도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스님의 장례에서조차 이와 같은 현상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불교 다비법에 나타나 있는 정신을 살려내지 못하였다. 아마 내가 다비법에 관한 문헌을 보지 않았다면, 이러한 생각은 하지 못했다. 사찰 내에서 다비를 한다고 해서 불교의 전통을 담아낸 장례법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랜 동안 유교식과 불교식의 장례법을 혼용하고 있어 둘의 구분이 쉽지 않다. 게다가 왜색의 문화도 덮여있다. 작은 것 하나하나 불교장례 절차에 맞도록 여법하게 준비하는 것이 불교를 살리는 길이 아닌가한다.

상을 당하면 우선 크게 세 가지측면에서 준비한다. 시신은 어떻게 하며, 상복은 어느 선까지 입을 것인지, 문상은 언제 할 것인가를 각자의 경우에서 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상복을 통해서 뜻이 드러난다.

불가의 상례에서 스님[僧]이 상을 당했을 때, 옷을 입는 뜻은 스승을 향한 효(孝)로서 법의(法衣)와 동일하며, 그리고 베[布]는 끝단은 거칠고 가공하지 않은 황색이다. 가공하지 않았다는 것은 베틀에서 떼어낸 짠 그대로 전혀 가공을 하지 않고 단을 처리하지 않은 소색(素色, 흰색)의 천을 말한다. 이렇듯이 불교에서 상중의 복식은 상주는 소색으로 옷을 입어야 하고, 문상하는 사람도 소색으로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예법이었다. 일반 상장례법도 이에 준하고 있다.

상주가 스님이면 가사와 장삼을 입기 때문에, 왼쪽 가슴에 거칠고 노란색의 베로 만든 작은 나비모양을 달면 족하다. 스님이 아닌 경우 상주의 남녀는 모두 위아래 흰색으로 입고, 가슴에는 베로 만든 작은 나비모양을 다는 것이 옳을 듯하다.

그러나 오늘날 상가에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검은색의 상하 양복과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는 풍경은 너무도 익숙하다. 검은색으로 근조·추모·추념 등을 쓰고 꼬리를 달아 왼쪽 가슴에 붙이고, 검은 줄이 있는 완장을 왼쪽 팔에 차고 있다. 모두 일제강점기에 일본을 통해서 전래된 일본식이다. 서양 복식이 일본으로 전해져서 일본문화에 맞게 변형된 것이 들어온 것이다. 또 해방과 함께 우리가 우리 것을 찾기도 전에 미군정의 문화정책은 큰 위기가 되었다. 그리고 경제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장례식장의 도입은 상술에 다시 한 번 편승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을 담는 우리 것을 잃어버리고 자본주의와 편의주위로 흐르게 되었다.

우리 본래의 뜻은 이러하다. 가공하지 않은 천을 사용하는 것은 돌아가신 스승이나 부모를 여읜 마음이 황망하여 천을 곱게 다듬을 시간이 없음을 나타내고, 상복은 효(孝)의 상징으로 죄인이 된 값으로 옷[服]을 이룬 행위의 표시이다. 바느질은 되도록 손바느질로 정성스럽게 하는 것이 원칙이며, 바느질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세상에서 맺힌 한을 풀고 가라고 매듭을 짓지 않고, 솔기를 장식하거나 탄탄하게 하는 상침질은 하지 않는다. 뒤돌아보지 말고 저승으로 잘 가라고 뒷바느질은 삼간다. 짝을 찾는다고 하여 치수나 폭수는 짝수가 아닌 홀수로 하며, 저고리 바지가 겹이면 자식의 앞길을 막는다고 하여 명주솜이나 창호지라도 넣었다. 이렇게 스승이나 부모를 대하는 정성과 후손을 위한 마음이 들어 있는 것이 우리의 상례이다. 특히 수의(壽衣, 제주도에서는 호상옷이라 함)를 지을 때는 더욱 조심한다.

수의(壽衣)는 죽은 자를 입관(棺은 감구(龕柩))하기 전, 대수렴 때 입히는 옷이다. 수의는 말 그대로 죽은 자가 입고 계속 살아가는 옷이다.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는 비록 헐벗고 변변하게 살지 못했어도 저승에서 입을 옷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옷감으로 제일 좋은 옷으로 차려 입고가야 한다고 믿는 이유이다. 그래서 수의는 일생에서 가장 좋은 옷을 입은 날의 옷으로 입지, 상주가 입는 베로 만든 상중의 옷을 입고 가는 것은 아니다. 인생에서 가장 좋은 날의 옷차림이란 결혼하는 날 입었던 옷이다. 남자는 신랑이 입는 관복이나 도포(道袍)·심의(沈衣)를 입히고, 여자는 신부가 입는 원삼(圓衫)을 입힌다. 물자가 귀했던 제주도에서는 원삼 대신 장옷을 입히고, 수의를 호상옷이라고 불렀다.

전통혼례에서 여성은 녹의홍상(綠衣紅裳)과 황의청상(黃衣靑裳)으로 색을 갖춘다. 현대 결혼식은 결혼식장에서 준비해주는 흰색 드레스와 검은색 제비모양의 예복을 입는다. 지금 결혼방식이라면 상복을 의미하는 흰색과 검은색을 입고 저 세상에 가야하는 것이다.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가장 좋은 추억을 담아서 정토에 태어나고자하는 염원을 담았던 수의가 언젠가부터 삼베로 바뀌고, 그것도 모자라서 옷에 금박을 입히는 등, 그 가격도 1~2천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이제는 우리 것을 찾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경제적인 힘도 세계가 부러워하고 있다. 검은색이 아니라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 옷으로 아름다움을 뽐내보자. 여성에서부터 여성의 힘으로 시작해보자. 신랑신부 옷으로 아름다운 우리의 상장례를 멋지게 되살려 보자.

[1352호 / 2016년 7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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