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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 조민기

글 써서 보시하겠다는 ‘꽃미남 부처님’ 열혈 팬

▲ 작가 조민기에게 불교 글을 쓰는 일은 “부처님을 향한 팬심의 결정체”다. 아니, 팬심을 가장한(?) 신심이다.

가장 늙은 오빠다. 2600여년 전 태어났다. 심지어 잘 생겼다. 게다가 심성까지 비단결이다. 원조 아이돌에 원조 꽃미남 오빠다. 연예인은 아니다. 역사상 훌륭한 리더이자 종교지도자다. 부처님이다. 잘 생기고 멋진 ‘꽃미남 아이돌’의 지갑 두둑한 20대 직장여성‘이모팬’이었던 작가 조민기(37, 수덕화)를 ‘심쿵’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조선임금잔혹사’ ‘조선의 2인자들’ 등 역사적 인물에 ‘팬질’했던 그녀가 부처님에게 사심을 품었다.

광고회사 홍보 기획연재하며
고전 속 꽃미남 시리즈 호응
일간지 칼럼 연재하면서 데뷔

쓰고 싶은 글 찾아 방황하다
양양 홍련암서 ‘글보시’ 서원
조계사보에 십대제자들 연재
‘붓다의 여성들’도 출간 예정

“인물값 하는 붓다, 멋진 남자”
젊은 불자모임 ‘영108’ 멤버로
서로 교유하며 쉬운 불교 앞장

▲ ‘부처님의 십대제자’ 조민기 지음·견동한 삽화/ 맑은소리맑은나라
“많은 분들처럼 저도 부처님을 굉장히 존경하고 사랑해요. 아마 부처님은 세계에서 가장 열렬하고도 많은 여성 팬을 지닌 분이실 거예요. 어느 사찰이나 법당엔 남자보다 여자가 많잖아요. 부처님이 잘 생기지 않았다면 법당에 저렇게 많은 사람이 있을까요? 잘 생겨서 너무 좋아요. 잘 생기면 인물값 한다고들 하는데 잘 생긴 남자가 제대로 인물값 하는 게 좋아요. 분별없는 마음과 자비를 설하셨지만 단호할 땐 한없이 냉정하셨어요.”

그녀는 원래, 예전부터, 그것도 꾸준히, 잘 생긴 남자를 좋아했다. 한양대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하고 영화사를 거쳐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하던 중 회사 홍보기사를 작성한 게 글 쓰는 인연이 됐다. 정해진 틀대로 올리기만 해도 됐지만 읽지도 않는 홍보기사를 바꾸고 싶었다. ‘광고쟁이의 상상력으로 고전 읽기’ 시리즈가 호응을 얻었다. ‘봄봄’이나 ‘동백꽃’ 속에서 좋아하는 남자를 괴롭히고 닭싸움 시키는 점순이를 ‘엽기적인 그녀’의 전신모델로 꼽았다. 결혼하기 좋은 남자를 ‘삼국지’에서 찾기도 했는데 유비, 관우, 장비 가운데 장비라는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도원결의를 맺은 복숭아밭 소유주가 바로 장비여서다. 알짜 부동산 소유에 가장 젊기도 했다.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웠던 가려운 곳을 대신 긁었다. 그렇게 미혼여성의 시선에서 맛깔나고 재기발랄한 고전 리라이팅(Rewriting)으로 인기를 얻어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돈 주고 홍보기사를 연재하다 돈 받고 칼럼을 연재하게 됐다. ‘세계일보’에 칼럼 ‘꽃미남 중독’을 2년 넘게 인기리에 연재했다.

“사심 듬뿍 담아 글로 ‘팬질’했는데 반응도 좋고 후회도 없어요. 하지만 뭘 쓰고 싶은지 뭘 써야 하는지 몰라 방황했어요. 칼럼은 한계가 있고 시간 지나 묶어내면 트렌드에 뒤처지잖아요. 핫한 잡지에서 한 번씩 의뢰받고 책도 한 권 출간하니 금방 자리를 잡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외조-성공한 여자를 만든 남자의 비결’을 쓰고 발칵 뒤집힐 줄 알았던 세상은 조용했다. 백수였다. 하얘지는 손처럼 얼굴도 마음도 창백해져갔다. 기도가 필요했다. 그 무렵 엄마의 기도에 강력한 의심이 들었다. 독실한 불자였던 엄마는 늘 가족들 기도를 했다. 기도하는데도 일이 잘 풀리지 않자 의구심은 커져 갔다. 그런 자신이 찌질해 보였단다. ‘엄마를 믿을 수 없으니 내 기도는 내가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부처님을 찾았다. ‘기도해서 가피 받았다’는 이야기에만 관심이 쏠려있던 그녀에게 부처님은 고개를 돌렸다.

“이 세상에서 제가 가장 간절하고 절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내 모습을 보시면 부처님이 모든 문제를 단박에 해결해 주실 거라 믿었죠. 전 어떻게 기도하는지도 몰랐고,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스스로 갈팡질팡했던 거예요. 서로 못할 짓을 한 거죠.”

‘제대로 불교 한 번 배워서 끝내주게 기도해서 성취를 얻어 보겠다’고 발심했다. 서울 조계사에서 기본교육을 받았다. 모르는 것을 배우는 재미가 컸다. 마침 불교여성개발원에서 청년불자들 모임 ‘영108’ 단체를 창립했는데 또래와 만나면서 더 즐겁게 불교를 받아들였다. 영108 도반들과 참선과 명상, 경전 공부를 하며 쉽고 재밌으면서 ‘간지나는’ 불교를 알아갔다. 그러다 1000일 기도를 발원했다. 정성 다해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백수가 오히려 고마웠다. 엄마와 철야기도를 하러 간 양양 낙산사 홍련암이 글 인연의 싹을 틔웠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서원이 완벽한 문장으로 술술 나왔어요. 한 구절 한 구절 새기면서 절하니 얼마나 신심이 나는지 힘든 줄도 모르고 108배하고 1080배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때 그 서원은 지금도 늘 새기고 아침저녁으로 진언처럼 외워요.”

 
그녀는 이렇게 서원했다. ‘좋은 작가가 되겠습니다.’ ‘바르고 행복한 작가가 되겠습니다.’ ‘나아가 세상을 바르고 행복하게 하는 글을 쓰겠습니다.’ 기도를 회향하자 정말 가난해 보이는 노보살은 고쟁이에서 주섬주섬 시줏돈을 꺼내 보시했다. 그녀는 나지막이 읊조렸다. ‘이렇게 좋은 도량에서 기도하고, 나도 보시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 수중에 돈이라곤 없었다. 하지만 신심은 또 다른 서원으로 이어졌다.

“부처님, 만약 글도 보시가 된다면 저는 글을 써서 부처님께 보시하겠습니다.”

그녀는 경전 배울 때 태어나서 처음 듣는 가르침에 혼자 몇 번이나 감동했다. 특히 경전 속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영화 속 장면처럼 펼쳐졌다. 겉모습뿐 아니라 내면까지 멋진 남자를 찾는 일은 현실이나 드라마에서나 녹록지 않다. 그 어려운 남자들이 경전에 차고 넘쳤다. 서원 세우고 난 뒤 우연처럼 조계사에서 연재 제안이 왔다.

“경전을 만났을 때 정말 너무 기뻤어요. 평생 ‘팬질’해도 모자랄 남자들이 넘쳐났거든요. 연재 제안에 고마웠고 당장 좋다고 말씀드렸어요. 예수님에게 열두 분의 제자가 있다는 건 기독교를 모르는 사람들도 아는데, 부처님에 대해 저는 모르는 게 많았어요. 예불 중에 1250명의 ‘멋진 싱글 남성 제자(아라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니 사심 가득 담아 팬질을 시작한 거죠. 그렇게 시작한 글이 ‘부처님의 십대제자’에요.”

경전 속 에피소드들을 꼼꼼히 살폈다. 중고서점에서 김어수 법사와 이종익 박사가 공동으로 쓴 ‘부처님의 으뜸가는 제자 열 분’(보림사, 1986)을 발견했을 땐 뛸 듯이 기뻤다. 본지에 연재됐던 글을 엮은 ‘붓다와 39인의 제자’(한걸음더, 2015)를 읽고는 이자랑 동국대 교수 팬이 됐단다.

2012년부터 2년간 조계사보에 연재된 기획물을 재편집했고 ‘부처님의 십대제자’를 냈다. 그녀 스타일대로다. ‘경전 속 꽃미남’ 찾기였다. ‘엄친아 지혜제일 사리불’ ‘슈퍼 히어로 신통제일 목건련’ ‘재벌 2세 일등 신랑감 두타제일 마하가섭’ ‘교단 공식 꽃미남 다문제일 아난’ 등 감각적인 시각과 표현, 비유로 십대제자 일화를 친근하게 풀어냈다. 그러나 드라마틱했다. 사리불이 죽기 전 어머니를 제도한 장면, 라훌라가 아버지 앞에서 “사문이여, 당신의 그늘은 참으로 시원합니다”라며 웃는 모습, 마하가섭이 반열반에 든 부처님 두발 앞에서 오열하는 등 진한 감동을 꾹꾹 눌러 담았다. 제자를 맞는 부처님의 따뜻한 말씀 역시 울림이 깊다.

“길을 열어라. 저기 내 훌륭한 상수 제자가 오는구나.”(사리불과 목건련을 맞이할 때)
“나는 그대의 스승이고 그대는 나의 제자다.”(마하가섭을 몸소 마중 나가서)
“오라, 비구여.”(이발사였던 지계제일 우바리의 출가를 허락할 때)

그녀는 서슴없이 말한다. “제 서원은 부처님을 향한 사심이자 팬심의 결정체”라고.

“‘글을 써서 부처님께 보시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어 정말 기쁘고 감격스러워요.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종교를 떠나 ‘잘 모르는 남자’에서 ‘꼭 알고 싶은 남자’ ‘꽃미남’으로 우리 곁에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부처님의 십대제자’ 집필을 마치고 남편 만나 새 생명 ‘호명(보살)’을 품은 그녀는 즐겁다. 다시 ‘팬질’을 할 수 있어서. 미혼여성에서 아내로, 아내에서 어머니로서 부처님을 그려낼 수 있어서. 그리고 서원대로 인세 전액을 보시할 수 있어서. 그녀를 사심 가장한 신심에 푹 빠지게 한 부처님은 곧 출간될 ‘붓다의 여성들’과 불교신문에 연재 중인 ‘불국토 이야기’, 조계사보에 쓰고 있는 ‘부처님과 왕’에서 톡톡 튀는 글로 되살아나고 있다. 작가 조민기의 ‘팬질’이 고마운 이유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조민기 작가 추천도서

 
‘부처님의 생애’/ 조계종 교육원 편찬위원회/ 조계종 출판사
부처님의 생애를 올바르게 계승하기 위해 검증된 학술적 내용을 바탕으로 한 불교입문서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집대성하고, 인간적이면서 초인간적인 부처님의 모습을 담았다. 조 작가는 “말씀 위주의 딱딱한 부처님 일대기에서 스토리가 가미되고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살아난 명저”라고 추천했다.

 

 

 

 
‘아난존자의 일기’/ 원나 시리 지음/ 범라 스님 옮김/ 운주사
부처님을 모신 아난존자가 살아있는 동안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부처님과 그 제자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 책은 아난존자를 통해 자연스럽게 부처님과 가르침, 제자들의 수행을 쉽게 이해하도록 구성됐다. “화자가 아난존자라는 점이 독특하다”는 조 작가는 “일기형식으로 그려낸 감동적인 스토리로 자기 전에 한 챕터씩 읽을 만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삼국유사’/ 일연 지음/ 김원중 옮김/ 민음사
“역사 이야기지만 스토리텔링이 잘 된 책이다. 책도 궁합이 맞아야 한다. 두껍고 의무감으로 읽어야하는 책이 아닌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있는 우리 이야기다.”
조 작가는 일연 스님의 저술 ‘삼국유사’를 이렇게 평했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뿐 아니라 고조선부터 고려까지, 우리 민족의 흥망성쇠를 폭넓게 확인할 수 있다.

 

 

 

 
‘로마인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한길사
문화인류사를 사랑한 일본 여성 작가의 저서다. 로마 제국의 1000년 역사를 새롭게 조명했다. 로마인들이 특유의 개방성으로 주변의 모든 문화를 포용해 대제국을 건설하였음을 주장하고 있다. 캐릭터에 주목하면서 문화인류사를 해석하는 조 작가는 “연년별 역사가 아닌 살아있는 역사와 만날 수 있다”고 했다.

 

 


[1352호 / 2016년 7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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