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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 속 기도정진, 세월호 수면에 올리는 마중물 되길”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위한 72시간 철야기도회’ 현장

▲ 조계종 사회노동위는 7월8~11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분향소 앞에서 ‘세월호의 온전하고 조속한 인양을 위한 72시간 연속 철야기도회’를 봉행했다. 온전한 세월호 인양을 염원하는 뜨거운 마음들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다.

올해 첫 폭염특보가 내린 7월 둘째 주, 찌는 듯한 무더위도 광화문의 기도정진 열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세월호의 조속한 인양을 염원하는 3만배 철야기도는 체감온도 4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도 쉼 없이 이어져 지나가는 이의 발걸음까지 잠시 멈추게 했다.

사회노동위, 7월8~11일 광화문서
3만배 시민 릴레이 기도회 봉행

40도 육박하는 불볕더위에도
종교·나이 초월 500여명 동참

세월호 인양·진실 밝혀질 때까지
“각자 위치서 기도 동참할 것”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7월8~11일 서울 광화문 광장 세월호분향소 앞에서 ‘세월호의 온전하고 조속한 인양을 위한 72시간 연속 철야기도회’를 봉행했다. 바람 한줄기 불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폭염 속에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온전한 세월호 인양을 염원하는 간절한 마음들이 나흘간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다.

사회노동위에 따르면 3박4일 동안 이어진 이번 릴레이 철야기도에 사회노동위 집행위원 스님과 실천위원, 문화제 참여 시민을 포함해 500여명이 동참했다. 여기에 온라인으로 희망동참한 이들도 있으니 동참자 수는 더 많아진다.

처음부터 이렇게 많은 사람의 동참을 예상했던 것은 아니다. 7월8일 진행된 입재식에는 사회노동위 부위원장 도철 스님을 비롯해 실천위원 재가자 등 12명만이 분향소 앞에서 스님의 죽비소리에 맞춰 침묵 속 108배를 했다.

▲ 도철 스님은 3박4일 자리를 뜨지 않고 기도에 매진했다.

무더위뿐 아니라 높은 습도로 108배를 하는 스님의 장삼은 물통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금세 땀으로 푹 젖었다. 땀 한 방울에 절 한배, 눈물 한 방울에 비탄과 통탄이 뒤섞였던 이날 입재식은 땀범벅이 된 동참자 모두를 숙연하게 했다.

폭염경보가 발효된 이튿날도 기도정진은 이어졌다. 이날 세월호 마지막 생존자 김성묵씨가 광화문을 방문했다.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온 그는 1시간이 넘게 쉬지 않고 절을 했다. 아이들을 구조하다 마지막 순간에 구조선에 올랐던 그는 외상 후 스트레스를 앓고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너무 미안해서”라며 자신을 돌보지 않고 거리에 나와 자신의 몸을 혹사해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오후에는 단원고 학생 고 유예은 양의 할머니가 방문했다. 할머니는 뒷자리에서 한참을 앉아 기도하다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주말을 맞아 광화문 광장을 찾은 시민들도 하나둘 기도에 동참했다. 절을 하지 않더라도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따라 외거나 묵념을 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5살 아들과 함께 이순신 장군상 앞 분수대를 찾았다가 기도 모습을 본 이선혜(39, 홍제동)씨는 불현듯 쏟아지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분수 안을 뛰어다니며 즐겁게 노는 아이의 사진을 찍어주다 갑자기 가슴이 쏴 해지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말했다.

“2년 전 300명 넘는 사람들도 물 안에 있었잖아요.”

그는 “그동안 너무 자연스럽게 잊고 살았던 것 같다”며 “전 국민의 관심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져 우리 아이들이 정의롭고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뙤약볕 속 진행된 기도회는 불교계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릴레이 기도에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다.

저녁에는 250여명 넘는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4·16연대가 주최한 ‘세월호 조기 인양 토요촛불문화제’가 세월호 분향소 앞에서 개최됐기 때문이다.

이틀 동안 기도에 참여했던 법상 스님은 “마음 아픈 자리에 한 축이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이 반성하고 참회했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부에 특조위 활동기간 보장을 요구하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단식농성에 나선 이은종 변호사는 “오전 8시부터 피케팅과 단식을 하며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며 “정상적인 국가라면 참사에 대한 진상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통탄했다. 이어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특조위의 법률적인 활동기한은 2017년 2월3일까지”라며 “정부의 일방적이고 잘못된 법 해석에 대해 현재 헌법소원을 청구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4·16연대 수습인양위원장인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 집행위원장은 “벌써 많은 사람이 정부가 세월호 인양을 안 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하지만 우리가 포기하는 순간 정부도 인양을 포기할 것”이라며 “우리는 절대 세월호를 포기할 수 없다. 반드시 온전히 인양해 9명의 미수습자 뼈 한 조각, 머리카락 하나라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제는 참가자들의 18배로 마무리됐다. 도철 스님 목탁소리에 맞춰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의 종교와 신념에 따라 절과 묵념을 하며 세월호의 조속한 인양을 발원했다. 9명의 미수습자 이름을 목청껏 부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날 문화제에 참석한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기간은 보장돼야 하고 특검도 임명돼야 하는데 국정원의 세월호 개입, 해군기지로 가는 철근 등 세월호와 관련된 여러 의혹은 규명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중단 없는 진상규명을 보장하고 특검 임명을 통해 성역 없는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7월10일에는 문규현 신부와 원불교 신자들이 기도회장을 방문했다. 종교를 넘어 세월호 인양을 위한 마음은 하나였다.

다음날인 7월10일 오전에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공동대표 문규현 신부가 기도 현장을 찾았다. 문 신부는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는가 싶더니 목탁소리에 맞춰 108배를 올렸다. 오후에는 원불교 신도들이 광화문을 방문해 인양 촉구발원과 함께 특별 천도재를 봉행했다. 기도방식은 다를지 몰라도 세월호 인양을 위한 마음은 하나였다.

이날 오후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선수들기 예정일 하루를 남겨놓고 또다시 작업을 보류했다. 5월부터 벌써 6번째 연기였다. 해양수산부는 7월11일 재개하려고 했던 선수들기 작업을 “현장 파고 등 기상악화가 예상된다”며 “선수들기 작업을 다음 소조기인 7월25~26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기도회장에 모여 있던 모두가 실망한 모습을 보였다. 기다림에 지쳐 더 이상 화를 낼 기운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진도 팽목항에 머무르고 있는 은화 엄마에게서 온 문자메시지에 금세 마음을 다잡았다.

은화 엄마는 “바다를 보며 단장지애(斷腸之哀)의 마음으로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는 기도 동참자들의 정성이 모여 언제 그랬냐는 듯 인양될 것”이라며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기도에 동참해준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문자메시지에 힘을 얻은 동참자들은 관세음보살 정근을 하며 기도를 이어갔다.

도철 스님은 “세월호가 조속히 인양되기를, 미수습자가 돌아오길”이라고 발원 기도문을 외우며 목탁을 두드렸고, 그에 맞춰 동참자들은 희생자들의 영전이 놓인 임시분향소를 향해 절을 올렸다. 기도를 지켜보던 시민 중 다수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땀을 흘려가며 한 배 한 배 정성을 다해 절했다. 시민들의 얼굴에는 구슬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선수들기가 예정됐던 7월11일 오후 7시 진행된 회향식은 조속하고 온전한 선체인양과 미수습자들의 수습을 발원하는 108배로 시작됐다. 이후 사회노동위 실천위원 고금 스님과 법상 스님의 북소리에 맞춰 관세음보살 정근이 이어졌다.

▲ 기도를 지켜보던 불자들도 아픔을 보듬고 나누겠다는 마음으로 동참했다.

이날 회향식은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마무리됐다. 도철 스님은 3박4일 동안 함께해준 참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세월호가 온전히 인양되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뙤약볕 속 3박4일 철야기도 그렇게 마무리됐다. 이번 기도회에는 불교계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릴레이 기도에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다. 세월호 광장 자원봉사자,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등 시민단체 관계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원, 천주교 인권위원회 활동가 등 종교와 나이를 넘어 아픔을 보듬고 나누겠다는 마음 하나로 동참했다.

양한웅 사회노동위 집행위원장은 “뜨겁고 간절했던 기도가 새 역사 길어 올리는 마중물이 돼 세월호 인양으로 조속히 이어지질 기대한다”며 “릴레이는 끝나지만 사회노동위는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회노동위는 7월20~21일 진도 팽목항과 사고영역에서 인양기도법회를 봉행한다. 인양 후에는 배가 들어올 목포 신항에서 미수습자 수습 발원 기도법당을 열어 지역사찰과 연합법회를 여는 등 세월호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352호 / 2016년 7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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