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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지원 “선암사 소유권 태고종에 있다” 판결

  • 교계
  • 입력 2016.07.18 15:30
  • 수정 2018.02.08 22:03
  • 댓글 13

7월14일 태고종 측 승소 결정
“대처측 통합종단 반대했다”이유
조계종 “증거 없는 추정적 판결”
“합법적 종단등록마저 부정한 것”

▲ 조계종과 태고종이 소유권을 두고 반세기 넘게 갈등을 벌여온 순천 선암사.

법원이 조계종과 태고종이 반세기 가까이 소유권 갈등을 벌이고 있는 순천 선암사에 대해 사실상 태고종에 소유권이 있다는 판결을 내려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신촌 봉원사 등 조계·태고종의 분규사찰에 대한 소유권 분쟁에서 '원 소유권이 조계종에 있다'는 최근 판례를 뒤집는 것으로 향후 항소심 등에서 양 종단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형연)는 7월14일 오전 태고종 선암사 측이 조계종 선암사 측 등을 상대로 제기한 ‘등기명의인표시변경 등기말소’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이날 원고 측의 주장을 인용해 “선암사를 대한불교조계종으로 등기한 것은 위법하다”며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결정했다.

논란이 된 선암사는 1950년대 비구·대처승 간의 갈등으로 촉발돼 오랜 기간 조계종과 태고종이 소유권을 두고 대립각을 세워왔던 사찰이다.

1962년 통합종헌에 따른 대한불교조계종이 선암사를 조계종에 등록했고, 1965년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조계종 산하 사찰로 등록을 완료했다. 이후 통합종단조계종으로의 참여를 거부해 온 선암사 대처승들은 1970년 한국불교태고종이 설립되자 1971년 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로 소유권보존 등기를 진행했다.

그러자 당시 대한불교조계종선암사 주지였던 윤모 스님은 1972년 문화공보부장관으로부터 “선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사찰”이라는 내용의 사실증명원을 토대로 선암사 부동산에 대한 등기를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로 변경했다. 이후 선암사는 등기부상의 소유권은 조계종이, 실점유권은 태고종이 행사하면서 갈등의 중심에 섰다.

이런 가운데 태고종 측이 지난 2014년 “1972년 윤모 스님이 진행한 선암사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변경한 등기절차는 부당하다”며 조계종을 상대로 ‘등기명의인표시변경 말소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양 종단의 소유권 분쟁은 재점화됐다.

이에 대해 법원은 “대한불교조계종이 불교단체 등록을 신청할 당시 첨부서류인 전국사찰대장에 선암사를 소속 사찰로 기재했다는 사정만으로 선암사가 조계종 사찰로서의 지위를 갖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사찰 구성원의) 적법한 의사결정에 따라 통합종단에 가입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법원은 이어 “△통합종단 조계종이 창설될 당시 선암사 재적승들은 ‘통합종단에 반대한다’는 결의를 한 사실 △선암사 주지와 재적승들이 선암사를 통합종단 조계종 소속으로 (등록)하기로 한다는 절차를 거쳤다고 볼 증거가 없고, △1965년 조계종 소속 사찰로 등록한 유모 스님은 조계종 주지로, 실질적인 주지로서 직무를 수행한 사실이 없다”며 “따라서 유모 스님에 의해 선암사가 종단등록이 이뤄졌다고 해도 진정한 대표자에 의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진 등록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1911년경부터 현재까지 한국불교태고종 또는 그 전신인 대처측 종단에서 선암사 주지를 임명해 왔고, 태고종 측 승려들이 선암사 부동산을 점유해 왔다”며 “이런 이유 등으로 태고종이 종래 선암사의 지위를 이어온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 사건 부동산의 진정한 소유자는 태고종 선암사라 할 것이므로, 조계종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보존등기 말소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원고 승소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1965년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종단 등록된 행정절차까지 위법한 것으로 판단했으며, 특히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른 종단등록 과정에서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입증자료가 없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조계종 측은 “재판부가 실체적 증거가 아닌 추정적 논리를 통해 판결했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계종 측에 따르면 1965년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선암사를 조계종으로 등록하는 과정에서 대처승 측의 반대결의 내지 이를 문제 삼은 기록이 없고, 행정절차에서도 위법성을 의심할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선암사 대처승 측이 1962년 통합종단 조계종 가입에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1965년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른 합법적인 종단등록까지 부정하는 것은 재판부의 지나친 해석이라는 것이다.

조계종 측 변호인은 “(재판부의) 이런 논리라면 선암사가 불교단체에 등록한 사실을 입증하고, 또 태고종으로 등록하는 절차에 있어서도 재적승의 동의를 구했어야 하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도 없다”며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실체적 증거도 없이 불교재산관리법에 의해 등록된 합법적 행정절차마저 부정한 것이자 신촌 봉원사 등 최근 대법원의 판례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신촌 봉원사에 대한 조계종과 태고종의 소유권 소송에서 “봉원사는 1965년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각종 서류를 제출해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사찰로 등록을 마쳤고, 등록과정에서 하자가 발견되지 않는 사실 등을 종합하면 봉원사의 법적지위는 조계종이 계승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심판결이 틀리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즉 대법원은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사찰을 등록했고, 등록과정에서 위법성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점유여부와 관계없이 해당사찰이 원 소속 종단에 등록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라는 게 조계종 측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와 다른 해석이라는 점에서 향후 항소심 등에서 이에 대한 법적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선암사에 대한 종래의 법적 지위를 태고종이 승계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도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에 대한 실체도 부정하지 않아 소유권에 대한 명확한 판단은 추후 항소심 등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태고종 선암사 측이 1972년 선암사를 조계종 선암사로 등기한 윤모 스님을 상대로 “등기변경 말소 및 원상회복”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각하’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윤모 스님은 (선암사를) 자신의 명의로 등기를 한 바 없고, 등기에 관한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라고 할 수도 없다”며 “따라서 태고종 측의 윤모 스님에 대한 소 청구는 당사자 적격이 없는 자를 상대로 한 것이어서 부적합하다”고 각하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각하이유와 관련해 “이 사건의 소유권보존등기의 등기명의인은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에 해당된다”며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는) 대표자를 비롯해 일정한 조직과 종헌을 갖추고 그 자신의 명의로 독립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체가 없는 허구의 단체로 볼 근거가 없다”고 들었다.

이처럼 재판부가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에 대해 실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선암사에 대한 소유권은 여전히 조계종과 태고종에 함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지게 됐다. 따라서 순천 선암사는 태고종 선암사와 조계종 선암사라는 두 개의 실체가 양립하는 가운데 상호간의 적법한 소유권 등을 두고 치열한 법적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353호 / 2016년 7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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