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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은 공정사회 걸림돌

기자명 화령 정사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아들인 정은에게 정권을 세습한지 벌써 6년이 지났다. 우리나라의 비난과 전 세계의 조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권력구조를 공고히 한 모양이다. 지금이 왕조시대도 아닌데 3대에 걸쳐 권력을 세습한다는 것은 현대사에서 극히 보기 드문 일이다. 3대 세습이 이루어지는 동안 북한 주민들이 받고 있는 핍박은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러한 북한에 대해 우리 대한민국이 제 자리를 지키면서 통일을 바란다면 우리나라가 해야 할 일은 북한의 어떠한 도발이나 혼란 책동에도 흔들리지 않게 나라의 기틀을 굳건히 하는 일이다. ‘아함경’에 보면 아자타삿투왕이 밧지국을 침략하려고 했을 때 부처님께서 이를 만류하시면서 하신 설법 가운데에 밧지국은 어째서 부강한지를 말씀하신 것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밧지국 사람들은 왕과 신하,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화목하고 공경하기 때문에 부강하므로 그러한 나라를 침범하는 것은 이롭지 못하다’고 하셨다. 북한의 3대 세습에서 보듯이 권력의 독점은 아랫사람과 윗사람을 화목하고 공경하게 하는 구조가 아니며 그것은 결국 국가의 가난과 수많은 사람의 고통을 수반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허약해진 정권 수호의 몸부림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가하게 북한의 세습만을 비난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라는 의미다. 북한의 세습과는 모습은 달리하지만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도 또 다른 세습이 공정한 사회를 좀 먹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기득권의 세습이 이루어지고 있어 사회 구성원간의 화합을 깨뜨리고 나아가서는 국론의 분열과 함께 자칫 나라의 기틀을 흔들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세습이란 한 집안의 재산이나 신분, 직업 따위를 그 자손들이 대대로 물려받는 것을 말한다. 부모의 훌륭한 가업이나 기술을 세습해 가문을 빛내고 나라와 사회에 도움이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기득권을 이용해 능력이 되지도 않은 사람에게 그 자리를 물려 줄 때 오는 폐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우리가 북한의 세습을 비난하는 것도 부적절한 세습을 통해 자신들은 호의호식할지 모르나 평화통일을 저해하고 모든 사람들을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금수저·흙수저’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기득권 세력의 권력과 부의 세습에 대한 젊은이들의 좌절감에서 오는 한탄과 원망의 표현이다. 세습의 방치는 장차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 정도로 심각한 사회분열을 초래할 것이다. 지금도 사회 이슈의 중심에 있는 몇몇 재벌의 승계뿐 아니라 각종 사학재단, 대형 교회, 공익을 가장한 재단법인, 그리고 이제는 일부 공직과 노동조합 등에서도 이러한 세습이 이뤄지고 있다.

능력이 있고 훌륭한 사람이 어떤 자리를 이어받는 것은 조직이나 단체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세습이 정당한 방법에 의해 이뤄진다면 또 다른 문제이겠지만, 대부분 탈법과 불법으로 이뤄지면서 소외계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세습과정에서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간다고는 하지만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세습도 많다. 문제는 이러한 세습이 만연함으로써 사회 불균형이 구조적으로 고착화, 고정화 되는 일이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신분 양극화가 세습된다는 의미이다.

권력 세습과 기득권끼리의 감싸주기를 통한 사회 구성원의 양극화는 국민화합을 깨뜨리고 국력을 쇠약하게 한다. 이러한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부당한 세습을 감시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도약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특히 교육 부문에서라도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정한 기회를 주어 누구나 정당한 노력에 의해 사회 상층부로 올라설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인간사회는 약육강식만이 존재하는 동물의 세계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행복을 누릴 수 있어야만 평화롭고 건전한 사회가 된다. 부당한 세습을 능력이라고 치부한다면 이 사회는 또 다른 북한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화령 정사 padmalee@hanmail.net
 

[1352호 / 2016년 7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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