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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용 스님,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자격 있나

  • 기자칼럼
  • 입력 2016.07.21 16:41
  • 수정 2016.08.03 09:23
  • 댓글 8

지난 7월8~11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위한 72시간 철야기도를 봉행했다. 3박4일 동안 이어진 이번 릴레이 철야기도에는 사회노동위 실천위원 스님과 집행위원, 시민을 포함해 500여명이 참여했다. 올해 첫 폭염특보가 내린 상황에서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동참함으로써 세월호 참사가 대한민국에 얼마나 큰 상처를 가져왔는지를 짐작케했다. 그럼에도 정작 사회노동위원장 혜용 스님은 단 하루도 나타나지 않아 궁금증을 낳았다.

세월호 등 중요 행사마다 불참
교계 안팎서 비판 목소리 높아
“사회 아픔 함께” 약속 못지키면
이제는 스스로 거취표명 해야

관계자에 따르면 혜용 스님의 불참 이유는 개인적 사유였다. 물론 누구나 피치 못할 사정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혜용 스님이 사회노동위 활동을 외면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사회노동위는 세월호 인양 및 북콘서트, 인종차별 제도 촉구 회견,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를 비롯해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및 미수습자 수습 촉구 기도법회,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희생자 추모법회, 백남기 농민 쾌유 기도회 등 조계종의 그 어느 부서보다 부지런히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현장에서 위원장인 혜용 스님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 지난 7월8~11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진행한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위한 72시간 철야기도’에는 사회노동위 실천위원 스님과 집행위원, 시민을 포함해 50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정작 사회노동위원장 혜용 스님은 단 하루도 나타나지 않아 궁금증을 낳았다.

이로 인해 사회노동위 내부에서조차 혜용 스님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회노동위 한 위원은 “현장에 위원장이 없으니 점점 동력이 떨어지는 분위기”라며 “어느 순간부터 실천위원 스님 중에서 참석하는 분만 참석하는 일이 되풀이되는 것도 이런 이유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2012년 8월 조계종노동위로 발족한 사회노동위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복직, 콜트콜택기타노동자 정리해고 철회, 세월호 특별법 제정, 노동법 개악 제지 등 노동, 인권, 여성 빈곤층 등 사회적 문제를 불교적 시각으로 평화롭게 풀어가기 위해 힘써왔다. 특히 올해 1월 ‘노동위원회’에서 ‘사회노동위원회’로 그 명칭을 바꾸고 실천위원 스님 20명을 위촉하는 등 확대 개편하며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현장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혜용 스님도 사회노동위 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크게 강조해 왔다. 스님은 2014년 9월 위원장 취임 당시 “우리사회 소외되고 억압받는 노동자들의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 내기에는 불교계 역량과 토대가 아직은 취약하기에 이 점을 채우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사회노동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우리 시대의 아픔 속에 깊이 뛰어들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불과 2년도 되지 않아 사회노동위의 힘을 빼는 것이 다름 아닌 위원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현장에서 만날 수 없는 위원장’이라는 비판에 대해 혜용 스님은 7월21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지방에서 소임을 맡다 보니 현장에 전부 참석하기란 힘들다”고 말했다. 또 “실천위원 스님들을 뽑은 이유도 그 역할을 대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임은호 기자

어떤 상황에서건 개인보다 주어진 책무를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 단체장의 역할이다. 자신의 판단과 행위가 주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공인’이기 때문이다. 혜용 스님이 사회노동위원장이라는 자리를 자신의 명예를 위한 감투쯤으로 여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더라도 혜용 스님은 스스로 ‘사회의 아픔을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 부득이 지금처럼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면 이제 스스로의 거취 표명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노동위와 종단,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위한 혜용 스님의 배려일 것이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353호 / 2016년 7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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