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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한 순간, 정진해야할까 휴식해야할까?

기자명 원빈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6.07.26 13:11
  • 수정 2016.07.26 13:12
  • 댓글 0

아무리 피곤해도 밥은 먹고
재밌는 놀이는 즐겁게 하듯
수행도 반드시 이어 나가야

현재 행복문화연구소는 하안거 수행 중입니다. 2016년 1분기에 정신없이 전국 이곳저곳의 강연과 법회를 다니다 보니 고속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과 매일 바뀌는 잠자리에 체력은 고갈되었고, 연구소 대중들의 공부 분위기 역시 흐트러짐을 느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2016년 6월2일 행복문화연구소가 이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사 날짜에 맞추어 자체 하안거 정진이 시작되었죠.

하루 8시간의 정진 일정을 소화하며 지친 마음과 육체를 다스리는 이 안거 기간이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연구소에 짐이 많아 이사를 일주일에 한 번씩 조금씩 하게 된 것입니다.

8시간의 정진 중간중간 여유 시간에 이사를 하고, 정리를 하고, 청소를 하며 살아가다 보니 수행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어쩔 수 없이 정진을 빼먹어야 하는 사태도 발생하게 되었죠. 그럴 때마다 마음의 딜레마가 찾아옵니다.

‘피곤한데 정진을 쉬어야 할까? 그래도 정진을 해야 할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육체적 피로가 극에 달한 순간에는 정진을 해야 하는 것일까요?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일까요?”

‘백유경’의 5번째 비유인 갈견수유(渴見水喩)의 내용을 살펴보면 어리석은 한 사람의 황당한 선택을 보게 됩니다.

지혜가 없는 어리석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무척 목이 말랐는데, 뜨거울 때 올라가는 신기루를 보고는 물이라고 하더니 곧장 달려가서 강에 이르렀다. 이미 물이 있는 곳에 이르렀으나 바라보기만 하고 마시지는 않았다. 옆에 있던 사람이 물었다.

“왜 물을 마시지 않고 있는 것이오?”

어리석은 사람이 대답했다.

“당신이 다 마시고 나면 내가 마시려고 했소. 이 강물의 양이 너무 많아서 내가 혼자 마시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오.”

이 어리석은 사람은 목이 마르고, 물을 마시면 그 갈증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앞에 물을 두고 마시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물의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마시지 못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죠. 수행하는 우리 불자들이 혹시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육체적 피로가 극에 달해서 정진 시간을 빼먹고 싶을 때, 마음은 핑계를 댑니다.

‘어차피 집중도 못 하고 억지로 앉아 있을 텐데 그럴 바에 차라리 편히 쉬자.’

완벽한 명상수행을 실천하지 못할 것 같다면 차라리 쉬자는 억지를 마음이 부리는 것이죠. 하지만 이 모습은 마치 백유경의 어리석은 사람과 같이 갈증을 풀어줄 물이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하지 못함을 두려워해 마시지 않는 모습과 같습니다.

▲ 원빈스님
행복명상 지도법사
스트레스가 두 배로 많아지면 우리는 그 핑계로 수행을 줄이거나 그만둡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스트레스가 두 배로 많아졌으면 그에 대한 해독제인 수행을 두 배로 늘리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묻고 싶습니다.

“피곤하면 피곤할수록 수행을 더 해야 하는 걸까요? 그만해야 하는 걸까요?”

불자들에게 묻는 이 질문이 최근 한 달 동안 제가 스스로에게 자문하던 질문입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맛있는 밥은 당연히 먹듯, 재밌는 놀이는 당연히 하듯! 그렇게 모든 불자님께서 수행을 이어나가시길 거룩하신 부처님께 두 손 모아 축원합니다.


[1353호 / 2016년 7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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