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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수 태고종 법무지원실장-상

“극락사 보며 태고종 개혁 발원”

 
2002년 6월, 월드컵 광풍으로 세상은 온통 들썩였지만 그 대열에 끼지 못했다. 어느 덧 30대 중반.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둔 뒤로 변변한 직장도, 벌어놓은 돈도 없었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근심은 한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영화사 노스님 시봉하다
극락사 사연 접하고 분노
‘제2 극락사 막겠다’ 발심

그러던 어느 날, 성지순례 사업을 하던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불자들을 모아 전국 유명사찰을 순례하는 일을 하던 그 친구는 일손이 부족하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몇 번 절에 가본 것 외에 불교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무슨 도움이 될지는 몰랐지만, 바람도 쐴 겸 강원도로 향했다. 생전 처음 본 천도의식은 환희심을 일으켰다. 뭔지 모를 진한 감동이 가슴 밑에서부터 솟구쳤다. 무엇보다 스님의 염불소리는 답답했던 가슴을 뚫어주는 청량제 같았다. 불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매주 산사를 찾는 순례 길에는 웃음이 넘쳐났다. 버스 안에서는 한편의 ‘콩트’가 진행됐다. 긴 시간 이동하는 보살님들의 지루함을 달래주기 위한 나름의 묘책이었다. 순례사찰에 깃든 재미난 설화에서부터 불교문화재 이야기, 기초교리까지 버무려 ‘모노드라마’를 펼치다보면 어느 새 목적지에 닿았다. 대본을 짜기 위해서는 새벽까지 자료를 찾고, 책을 봐야하는 고단함이 뒤따랐지만 웃고 박수치며 공감해 주는 보살님들의 밝은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보람도 느꼈다.

성지순례 일이 익숙해질수록 불교를 깊이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커졌다. 천도재와 같은 전통불교의식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무작정 의정부 영화사 인봉 스님을 찾았다. 성지순례 때마다 법문을 해주고 천도재 집전을 맡아줬던 스님은 불교전통의식에 조예가 깊은 분이셨다. 번듯한 전각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작은 절이었지만 스님은 전통산사의 ‘격식’을 지키려 노력했다.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새벽예불을 거르지 않았고, 기도시간도 정확히 지켰다. 그런 노스님을 시봉하며 경전과 전통불교의식을 하나하나 배웠다.

삶의 진로를 바꾼 계기가 됐던 고양 극락사 사건을 접하게 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2005년 어느 날, 스님으로부터 맏상좌였던 성엄 스님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됐다. 성엄 스님은 1980년대부터 경기도 고양에 위치한 작은 절 극락사 주지를 맡고 있었다. 그러나 “대형 납골당을 지어 복지사업을 하자”는 건설업자의 말에 속아 절과 납골당은 개신교 재단에 빼앗겼고, 태고종으로부터 승적까지 박탈당해 스님으로서 삶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었다.

▲ 소송서류 검토는 중요 일과 중 하나다.

스님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다. 20대 후반부터 금융회사 채권추심팀에서 수년 간 근무한 경력은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 큰 도움이 됐다. 부동산등기부등본만 봐도 웬만한 사건의 스토리를 파악할 수 있었고, 소유권과 관련한 법률지식은 전문법조인은 아니더라도 일반인 수준은 넘었다. 사과박스 7개가 넘는 분량의 자료를 몇날 며칠에 걸쳐 하나하나 분석했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 태고종 집행부가 조직적으로 성엄 스님으로부터 절을 뺏고, 개신교 재단에 납골당을 넘기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어떻게 소속 종단의 사찰을 개신교 재단에 팔고, 20년 넘게 절을 가꿔온 주지를 해임할 수 있을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미 수년 간 분쟁으로 꼬일 대로 꼬인 사건을 원점으로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무렵 법보신문에서는 태고종 집행부의 부도덕성을 비판하는 보도들이 연일 게재됐다. 태고종 집행부가 창건주와 신도들의 염원을 외면하고 남양주 도법사를 인근 교회에 매각했다는 것이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이대로 방치하다간 극락사와 도법사 같은 제2, 제3의 피해자가 생길 것 같았다. 태고종을 개혁하겠다는 원을 세운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다. 

정리=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353호 / 2016년 7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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