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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법 공부하며 ‘가슴앓이’ 내려놓았죠”

  • 만다라
  • 입력 2016.07.26 16:26
  • 수정 2016.07.26 16:27
  • 댓글 5

7080세대 인기 통기타 가수 양하영씨

▲ 7080세대 인기가수 양하영씨는 불교수행으로 갑상선암을 극복하고 매순간 최선을 다하며 자신의 삶을 정성껏 살고 있다.

1983년 ‘한마음’으로 데뷔, ‘갯바위’‘가슴앓이’ ‘촛불켜는 밤’ 등의 히트곡으로 유명한 ‘7080세대’ 인기가수 양하영씨.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운 목소리로 산사음악회와 ‘7080 콘서트’ 등에서 대중과 만나고 있다. 산사음악회로 인연을 맺은 원경 스님의 시를 읽고 헌정 앨범을 기획할 정도로 불교에 매료된 그녀. 기독교 성가대 활동을 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던 그녀가 어떻게 불교와 만나게 되었을까?

40대 찾아온 갑상선 암
불교 공부로 극복하며
세상에 대한 이해 넓혀

유기견 돌보며 시작한 채식
불교 접하며 더 깊이 실천
“일상서 수행하는 삶 살 것”

“10여년 전 갑상선 암에 걸렸습니다. 인기를 떠나 노래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데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정말 두려웠어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막막함 속에서 불교를 만났지요. 부처님 법을 공부하며 종교를 넘어선 희망의 빛을 봤습니다. 위빠사나 수행에 매진하다보니 자연스레 인생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어요. 억울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거슬러 올라가보면 어떤 연유에 의해 된 것임을 알게되니 한스러움이 사라졌습니다. 그때부터 세상을 보는 시각이 바뀌고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졌어요.”

그녀는 불교에서 가장 좋았던 가르침이 연기법이라고 했다. 모든 것은 연관돼있고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가르침을 통해 ‘암’이 주는 고통, 그 이면의 본질을 마주하게 됐다. 암은 외부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세포가 몸의 통제를 벗어나 생긴 것이라는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그동안 몸이 아프다는 신호를 계속 보냈지만 시선이 밖을 향해있어 알아채지 못했다. 남한테 잘 보이고 인정받기 위해 정작 내 몸을 학대했다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때부터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했다. 아픈 곳을 사랑의 마음으로 돌보고 관리를 시작했다.

“사람들은 제가 가장 유명했던 20대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더 나이가 들어 삶을 돌아봤을 때 가장 돌아가고 싶은 나이는 40대일 것 같아요. 정말 열심히 살았거든요.”  

40대 무렵 가장 아프고 힘들었지만, 동시에 가장 멋지게 살았다고 자부하는 그녀는 “그래서 모든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픈 덕분에 건강한 습관을 가져 노년을 대비할 수 있었고 노래를 할 수 없을지도 몰랐기에 어렸을 적 꿈이었던 선생님이 되려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 덕분에 그동안 해온 포크음악에서 영역을 넓혀 알앤비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나아가 실용음악과에 진학해 이제는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학교를 좋아해요.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제가 배우는 것도 많거든요. 음대에 가면 학생들이 연습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요. 기타 소리, 피아노 소리, 노래 소리 등등 제각각의 소리가 불협화음을 만들지만 그 소리를 듣는 게 좋은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공연보다 좋아요. 그 소리를 들으면 처음 음악할 때의 열정이 떠올라 초심이 새겨지고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걷고 있는 학생들에게 그녀가 강조하는 것이 있다. 좋아해서 시작했다면 한번 미쳐보라는 것. 무대에 서는 순간 드러나는 자신의 실력에 좌절해 음악을 그만두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 지금까지 숱한 고난 속에서도 그녀가 음악을 향한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좋아하기 때문”이다. 좋아하기에 배가 고파도 괜찮았고 힘든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다.

그녀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 있다. 바로 유기견 돌보기와 채식이다. 길에서 만난 유기견 한 마리와 인연이 되면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기견, 유기묘를 돌보고 있다. 유기견을 기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입양을 시작했고 강아지들이 넓은 곳에서 뛰놀 수 있도록 양평으로 이사도 했다. 어느 날 그녀가 강아지를 많이 기른다는 것을 안 지인이 농담 삼아 “식용으로 개 한 마리만 달라”는 말을 했다.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면서도 문득 ‘그 사람이 개고기를 먹는 것과 내가 소, 돼지를 먹는 것이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의문이 솟았다. 마침 집 주변에 외양간이 있어 출퇴근길에 소를 보며 고기를 먹는 것이 마음에 걸리던 차였다. 결국 고기를 먹을 때 소의 눈망울이 떠올라 소고기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이사 간 집주변에 양계장이 있어 자연스럽게 닭고기를 끊었다. 주변에 동물이 있으니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끊을 수 있었다. 또한 불교를 접하고 더 깊은 의미의 채식주의자가 됐다.

▲ 가수 양하영씨가 무더운 여름 법보신문 독자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인사를 전했다.

“부처님 전생담을 읽으며 내 주변 존재와 깊은 연결감을 느꼈어요. 포장되어 있는 고기를 생명으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죠. 마찬가지로 함께 살아가는 동물을 먹을 것으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면 자연스레 채식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환경운동이라면 거창한 것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햄버거 먹는 것을 줄여 환경을 보호할 수 있어요. 햄버거를 먹을 때 밀림 1.5평이 사라진다는 것을 떠올리면 완전히 끊지는 못해도 그 순간 햄버거가 아닌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겠죠.”

동물사랑과 채식을 말하는 그녀의 표정이 더 없이 편안했다. 삶의 방향과 행동이 일치하는 데서 오는 안정감도 느껴졌다. 방향을 잘 잡아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면 하나하나 이루어 나갈 수 있다고 믿는 그녀는 지금까지 계획을 세워 이루지 못한 것이 없다고 했다. 노인이 되었을 때 계획도 이미 다 세워놓았다.

“노인이 된 저의 일과는 산책을 하고 강아지를 돌보는 것으로 시작하려고요. 악기를 연습하고 밥을 먹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청소도 해야겠죠. 시간이 날 때마다 불서를 읽거나 사찰을 찾아다니며 불교공부도 계속하려고 합니다. 멀리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 곳에서 수행하며 하루하루를 정성껏 살다보면 마지막 순간 ‘인생 참 잘 살았다’고 미소짓지 않을까요?”

부처님 품 안에서 일상 속 행복을 일구는 가수 양하영. 힘든 시간을 오롯이 잘 견뎌낸 사람이 가지는 힘이 그녀에게서 풍겨난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53호 / 2016년 7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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