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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각스님 발언으로 본 외국인 출가자 실태

  • 교계
  • 입력 2016.08.04 20:46
  • 수정 2016.08.05 09:52
  • 댓글 6

조계종 출가 외국인 스님 131명…미국인 30%

‘푸른 눈의 수행자’로 널리 알려진 현각 스님이 SNS를 통해 한국으로 출가한 외국인 스님들을 대하는 조계종의 세태를 비판해 세간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화계사의 국제선원 해체를 주장하며 이를 강도 높게 비판함에 따라  조계종의 외국인 출가자 현황과 교육제도 등에 대한 불교계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럽·미주 출신은 선수행 목적
아시아, 은사 인연으로 재출가
한국어능력시험 1급 취득 의무
수계·법계 과정 동일하게 적용

원명·숭산스님 후 선지식 부재
외국인 출가자 감소 주요 원인

한국불교 세계화 차원서 접근
필요한 것 제공해야 관심 가져
다양성 인정 제도적 개편 필요

조계종에 따르면 조계종으로 출가한 외국인 스님은 2016년 8월 현재 전체 스님의 1% 수준인 131명이다. 이 가운데 구족계를 수지한 비구·비구니 스님은 각각 54명과 26명이며, 사미·사미니는 51명이다. 출신국가 별로는 미국 출신이 30%(39명)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 스리랑카와 캐나다(9명), 폴란드(8명), 러시아(7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스님 10명 중 7명은 미주와 유럽 등 비아시아 국가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 출가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유럽과 미주 지역 출신의 외국인 스님들이 세계불교의 주류인 테라바다와 티베트불교를 제쳐두고 조계종을 선택한 이유는 ‘선(禪)’이 목적이었다. 캐나다, 미국, 멕시코, 폴란드 출신 외국인 6명을 출가시킨 백양사 의연 스님은 “외국인 제자들은 모두 숭산 스님의 영향으로 한국불교를 알게 됐고, 선수행자가 되기 위해 발심출가했다”고 전했다.

미국 출신의 광주 무각사 경본 스님도 “미국 내 여러 사찰에서 다양한 수행법을 경험했고 그 가운데 참선이 좋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송광사로 출가했다”며 “외국인스님 연수교육에서 만난 스님들과 대화해 보면 선이 좋아 출가한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반면 아시아 국가 출신의 스님들은 이미 출가한 상태에서 한국 스님과의 인연으로 한국불교로 다시 출가한 경우가 대다수다. 네팔 출신의 상좌를 둔 전 포교원장 지원 스님은 “네팔 성지순례 중 인연이 된 스님들 가운데 한국불교에 관심이 있는 두 명을 초청해 조계종으로 출가시켰다”며 “아시아 국가 출신 스님 대부분이 이렇게 한국불교와 인연을 맺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시아 국가 출신의 스님들은 이미 스님으로 생활했던 만큼 기본습의는 물론 수행과 포교에 관한 원력이 확고하다”며 “상좌 설래·설하 스님도 이미 비구계 수지 후 다문화가족·이주노동자 포교에 진력하겠다는 원력을 세워놓았다”고 덧붙였다.

▲ 현각 스님이 화계사의 국제선원 해체를 주장하며 이를 강도 높게 비판함에 따라  조계종의 외국인 출가자 현황과 교육제도 등에 대한 불교계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12년 열린 '조계종 외국인스님 연수' 모습.
외국인이 조계종으로 출가해 사미·사미니계를 수지하기 위해서는 미혼, 50세 이하,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 등 기본요건과 함께 한국어능력시험(TOPIK) 1급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한국어능력시험 1급은 ‘자기소개, 물건사기, 음식주문’ 등 한국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기초적 언어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800개 단어를 구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후 구족계를 수지하고 법계를 받는 과정은 한국스님과 동일하다.

조계종 교육원은 조계종으로 출가한 외국인들이 한국불교를 이해하고, 조계종도로서의 정체성 확립과 안정적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2011년 ‘외국인행자교육원’을 설치해 운영했다. 당초 교육원은 외국인 출가자가 행자등록 후 1개월 이내 외국인행자교육원에 입교해 최소 5개월간 대중생활을 하도록 했으며, 한국어능력시험 취득을 위한 지원과 한국체류를 위한 비자문제 등을 해결해줬다.

그러나 올 1월 외국인행자교육원은 폐쇄됐고 그 역할을 다시 은사스님에게 위임했다. 외국인 출가자 수가 미미해 별도의 교육기관을 운영한다는 게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생활에 채 적응하기도 전에 은사스님과 떨어져 단체생활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고국으로 돌아가는 사례도 종종 발생했다. 실제 조계종으로 출가하는 외국인 행자수는 매년 15명 수준을 유지하다 외국인행자교육원이 설립된 2011년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로 돌아서 최근 3년 출가한 외국인 행자수는 연평균 5명에 불과했다.

최근 외국인 출가자 감소 현상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고 수많은 제자를 배출한 원명 스님과 숭산 스님이 각각 2003년과 2004년 입적한 후 그 역할을 담당할 선지식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숭산 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한국불교를 알리고 지도해온 대진, 우봉 스님 등이 입적하면서 조계종과의 연결고리가 느슨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숭산 스님 제자들의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역할이 조계종 서울 화계사에서 관음선종 계룡산 무상사로 이동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분석 뒤에는 외국인 출가자 감소현상을 이대로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뒤따른다. 외국인 스님은 한국불교의 저변 확대 및 세계화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연 스님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출가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님은 “선수행자가 되기 위해 이역만리에서 출가를 결심한 외국인들을 굳이 한국스님으로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유창하게 법문하고, 염불도 하면 좋겠지만 선불교의 전통을 배워 수행하고 지도할 수 있도록 한다면 향후 선불교로 대변되는 한국불교 세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또 “조계종 스님들이 세운 해외 포교당이 150여 곳에 달하지만 대부분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 포교에 머물고 있다”며 “외국어에 능숙한 능력 있는 스님들을 현지에 배치해 니즈를 파악하고 제공한다면 외국인 출가자 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제언했다.

지원 스님은 “한국에서 공부한 외국인 스님들이 모국으로 돌아가 포교에 나선다면 한국불교 세계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며 “외국인 출가자들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도록 그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언어에 능통한 한국스님을 멘토로 배정해 돕도록 하는 등의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현각 스님의 화계사 국제선원 해체 주장과 관련, 화계사에는 현재 외국인 스님 4명을 포함해 5명의 스님이 안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54호 / 2016년 8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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