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70년 전만 해도 대만불교의 위상은 극히 낮았다. 유교와 도교의 전통이 막강했고, 불교는 여전히 기복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러한 대만불교가 일신된 것은 뛰어난 선지식들이 잇따라 출현하면서부터다. 법고산 개산조인 성엄 스님은 불광산사의 성운, 중대선사의 유각, 자제공덕회의 증엄(證嚴) 스님과 더불어 대만불교를 혁신한 고승이다.
성엄 스님은 중국 임제종과 조동종의 전통을 이은 선사로 선을 산중에서 끌어내려 일상생활로 정착시켰다. 1930년 상해 외곽 농촌에서 태어나 13살에 출가한 스님은 20살 때 대만으로 건너와 선 수행에 매진했다. 영원 선사의 지도와 6년간의 폐관 수행으로 큰 깨달음을 얻은 스님은 곧바로 교학에 파고들었다. 일본 릿쇼대학에서 공부하며 불교학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스님은 이후 대만으로 돌아와 스님과 재가불자를 지도하면서 선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현대인들의 여건에 맞게 불법을 응용하되 대승불교의 근본정신은 오롯이 되살렸다. 선 수행은 건강 차원의 명상이나 선정 수행에 치중하는 위빠사나 수행과 결이 다른 훨씬 근본적이고 철저한 수행의 길임을 명확히 드러냈던 것이다.
성엄 스님은 1978년 미국 뉴욕에 선 센터를 세우면서 서구에도 적극 선을 알리기 시작했다.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선법문과 실질적인 지도로 선 열풍을 주도한 스님은 2009년 2월 법고산에서 열반에 들었다.
이 책은 선불교의 전통과 원리를 알기 쉽게 풀어낸 성엄 스님의 선 수행 안내서다. 선불교 전통과 유래를 간략히 살피면서 그것을 실제 수행으로 연결 짓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선 수행은 좌복에 앉아 화두와 씨름하는 전통으로 간주하기 쉽다. 그러나 성엄 스님은 이러한 통념을 완전히 깨뜨렸다. 오히려 일상에서 선에 대한 확고한 견해를 가지고 화두, 묵조, 염불 등을 일관되게 닦는 것이 중요함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또 겸허함, 참회와 기도, 보살행 등 선 수행자가 가져야 할 올바른 마음자세와 실천 행위에 대해 유용한 가르침도 잊지 않는다. 책 2부에서 격조 있는 영어로 번역된 스님의 가르침을 한글 번역과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눈에 띈다.
법고(法鼓)는 중생들을 생사의 긴 잠에서 깨어나도록 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상징한다. 대만의 고승이 들려주는 우레와 같은 북소리에 귀 기울이고 서서히 따라 하다 보면 선이 생활 속에 있음을 확연히 깨닫게 된다. 1만5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54호 / 2016년 8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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