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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로 오른쪽 마비…재활에도 회복 불투명

  • 상생
  • 입력 2016.08.08 16:40
  • 수정 2016.08.3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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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화계사·법보신문 이주민돕기 공동캠페인

▲ 부인 바자르가 남편 투브신씨의 곁에서 정성을 다해 간병하고 있다.

남편이 돌아오지 않았다. 일이 없는 날에는 절에 들러 기도를 하고 돌아와 집안일을 돌보는 성실한 남편이었다. 그런 남편이 하루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남편은 다음날이 돼서야 정신을 잃은 채 경찰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집주변 주차장에 쓰러진 남편을 택배기사가 발견하고 파출소에 신고한 것이다. 그제야 며칠 전 몸이 아프다며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갔다. 하지만 2주가 지난 지금까지 남편은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만 있다. 고혈압성 뇌출혈. 한국에 와서 벌써 2번째 발병이다.

몽골출신 이주민 투브신씨
스트레스로 뇌출혈 재발
수술 이후에도 의식 혼미
늘어가는 치료비에 생활고

부인 바자르(50)씨는 2005년 먼저 아이들과 한국으로 건너왔다. 교육이 열악한 몽골에서 벗어나 아이들만큼은 한국에서 교육을 받아 몽골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재로 키우고 싶었다. 제3세계 이주민에게 다소 배타적인 한국사회에서 말 못 할 어려움을 겪었지만 열심히 일하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으로 살았다. 바자르씨는 “몽골에서 배운 침 치료와 마사지 경력이 인정되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했다”며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힘들었던 상황을 털어놨다. 집 옆에 방 한칸 얻어 마사지실을 운영했고, 일이 없는 날에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이들 교육비와 생활비, 그리고 고국에 있는 아픈 어머니를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

아이들은 엄마의 마음을 알았는지 한국생활에 잘 적응했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마사지를 받으러 오는 손님들도 조금씩 늘어갔다. 긍정적이고 따뜻한 바자르씨의 성품 덕분이었다. 바자르씨는 손님들의 뭉친 근육을 풀며 마음도 함께 풀어줬다. 어려운 살림에도 주변의 힘든 사람들을 형편껏 돕고 물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으면 따뜻한 말로 위로를 건넸다.

2009년 남편 투브신(50)씨가 한국에 왔다. 몽골에서 요리사였던 남편은 비자문제로 제대로 된 일을 찾을 수 없었다. 공사판 막노동, 이삿짐 나르기 등 일용직을 전전하며 돈을 벌어 생계에 보탰다. 활달한 부인에 비해 남편은 조용한 편이었다. 겉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안으로 삭히는 성격 탓에 이민생활의 스트레스가 점점 쌓여갔다.

2013년 남편의 배가 점점 불러왔다. 입맛이 없다며 먹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데도 남편의 배는 점점 더 불러왔다. 바자르씨가 유심히 살펴보니 투브신씨는 대소변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뇌출혈이었다. 원인은 고혈압. 몽골에서는 아픈 적 한번 없던 건강한 남편이었다. 하지만 이민생활로 인한 고된 일상과 스트레스가 남편을 아프게 만들었다.

첫 번째 뇌출혈은 약물치료로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남편은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담당의사는 “현재 투브신씨는 오른쪽 운동신경과 언어능력을 관장하는 부분에 출혈이 생겨 오른쪽 팔다리가 마비되고 말을 하지 못한다”며 “의식이 돌아오고 의사소통이 가능해져야 재활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눈을 떠 깜빡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그나마도 초점이 흐릿하다. 재활치료를 한다고 해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남편 곁을 바자르씨가 지켜야 하기에 생활비도 더 이상 벌 수 없다. 투브신씨는 입으로 음식을 먹을 수 없고, 소화시킬 수도 없기에 코에 관을 끼워 영양을 보충할 뿐이다. 목에도 튜브를 넣어 가래를 수시로 제거해 줘야한다. 하루에 10만원 가까이 줘야하는 간병인을 쓸 형편이 안 돼 영양제를 넣고 가래를 제거하는 것을 배워 바자르씨가 직접 간병하고 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바자르씨는 남편이 회복되면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고 했다. 특히 이번 일을 겪으며 마음에 큰 위로가 된 불교에 고마움을 전하며 “세상 어디에나 있는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내가 가진 기술로 사람들의 몸을 돌봐주고 싶다”고 말했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4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54호 / 2016년 8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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