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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백중과 사찰음식

기자명 김유신

불교는 우란분절이라 부르며
안거 해제와 함께 나물 먹어

오는 8월17일은 음력으로 7월15일 백중이다. 백중은 부처님의 탄신일인 4월 초파일, 출가절, 성도절, 열반절과 더불어 불교의 5대명절로 꼽힌다. 한편 백중은 설날, 단오, 추석, 동지와 더불어 대표적인 세시절기로 알려져 있기도 한데 세시절기이면서도 불교명절인 경우는 백중이 유일한 경우이다. 농경사회의 절기적 풍속이면서도 불교적 명절이 된 이유는 명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봄에 씨를 뿌려 가을에 추수하기까지 곡식이 잘 영글도록 잡초를 제거하는 일인 김매기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김매기는 대개 세 번 정도하는데 대략 백중 무렵이 되면 세벌 김매기가 끝나는 시기이다. 하여 백중을 달리‘세서연(洗鋤宴)’이라 했으니 그 뜻은 호미를 씻고 잔치를 한다는 의미다. 달리 발뒤꿈치를 깨끗이 씻는다 하여 백종(白踵)이라고도 하였고, 이외에 호미씻이, 써레씻이, 머슴날, 두레먹기, 파접, 꼼백이참먹는날 등의 이름이 있으니 모두 힘든 농사일의 고됨을 전제하고 있는 이름들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백중은 농사일을 기본으로 삶을 영위하는 민중들의 연중행사이니 이 시기를 기념하는 다양한 종교적 기념일이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중국의 도교에서는 이 날을 중원일(中元日)이라 하였다. 인간이 지은 바를 하늘에 전하는 대표적인 날로 음력 정월 보름, 7월 보름, 10월 보름을 삼원일(三元日)이라 하였는데 그 중 가운데에 해당되는 날로 백중을 정한 것이다. 불교에서는 백중일이 장마를 피해 불필요한 살생을 줄이고 수행에 매진하는 3개월간의 하안거가 끝나는 중요한 날이었다. 하안거가 끝나는 이 날, 수행 대중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수행기간동안 자신이 지은 죄를 드러내고 참회하며 더욱 더 진리를 향한 용맹정진을 다짐하는 거룩한 의식을 행하는 데 이를 ‘자자(自恣)’라고 하였다. 이렇게 한 자리에 모든 대중이 모여 거룩한 의식을 행한다고 하여‘백중(百衆)’이라고 하였다. 한편 ‘불설우란분경(佛說盂蘭盆經)’에 보면 목련존자의 어머니가 탐욕의 업보로 아귀고통을 받는 것을 보고 이를 벗어날 방법을 찾는데 부처님께서 하안거 해제일에 모인 수행대중들에게 지극한 마음을 공양하면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하여 오미(五味)·백과(百果)를 갖추어 분(盆,그릇)에 담아 수행대중에게 공양을 하였다고 한다. 여기에서 연유하여‘거꾸로 매달린다(倒縣)’는 의미의 범어‘울람바나(ullambana)’를 음차한‘우란분절(盂蘭盆節)’이란 말이 생겼다.

성현의‘용재총화’에는 승가에 100가지 다과를 올려서‘백종(百種)’이라 한다 하였고, 중국의 세시기인 ‘형초세시기’에 “중원일(中元日)에 스님, 도사, 속인들이 모두 분(盆)을 만들어 절에다 바친다”고 하였으니 예나 지금이나 백중을 맞이하는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하다. 동국세시기와 비슷한 세시기인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나 ‘경도잡지(京都雜志)’ 에 보면 100가지 꽃과 열매, 혹은 곡식의 씨앗을 올린다고 하여 ‘백종(百種)’이라고 한 것을 보면 백중의 대표적인 음식은 과일과 햇곡식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말기 문신 이유원의 ‘임하필기(林下筆記)’에도 “7월15일을 세속에서 백중날[百種]이라고 부르는데, 승가에서는 이날에 백가지의 화과(花果)를 모아서 우란분(盂蘭盆) 불사(佛事)를 배설(排設)한다”고 하였으니 백중의 음식은 단연 과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경남 지역에서는 백중날 백가지 나물을 무쳐 먹어야 하는데, 이를 대신하여 가지의 껍질을 벗겨서 희게 만든‘백가지나물’을 만들어 먹기도 하였다는 기록이 있고.‘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사라져가는 사찰음식의 원형을 파악하고자 수년 째 하고 있는 ‘사찰음식원형문화조사’보고서에 보면 백중이 되면 절에서 일곱 가지 나물을 해먹었다고 하니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백중의 음식이 그러함을 알 수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발우공양 총괄부장 yskemaro@templestay.com
 

[1354호 / 2016년 8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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