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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자녀가 느끼는 가정: 존중형

행동·말·생각에 행복 가득하면 아이도 덩달아 행복

나비처럼 춤추듯 걷는 3~4살 되어 보이는 여아와 엄마가 서로 주고받으며 부르는 노래가 길에 퍼진다. “초록 등이 켜지면 가요? 안 가요?” 랩처럼 리듬을 넣어 묻는 엄마에게 아이가 “가요”라고 답한다. 이어서 “빨간 등이 켜지면 가요? 안가요?” 엄마의 물음에 “안 가요”라며 아이가 노래하듯 답한다. 가까워져 오는 사거리의 신호등을 보며 엄마가 아이에게 교통규칙에 리듬을 넣어 놀이식으로 가르치는 모습이다.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 얼굴엔 ‘나 잘 알지요?’라는 듯 행복이 가득해 보였다. 그림처럼 평온하고 가족사랑이 훈훈하게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가정의 평화는 부모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상호작용과 관심을 통해 만들어가는 것, 자녀의 바른 성장에 최적의 환경이 바로 이런 곳이다.

엄마아빠 감정에 민감한 아이
행복해야 따뜻한 부모의 태도
가정의 분위기가 인격 형성해

어느 조사에서 아이들은 부모가 행복해 보일 때 자신도 행복하다고 대답했다는 것을 보아도 행복과 불행은 부모로부터 전파됨을 알 수 있다. 자녀는 부모가 행복할 때 자기를 향해 잘 웃고 따뜻이 말하며 친절하게 대해준다는 것을 안다. 불행한 부모는 자기 자신도 감당하기 힘들어 걸핏하면 화를 내거나, 행동에 일관성이 없고, 아이 공부에 필요 이상 집착하는 불건강한 태도를 보여 아이는 늘 긴장감으로 불편하다. 그러니 어떤 아이가 불행한 부모를 좋아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의 행복을 원한다. 불행한 부모는 자녀에게 존중받지도 못하니 부처님 말씀처럼 두 번째 화살까지 맞는 이만저만 손해가 아닐 수 없다. 그뿐인가? 부모를 존중하지 않는 자녀는 타인에 대한 존중심도 배울 수 없다. 왜일까? 존중이란 후천적으로 배워지는 덕목이니 불행한 부모로부터 함부로 양육된 아이가 어떻게 남을 존중할 수 있겠는가? 자녀는 부모의 옳고 그른 태도를 누구보다 잘 알고, 내면으로 이를 분석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무서운 것은 부모의 옳지 못한 태도를 싫어하는 자녀라도 그런 환경이나 분위기에 늘 젖어 살면 자신도 모르게 훈습되어 닮아간다는 점이다. 이것이 가정교육이다. 혹여 부모가 존중받기를 포기한 사람처럼 거짓된 모습을 보일지라도 과연 그 부모가 자녀에게 존중받기를 원하지 않을까? 결코 아니다. 인간은 본래 누구에게나 무시당하는 걸 가장 두려워한다. 특히 자녀로부터 존중받기를 가장 원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자녀에게 존중받는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인격적으로 성숙한 부모됨의 태도요, 바른 삶의 자세임을 부모들도 잘 알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경전에는 부처님께서 그 방법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신 내용이 있다.

‘맛지마 니까야’ ‘꼬쌈비 설법의 경’을 보면, 꼬쌈비시의 수행승들이 다투고 싸워서 서로를 확신시키거나 설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알게 되신 부처님이 이와 같이 말씀하신다. “수행승들이여, 그대들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보아서 다투고 싸우고 언쟁을 하는가? 어리석은 자들이여, 그것은 오랫동안 불익과 고통이 될 것이다. (…중략…)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새겨둘 만한 것으로 사랑을 만들고, 존경을 만들고, 도움으로 이끌고, 논쟁의 불식으로 이끌고, 화합으로 이끌고, 일치로 이끄는 여섯 가지 원리가 있다. 어떠한 것들인가?”

이를 요약해보면 ▲자애로운 신체적 행위 ▲자애로운 언어적 행위 ▲자애로운 정신적 행위 ▲정당하게 얻은 소득을 함께 나누는 것 ▲계행을 지키는 것 ▲고귀한 견해이다(다음호에 설명).

이들 여섯 가지 원리는 수행자는 물론 재가자의 가정화합을 위해서도 귀중한 덕목들이다. 행동, 말, 생각이 옳고 고귀하며 자애롭다면 어떤 자녀가 부모를 존경하지 않겠는가? 자녀는 마음 깊은 감동으로 존중심을 갖게 될 것이다. 가정의 중심은 부모다. 부모가 바로 서야 가정이 안정되고 평화롭다는 것은 생명의 순환법칙이다. 

황옥자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354호 / 2016년 8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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