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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구도자의 자세에 관하여

기자명 김정빈

비판은 감정적인 비난과 다르다

지난주에 필자는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경전인 ‘화엄경’ ‘금강경’ ‘법화경’에는 ‘아함경’과 ‘팔리경’에 보이는 것 같은 구체적인 수행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감히 그렇게 말했다, 겁도 없이 감히!

철저한 검토 후 받아들임이
부처님 제자다운 바른 태도
끊임없는 자기 사상 비판이
구도자를 전진하게 만들어

여기에서 필자는 ‘겁도 없이 감히!’에 대해 잠깐 말할 필요를 느낀다. 먼저, 지면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하기 위해 필자로서는 큰 용기를 내야만 했다는 점을 말해야겠다. 필자의 이 주장은 자칫 대승불교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이는 한국불교의 근간을 흔드는 작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따라서 자칫 법보를 훼손하는 크나큰 구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무엇을 흔들기 위해서 이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니며, 대승불교 자체, 또는 한국불교를 흔들기 위해 대승경전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대승불교의 타당성과 위대함에 대해 필자가 여러 회에 걸쳐 발표한 본고에서의 찬탄을 상기해주시기 바란다). 바꿔 말해서 이것은 논리에 입각한 이성적 ‘비판’이지 탐진치에 기반을 둬 개인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하는 비이성적인 ‘비난’이 아니다.

부처님께서는 ‘깔라마경’에서 말씀하셨다. 무엇이든 스스로 진실 여부를 확인한 다음에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따라서 필자는 부처님께서 고구정녕 말씀하신 이 정신에 기초하여 앞에 제기한 주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대한 반론을 받아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지금부터 펼치게 될 필자의 견해에 틀릴 여지가 있음을 필자는 흔연한 마음으로 인정한다. 필자는 필자의 이 견해에 대한 반박이 옳다고 여겨질 경우 조금의 망설임없이 그 견해를 받아들여 지금의 견해를 고치고자 한다. 이런 태도― 즉 내가 가진 지금의 견해가 옳지 않다고 생각되어지는 순간 지금까지의 견해를 버리고 옳다고 여겨지는 새로운 견해를 받아들이는 것은 필자가 청년 시절 소크라테스의 ‘무지(無知)의 지(知)’를 이해한 이래 꾸준히 지속해온 자세이며, 이 자세를 기반으로 필자는 필자의 저작품인 ‘단(丹)’을 떠나 ‘도(道)’와 ‘무(無)’로, 그것들을 떠나 대승불교로, 대승불교로부터 근본불교로, 근본불교로부터 다시 신대승불교(지금 제시하고 있는, 대승불교와 근본불교, 그리고 외학(外學)을 장점만으로 결합)로 향하게 되었다.

필자는 필자의 이런 사상적 이동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 이동은 구도자의 어쩔 수 없는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변신’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필자가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변신하는 것이기는커녕 이런저런 이유(그 이유는 탐진치와 관련 있다)로 변신해야만 하는 때 변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참다운 불제자라면 한번 세운 신념에서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견해 또한 옳은 면이 있음을 필자는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은 구도자의 태도로서 옳은 것이 아니라 종교인으로서의 태도로 옳은 것이다. 만일 이 논리를 필자에게 적용한다면 필자는 ‘단’이나 ‘도’에 영원히 머물러 있어야만 할 것이지만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현재 우리나라 불교계에는 ‘단’과 ‘도’와 ‘무’를 비법(非法)으로 보는 분들이 있고, 그분들 중에는 필자에게 이 책들의 작가로서 그 책들을 읽고 영향을 받은 이들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언행을 통해 남들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필자는 우연히 책을 쓰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보니 더 많은 영향을 끼쳤을 뿐 한 명에게 영향을 끼치나 십만 명에게 영향을 끼치나 영향을 끼치는 점은 마찬가지라고.

‘도’와 ‘무’의 사상을 떠나온 이래 필자는 필자가 새로 갖게 된 사상에 기초한 책들을 다수 펴냈다. 그것이 필자로서는 나의 과거 사상에 대한 필자 방식의 자가비판이자 책임지는 방식이다. 앞으로 때를 보아 필자는 그동안 내가 거쳐 온 여러 사상과 경험을 문학 작품으로 녹여내고자 한다. 그 작업은 한편으로는 나의 과거에 대한 자가비판이 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판 여부와는 관련 없는 창조적인 예술 활동이 될 것이다.

김정빈 소설가 jeongbin22@hanmail.net
 

[1354호 / 2016년 8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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